저는 이십대 중반 여대생입니다.
제 성격 이야기예요. 언젠가는 해 보고 싶었던 이야기랄까요.
어릴 때는 진짜로 책만 읽는 애였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진 특히나....
진짜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얘기도 거의 안 하고 학교 끝나면 친구랑 어울려 노는 법도 별로 없고
쉬는시간마다 책 보고 점심시간에도 밥만 먹고 딱 책보고
수업 끝나고 도서관 가서 책 빌려서 또 보고
집에서 신문 보고 저녁까지 이것저것 책 읽고 이랬던 게 생각나요.
중-고등학교 때는 공부와 책? 특히 고등학교 땐 공부만 했어요.
야자 심자 꼬박꼬박 하면서(요샌 안 한다죠?) 쉬는 시간이고 자투리 시간이고 전부
문제집 풀고 뭐 외우고 하면서 보냈네요.
지금은 대학생이예요.
제 성격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대학생 때예요.
원래는 제가 소심하다 생각했는데, 대학교 때 사람 많이 만나고 상경계라 발표하거나 팀플할 기회도 많고
이것저것 동아리 활동이며 과외도 하다보니 제 성격이라 생각했던 것도 변하더라구요.
그전까진 단순히 말하는 데 경험이 없고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할말 다 하고 여럿 모인 자리에서 활달하게 농담이나 이야기도 잘 합니다. 분위기도 잘 끌어가는 편이구요.
성격이 급하고 감정 표출도 강한 편이라 어쨌든 절대 소심하다고 여길 성격은 아닙니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남과 다른 부분은 웬만한 사람과는 '선을 넘는' 수준의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람을 만나면 그 중 대부분을 모임자리나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에서만 만나고
사적인 연락이나 만남은 거의 가지질 않아요. 그쪽이 먼저 연락하지 않는 한은.
그러다보니 카톡 연락처는 몇백 명이 되는데,
그중에 문득 보고싶고 불쑥 연락해서 안부 묻고 이야기하고 싶은 친구는
딱 한 명 있네요. 제 인생의 친구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보통 친한 친구들끼리 카톡방 만들어서 수시로 매일 연락하면서 떠들기도 하고 그런다는데
저는 그런 카톡방도 없어요. 필요도 없구요. 괜히 귀찮기나 하구요.
과 생활도 1학년 때 잠깐 하다 접었고 단톡도 자꾸 쓸데없는 알람 울리길래 나와버렸구요.
사람 관계를 유지하려면 공을 들여서 연락하고 만나고 하면서 친해져야 할 거 같은데
저는 그거 자체를 귀찮아하고 굳이 하고 싶지 않아합니다.
섬세하게 사람 감정 살피고 하는 것 자체를 못해요. 굳이 하려면 신경 써서 공부해가며 해야 하구요.
제가 무디고 남의 말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성격이거든요.
남들이 제 문제점 직접적으로 지적하거나 해도 그닥 상처받지 않고 네 알겠어요. 그건 몰랐네요 정도로 반응해서
사람들이 신기해하기도 했었어요. (실제로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아 문제구나. 고쳐야겠구나. 라고 생각하죠)
결과적으로 사람들 만나는 모임 자리에서는 웃으면서 농담도 하고 분위기도 어느 정도 주도하다가
집에 돌아가면 싹 연락 안 하고 끊어버리는 사람이 돼버렸네요.
준 아싸? 자발적 아웃사이더랄까요.
왜 난 대학교에서 친한 친구(그룹)가 안 생길까를 저학번 때 깊이 고민하기도 했었는데,
스스로 내린 결론은 필요도 없고, 유지도 못한다... 는 거였어요.
저는 결론적으로는
감정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좋아하고,
사람에게 감정소모 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아니면 세상 아무도 없어도 혼자 살 수 있을 것 같은 인간이랄까?
의식주랑 책만 있으면 아무도 필요없는 것 같아요,
내향성 인간은 집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고 외향성 인간은 밖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된다는데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있으면서 하고싶은 공부하고 책 읽으면서 보낼때 제일 안정된 상태라고 느껴요.
혼자 있으면 감정적 업다운도 거의 없고 항상 중간-약간 기분좋음 정도를 오가서
정신적으로 굉장히 집중이 잘 되는 상태, 두뇌 회전이 잘 되는 상태란 느낌인데
사람을 (일정 선을 넘어서) 만나면 꼭 크게든 작게든 기분 상할 일이 생기고 내 감정소모가 될 일이 생기고
괜히 했던 말이나 행동이 신경쓰이기도 하고 했던 대화가 잔상으로 남고 그래서
어쩐지 피곤하고 머리가 시끄러워져서요.
며칠 전에 누구랑 이야기하다가 제 성격 이야기를 길게 할 일이 있어서,
문득 내가 이러는 이게 정상인가 싶기도 해서 쓰기 시작한 글인데
써놓고 보니 정말이지.........ㅋㅋㅋㅋㅋㅋ
사람관계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편이라 스스로 느끼는 불편은 전혀 없고
오히려 직장생활에는 이런 성격이 더욱 좋을 것 같긴 합니다.
고친다고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친다고 좋은 것도 아닐 거 같구요.
섬세하고 세심해서 사람관계 배려 잘 하고 매일 약속 꽉 찬, 제가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오히려 제 성격을 부러워하는 걸 보면.....
문득 이러는 사람이 나말고 있긴 있나? 많은가? 싶긴 합니다.
또 제가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