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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519364
    작성자 : 익명Z2Fma
    추천 : 15
    조회수 : 2401
    IP : Z2Fma (변조아이피)
    댓글 : 102개
    등록시간 : 2015/09/17 17:44:36
    http://todayhumor.com/?gomin_1519364 모바일
    우리엄마는 왜 죽어야만 했을까
    옵션
    • 창작글
    20살, 1학기 종강하던 날. 신나게 놀고있는데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가 설암 초기 라는데
    어떤 병인지 자세히 알아봐라'

     그때는 몰랐다. 우리 엄마가 암이라는 병에
    걸릴줄도 몰랐고, 엄마가 걸린 설암이, 평생 엄마를
    못보게 하는 무서운 병일 줄 몰랐다. 몰랐던 것도
    있지만, 나에게 이런 무서운 상황이 펼쳐질 것을
    부정했고, 최대한 좋은 글만 찾아보려 애썼다.

    세브란스에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설암은 눈으로
    병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발견이 쉬우며
    울엄마 역시 초기에 잘 오셨다며. 이 수술이면
    거의 완치에 가깝다고 했었다.

    농사일때문에 아버지는 병원과 집을 왔다갔다
    하시고, 언니는 일하고. 이래저래 내가 병간호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방송국 인턴의
    기회도 뒤로 미루고. 마음을 다해 간호했다.

    수술이 너무 잘됐다며 통원치료도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가족은 모두,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수술인 줄 알았다.

    7개월 뒤, 암이 재발했다. 2차 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3차 수술. 수술도 불가한 몸 상태가 되어
    최소한의 시술도 여러차례. 그렇게 3년이 지났다.

    하루하루 엄마 몸이 야위어갔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몸무게는 20키로도 나가지 않았다.

    더 이상의 치료방법이 없는 불행한 와중에,
    미국에서 하는 임상실험약이 엄마에게 적합하다고
    결과가 나왔다. 효과도 꽤 기대해볼만 하다고 했다.

    살을 조금더 찌우고 약물치료를 시작하자고 해서
    병원에 일주일있다가 집으로 왔다. 아빠랑 나는
    열심히 엄마 배 호스에 단백질음료를 넣어주었다.

    퇴근하고 지친 몸으로 내 방에 누워있는데,
    엄마의 숨소리가 너무 크고 거칠어서 거실에 
    나왔더니. 아빠가 들어가서 자랜다. 엄마가
    가끔 숨을 거칠게 쉰다고 걱정하지 말랬다.

    한시간뒤, 아빠가 방문을 벌컥 열더니, 
    00아, 엄마 죽었다. 나는 의지와 상관없이 
    소리지르고 울면서 누구엄마가 죽었냐고 했다.

    울엄마는 호흡기를 낀채 소파에 그림같이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엄마 손을 잡아보니, 너무
    차가웠다. 

    형사와 경찰들이 왔는데, 지병으로 인한 자연사
    판정을 하기까지 만지면 안된대서. 엄마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부짖었다.

    내 나이 23살. 엄마를 잃은지 두달이 조금 넘었다.

    이래저래 간호할 상황이 나밖에 안돼서, 
    3년간 정말 열심히 간호했다. 수술 후 밤새
    토하는 피를 받아내고, 엄마 수술 부위를 보고
    충격먹어 엄마옆에 쓰러지고. 엄마따라 진심으로
    믿던 하나님을 엄청 원망하고.

    먹는 거 그렇게 좋아하던 내 엄마가, 3년동안
    못먹고. 혀를 몇차례 도려내고, 주사바늘도
    수십번을 찌르고.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인데.
    다 이겨낸 우리엄마는 왜 죽어야만 했을까.

    4키로만 살찌우고 오라고  퇴원한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일주일 시한부 판정을 받고
    집에서 편안히 가시라고 퇴원한거랜다.
    나만 몰랐다. 나한텐 다들 안말해줬다.

    나는 발인한 다음날부터 정상출근 하며,
    큰집에 남은 아빠와 할머니를 위해서 밝게
    지내..는 걸로 보이지만. 하루하루가 아주
    울화가 치민다. 임신했을때 사고났어도,
    사람은 선하게 살아야된다며 괜찮다고 
    가해자를 웃으며 보내준 그런 엄마였다.

    내 친구들도 다 우리엄마는 천사라고 했다.
    살인마 같은 놈들이나 데려가지 왜 우리엄마를
    3년동안 고통스럽게 하시고 데려가셨을까

    출퇴근길 버스정류장에서 저 많은 사람들 사이에
    우리 엄마가 있진 않을까 바보같은 망상에 빠져
    두리번 거린다.

     소중한 사람 잃은 사람이 세상에서 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이렇게 우리엄마의 죽음이 제일
    가엾고 슬프고 억울하게 느껴지는 지 모르겠다.

    엄마한텐 미안하지만, 나 그만 힘들고 엄마를
    고통없는 하늘에 깨끗히 보내주고 싶다. 근데
    그러면 또 너무 미안하다. 그냥 잊어버리기엔
    울엄마가 너무 불쌍하고 미안하다.

    그래서 힘들면서도. 매일 매일 엄마의 고통을
    되새긴다. 반복한다. 힘들다. 너무 울화가 치밀어
    생전 여기 들어와보지도 않는데, 맘편히 떠들어
    보고싶어서 가입도 했다.

    시간이 약이라면, 얼마나 지나야될까.
    얼마나 지나야, 내가 엄마의 고통을 되새기지
    않아도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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