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게도 얼마 전 제가 쓴 흰돌이, 흰순이 관련 사진과 글, 은혜를 아는 럭키 관련 사진과 글, 두 개가 모두 베오베에 가서 많은 분들이 읽고 칭찬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오늘은 유기견이었던 두 강아지. 흰순이와 럭키의 우정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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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뚱아저씨네 집에서 살고 있는 검둥개 럭키는 4년 전에 홍여사님과 함께 구조하기 이전에 동작대교 다리 밑에서 3년이나 혼자서 살았어요.
거기서 지내는 동안 노숙자들, 공사장 인부들이 잡아먹으려고 돌팔매질하고 그물 던지고, 몽둥이질 당하고 목숨을 잃을뻔한 일이 여러번 있었답니다.
그러다보니 럭키는 경계심이 보통 강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에 대해서도 경계심이 무척 강했고, 다른 개들에게 대해서도 무척 강했어요. 그러다보니 점점 외톨이개가 되어 갔답니다.
뚱아저씨 집에 처음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뚱아저씨네 집은 1층 짜리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인데, 마당 옆에 조그만 창고방이 있어요. 그곳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컴컴한 곳인데 럭키는 처음에 왔을 때 흰돌이, 흰순이와 놀지 않고 그곳에 깊숙히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았답니다.
창고에 깊숙히 들어가 있는 럭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는 흰돌이와 흰순이
그런 럭키였지만 한 편으로는 그곳에서 나오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문턱만 넘으면 이제 다른 아이들과도 놀 수 있는 세상인데, 럭키는 일주일이 넘도도록 그 문턱을 잘 넘지 못했답니다.
밖에는 나가고 싶었지만 문턱을 넘기가 두려웠던 럭키
그런 럭키를 흰순이가 무척 안타까워했어요. 흰순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오른다리의 장애를 갖고 태어난 개입니다. 하지만 천성이 무척 순하고 사람도 좋아하고 다른 개들도 좋아했어요. 흰순이는 틈만 나면 럭키에게 다가가서 안심을 시키려고 했답니다.
럭키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어보는 흰순이
그런 흰순이에게 어느 순간부터 럭키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드디어 일주일만에 그 문턱을 넘고 마당 밖으로 나왔답니다. 럭키가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마음을 연 순간이었어요. 럭키는 나와서 무척 흥분된 모습을 보였어요. 한 편으로는 좋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두렵기도 하고.
마당 밖으로 나온 럭키를 반겨주는 흰돌이와 흰순이
럭키는 긴장된 모습으로 마당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더니 마침내 환하게 웃었습니다. "아.. 여기가 이제부터 내가 마음놓고 살 집이구나"라는 것을 그 때서야 느꼈던 것 같아요.
마당 밖으로 처음 나와서 환하게 웃는 럭키
럭키처럼 유기견이었지만 럭키보다 먼저 입양이 되서 뚱아저씨집에 온 흰돌이와 흰순이는 럭키를 아주 반갑게 맞이해주었어요. 처음에는 아무런 갈등도 없이 흰돌이, 흰순이, 럭키가 아주 잘 지냈답니다.
흰순이, 흰돌이, 럭키의 환한 개웃음
그러나 어느 날엔가부터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흰순이와 흰돌이에게 조금 마음을 연 럭키였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마음을 열지 않았어요. 흰순이와 흰돌이는 특히 어린아이들을 좋아해서 뚱아저씨네 집에 어린아이들이 자주 놀러왔어요. 아이들도 흰순이와 흰돌이를 좋아하고, 흰순이와 흰돌이도 아이들을 무척 좋아했답니다.
뚱아저씨네 집에 놀러온 동네 아이들과 흰순이, 흰돌이
그런데 럭키가 온 다음부터 동네 아이들이 뚱아저씨네 집에 놀러오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럭키가 너무 무섭게 아이들에게 짖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집에 놀러오는 것을 무서워했어요.
아이들과 노는 것을 무척 좋아했던 흰순이와 흰돌이. 그 중에서도 특히 흰돌이는 어느 날부터인가 럭키가 좀 짜증나기 시작했답니다. 처음에는 흰돌이가 어려서 잘 몰랐는데 점차 성견이 되어가면서 럭키의 그런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어요.
흰돌이의 몸집이 점점 커져가던 어느 날.
뚱아저씨가 외출을 다녀왔는데 큰 일이 난거에요. 흰돌이가 럭키의 목덜미를 물어서 공격을 한 겁니다. 그 때 럭키가 목덜미에 게 상처를 입었답니다. 자칫 조금만 늦었더라면 큰 일 날뻔했던 거에요.
럭키는 목덜미에 큰 상처를 입고 피를 철철 흘리고 마당에 쓰러져있고, 흰돌이는 입가에 피가 묻은 채 씩씩거리고 있고, 흰순이는 옆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그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아무튼 그 때 서둘러 럭키를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치료를 하고 봉합수술을 한 후에 다시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마당의 한 켠에 이불을 깔아주고 럭키를 뉘었어요.
아.. 그랬더니 그 때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답니다. 흰순이가 럭키가 누워있는 그곳에 가만히 가서는 마치 간병을 하듯이 옆에 럭키를 지켜주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잠깐 그러나보다 했는데 밤새도록 그렇게 럭키 곁을 지켜주었답니다.
다쳐서 봉합수술을 하고 온 럭키를 밤새도록 간호해주는 흰순이.
흰순이는 그렇게 일주일이 넘도록 럭키를 간호해주었어요. 그러는 사이에 럭키도 몸을 추스리고 일어났답니다. 다른 개에게 마음을 확 안 열어주던 럭키는 그 때 서야 비로소 흰순이에게 완벽하게 마음을 열었답니다.
장애견으로 태어났지만 천성이 착해서 늘 사람에게도, 다른 개에게도 친절했던 흰순이,
동작대교 다리밑에서 험한 생활을 하며 다른 사람도, 개도 잘 믿지 못해 늘 경계심이 강하기만 했던 외톨이개 럭키.
그 때 그 사건을 계기로 해서 흰순이와 럭키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아주 친한 친구가 되어 늘 함께 다닌답니다.
몇 년 동안 외톨이개로 지냈지만 이제는 흰순이라는 단짝 친구가 생겨서 외롭지 않은 럭키
장애견으로 태어났지만 천성이 착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개들에게도 친절한 흰순이
럭키와 흰순이의 사이좋은 2견 7각
우리 흰순이와 럭키 예쁜가요?
사람에게도 평생을 함께 하는 좋은 친구가 있듯이 개들에게도 흰순이와 럭키처럼 마음을 열고 함께하는 좋은 친구가 있답니다. 럭키와 흰순이는 지금도 매우 친해서 늘 함께 산책다니고, 함께 놀고,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그렇게 지내고 있답니다.
재밌게 읽으셨는지요? 좋은 주말 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