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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평균 보다는 아쉬운 키다. 그러나 키가 작은 만큼 비례해서 체격도 작은 편이었다.
누구 하나 '심하게 말랐네.' 라고 말 하는 사람도 없이 적당히 마른 체격이 장점이었다.
물론 딱히 장점이라고 할 만큼 이득이 되는 것은 없었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러움을 자아낼 만큼 몸은 상당히 예뻤다.
만성 운동 부족이었다. 어릴 때 부터 운동에 취미는 없었다.
일찍 일어나 어린이집 등원 보다도 느즈막이 열 시 경에 일어나, 할머니와 앉아 노는 것이 낙이었다.
그렇게 자라왔었다. 자라서도 웅크리고 앉아 있기를 좋아했고, 몸 만한 분홍색 베개와 좌식 컴퓨터 책상을 좋아했다.
학교에서 이유없는 피로를 호소하는 것이 그 결과였다.
가볍게 복도를 활보하고 방방 뛰며, 나아가 날아다닐 것 같이 쌩쌩했지만, 책상에 머리를 붙이면 도통 일어날 줄 몰랐다.
최근들어 생긴 급성 피로였다. 책상은 누워있기에 너무 불편했다. 팔을 접어 머리를 누이고 십 몇 분이 지나면 근육이 당겼다.
푹신한 담요를 챙겨 여러 번 접어 베개로 쓰는 일이 늘었다. 그 이전에는 교복 가디건을 뭉쳐 베개로 쓰곤 했다.
엎드려 자는 것이 너무 불편했다. 자는 것 뿐만 아니라 척추가 부담하는 하중을 덜어보려 엎드려 있는 것 조차 힘들었다.
원체 살이 없어 책상 모서리에 닿는 갈비뼈가 자꾸 짓눌려 아팠다.
불편함에 몸을 뒤척이면 뒤척일수록 책상이 늪이 되어 잠식되는 것만 같았다.
엎드려 있으면 잠이 더 왔다. 정신 차리고 일어나 수업에 집중해보려 해도, 눈은 자꾸 초점을 잃어가고 어깨는 너무 무거웠다.
졸린 것이 아니었다. 글을 읽어보려 해도 눈이 자꾸 초점을 찾지 못하고 흐릿하게 상을 그려낼 뿐이었다.
그 상황이 무섭기만 했다. 눈이 돌아오지 않는걸까, 남들이 보고 있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눈을 깜빡이며 눈 운동을 한다. 그러나 눈 운동만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 만성 피로를, 갑자기 찾아온 고등학교 3학년의 피로를 부숴버려야 했다.
11월 12일이 오기 전 까지 쓰러지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다.
학교에 있는 것이 너무 힘들지만 도망쳐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도망가라고 문을 열어줄 학교는 더더욱 아니었다.
난 오늘도 학교에서 피로에 허덕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나 나는 피로에 허덕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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