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반 정도 만났었다.
둘다 내년에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이기에 너희 부모님께선 은근 빠른 결혼을 원하시는 눈치셨지.
가족여행이나 행사에 불러서 가족처럼 항상 챙겨주셨으니깐.
하지만 너와 나 둘다 사회초년생이었고 모은 돈은커녕 학자금 대출만 잔뜩 쌓여있었기에 누구도 진지한 결혼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지.
그동안 난 진지하게 생각해봤어.
너랑 결혼해서 난 행복할 수 있을까.
단점부터 쭉 써내려가게 되더라.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에게 기분 안 좋을 때 보이는 폭군같은 모습.
가끔 나에게 화났을때 나오는 언어폭력.
역시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한다고만 믿고 있는 너의 고지식한 모습.
항상 이런 문제로 싸우는데도 변하지 않는 모습.
너랑 결혼은 못하겠다고 마음속으로 스스로 결론지었지.
물론 너만을 탓하고 싶지는 않아.
나도 문제가 많았으니깐.
하지만 난 너와 결혼은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라 결론지었고 우리는 딱히 싸우지 않고 헤어지게 되었지.
너와 헤어지고 4달 후 나는 예전에 우리가 처음 만날 무렵 했던 게임에 다시 복귀했어.
같이 캐릭터 아이디도 맞추고 1렙부터 매주 피씨방 가면서 열심히 키웠는데 복귀하자마자 아이디 변경부터 했어.
너와 둘이 만들었던 2인문파도 탈퇴하고 세력도 반대세력으로 옮겼어.
사실 복귀하고 나서 의외로 니 생각은 거의 안 나더라.
진짜 사귄 기간에 비해 허무할 정도로 너와 함께한 추억을 지우고 새로운 기억으로 채워나가고 있는데도 무서울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더라.
근데
갑자기 니 생각이 나더라.
난 원래부터 반사신경도 안 좋고 게임도 못해서 항상 얼꽃 제때 못 썼던거 기억나?
그때 해도해도 안되서 니가 대신 한파 써줬잖아.
오늘 던전에서 얼꽃 못 써서 죽었는데 갑자기 니 생각 나더라.
너 있었으면 대신 써줬을텐데.
근데 사실 이젠 니가 돌아와도 그 스킬 나 대신 써줄 수 없어.
권사는 그 스킬 아예 없어졌나봐.
있지. 처음으로 우리 헤어지고 나서 마음이 아파.
이제서야 헤어진게 실감나는걸까.
계속 못 느끼다 그깟 게임 하나로 네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네.
나 사실 너와 헤어지면서 너 싫었던 적 한 번도 없어.
지금도 아마 네가 다시 사귀자고 하면 사귈 수 있을 정도로 네가 좋아.
하지만 역시 너와 결혼은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아.
여기 적지 못한 수많은 뒤틀림 때문에 결혼해봤자 결국엔 괴로울거야.
너와 나와 너무 달라서 그리고 그 누구도 양보하려하지 않아서 결국 이렇게 됐나봐.
좋은데 너와 결혼하기 싫어라는 말을 난 원래 이해할 수 없었어.
그냥 빛 좋은 개살구 같은 핑계라고만 생각했어.
근데 나 네가 너무 좋은데 너랑 결혼할 수 없어.
그러니깐 헤어진 후 네가 처음으로 생각난 오늘만 주절주절 떠들고 이젠 널 잊을게.
사랑해 고마워
앞으로 행복해
내가 너에게 좋은 20대의 추억으로 남길 바라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5/09/17 06:39:49 211.243.***.98 플레이리스트
522184[2] 2015/09/17 06:57:38 175.212.***.232 저리꺼져
466841[3] 2015/09/17 09:55:32 4.59.***.130 한렉슨
270617[4] 2015/09/17 10:59:11 110.70.***.84 마구로
111691[5] 2015/09/17 12:35:50 125.180.***.230 일상이먹방
73342[6] 2015/09/17 17:37:41 175.213.***.108 선명하게또록
650727[7] 2015/09/18 02:43:38 118.41.***.229 106
95717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