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는 럭키라는 검둥개가 있습니다. 4년 전에 동작대교 다리 밑에서 구조해온 유기견이었어요. 럭키는 그 다리 밑에서 혼자서 3년간이나 노숙 생활을 하며 지냈답니다. 그 과정에서 노숙자와 공사장 인부들이 잡아먹으려고 하고, 그것을 피해서 생존하기 위한 경계심이 보통 강한 개가 아니었어요.
그런 럭키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한 분 계셨습니다. 근처 아파트에 살고 계시는 홍여사님이라는 분이었어요. 홍여사님은 럭키를 동작대교 다리 밑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후로 너무 딱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먹이를 챙겨주었답니다.
외출을 할 때에는 저녁에 먹을 것까지 가방에 챙겨가지고 갔다가 돌아오면서 먹이를 주고, 심지어는 여행을 갈 때조차 이웃 분에게 부탁을 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먹을 것을 챙겨주었어요.
동작대교 다리 밑에 버려져 혼자 외톨이로 살던 럭키
그러다보니 그 경계심 강한 럭키도 홍여사님에게 만큼은 마음을 완전히 열고 의지하였답니다. 그런 럭키였는데 다리 밑을 매일 산책하는 분들 중에는 개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 분들중에 까만개가 목줄도 안하고 돌아다니니까 무섭다고 한강시민공원관리사업소에 민원을 넣어 보호소로 보내라고 한거에요.
말이 보호소지 실제로는 안락사 대기소라고 봐도 무방해요. 게다가 럭키같이 주인에게 버려진지 오래되고 경계심이 강한 믹스견들은 입양이 안됩니다. 거의 99% 이상 안락사가 되요. 아파트에 사는 홍여사님은 야생성이 강한 럭키를 집에 데리고 올 수가 없었어요. 럭키 같은 개는 실내에서 살기가 힘들거든요.
홍여사님은 오직 유일하게 자기를 따르는 럭키를 그대로 보호소로 보내서 안락사가 된다고 생각하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동작대교 다리 밑 개를 구해주세요"라고 도움을 청했답니다.
오직 홍여사님만 믿고 의지했던 럭키
럭키를 구하기 위해 이동장을 사전에 미리 설치하는 모습
119 구조대에서 두 번이나 출동했지만 럭키를 못잡았어요. 얼마나 경게심이 강하고 빠른지 마취총을 쐈는데도 싹싹 피하고 그물덫도 피해서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럭키였지만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홍여사님의 정성스런 마음이 닿아서 이동장에 넣어서 잡을 수가 있었답니다. 그렇게 해서 3년 동안이나 동작대교 다리 밑에서 노숙 생활을 했던 럭키를 살릴 수 있게 된 거에요.
럭키를 겨우 잡아서 이동장에 넣은 모습
다리 밑에서 구조된 럭키는 뚱아저씨 집에 와서 흰돌이, 흰순이와 함께 살았답니다. 흰순이 흰돌이는 외톨이였던 럭키를 반갑게 맞아주었어요. 하지만 럭키는 홍여사님 이외의 어떤 사람도, 어떤 개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있었답니다.
럭키를 무사히 뚱아저씨 집에 데리고 온 날. 흰돌이와 흰순이가 홍여사님과 럭키를 반겨주었습니다.
하지만 럭키는 흰돌이도, 흰순이도 저도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하고 오직 홍여사님에게만 이렇게 의지했어요.
제가 주는 음식은 거부를 했답니다. 사료는 물론 안먹고 그 녀석이 그렇게 좋아하던 햄버거 빵도 안먹더군요.
홍여사님이 오시면 마치 잃어버린 엄마를 다시 찾은 아이처럼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럭키
홍여사님 옆에만 있으면 이렇게 안심하며 활짝 웃는 럭키
그러다보니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인데 동작구 흑석동에 사는 홍여사님이 럭키가 걱정이 되서 매일 오셨어요. 럭키는 하루종일 구석진 창고에 웅크리고 있다가 홍여사님만 오면 마치 엄마가 온듯이 반겼어요. 정말 그 모습은 눈물없인 못볼 정도였답니다.
"엄마.. 엄마.. 나를 여기 두고 가지마세요. 저랑 함께 가요.. " 이런 모습이었어요.
홍여사님이 오는 날만을 학수고대 기다리는 럭키
럭키야. 말 잘듣고 흰돌이랑 흰순이랑 순심이랑 잘 지내..라고 하는 모습
그런 럭키도 어느 덧 뚱아저씨집에서 생활을 하면서 이제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손도 못대게 하고 만지다가 몇 번 물리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럭키가 "아.. 이 곳은 안심이 되는 곳이구나.. 이 분은 믿을만하구나"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러더라도 홍여사님에 대한 한결 같은 마음은 변치 않았어요. 시간이 한참 흘러 4년이나 지난 지금도 럭키의 마음은 변치 않고 있답니다. 다만 예전처럼 불안해하지는 않아요. 지금은 "엄마.. 나 살려주시고, 여기 좋은곳에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 이런 마음입니다.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은혜를 잊지 않고 홍여사님 오실 때마다 반겨주는 럭키
홍여사님만 오시면 뽀뽀 세례. 옆에 있는 흰개는 장애견이면서 럭키의 베프가 된 흰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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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럭키를 동작대교 다리 밑에서 구조해오면서 제가 럭키에게 한 약속이 있어요. "내가 여기 너 데리고 꼭 다시 와줄께. 여기서 네가 많이 고생했지만 나중에 우리집에서 잘살게 되면 그 때는 그 고생했던 것도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되었을거야"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진짜로 럭키를 데리고 저희 집이 있는 잠실대교 북단에서 동작대교 남단까지 왕복 25km를 걸어갔다 왔답니다. 럭키는 혼자서 목줄도 없이 다녔을 때 발길질 하고 돌팔매질하는 사람들, 특히 남자들을 무척 심하게 경계했어요. 동작대교까지 걸어가는데 사람을 만나면 계속 내 뒤로 숨더라구요.
그래서 "럭키야. 이제 뒤에 숨지 않아도 돼. 내가 너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줄께"
제 마음이 통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럭키가 사람이 오더라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걷더라구요. 이 사진이 저희 집에서 럭키가 살던 동작대교 다리 밑까지 걸어가던 사진이랍니다.
잠실대교 북단에서 출발
한강시민공원을 신나게 걸어서
드디어 동작대교 바로 옆에 있는 서래섬에 도착.
럭키가 동작대교에 오기를 학수고대하던 홍여사님이 마중을 나왔어요. 홍여사님의 소원은 럭키를 리드줄을 매고 산책을 시켜보는 것이었답니다. 홍여사님을 그렇게 믿고 의지했던 럭키였지만 다리 밑에서 생활을 할 때는 목줄을 걸고, 리드줄을 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었거든요.
저 멀리 오는 홍여사님을 알아보고 총알같이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럭키
마치 헤어졌던 모자가 다시 상봉하는 것과 같은 모습. 정말 좋아하는 럭키와 홍여사님.
럭키가 혼자 어렵게 살던 곳을 구석구석 산책하는 홍여사님과 럭키
바로 동작대교 다리 밑이랍니다. 바로 옆에는 올림픽도로가 있습니다. 위험한 곳이었지요.
럭키를 알아본 한강시민공원 관리사업소 분도 자기도 럭키 때문에 많이 걱정했는데 럭키가 이제 잘살게 되었다고 좋아하시더군요.
홍여사님과 함께 동작대교 옆 서래섬을 산책하는 럭키 1
홍여사님과 함께 동작대교 옆 서래섬을 산책하는 럭키 2
홍여사님과 함께 동작대교 옆 서래섬을 산책하는 럭키 3
럭키야 행복하니? 홍여사님 옆에서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럭키.
여러분, 어떤가요? 마치 동화 같은 이야기이죠?
저는 그 때 럭키가 동작대교 다리 밑에 오랜만에 가서 홍여사님을 만났던 그 장면을 참 잊을 수가 없답니다. 개는 절대 배신도 하지 않고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얘기를 정말 실감했어요.
마지막으로 럭키와 홍여사님의 극적인 동작대교 다리 밑 상봉 사진을 올립니다. 아이 컨텍하는 럭키와 홍여사님의 그 모습.. 정말 잊을 수가 없는 명장면이었답니다.
럭키와 홍여사님의 동작대교 다리 밑 극적인 상봉 사진.
아이 컨택을 하는 럭키와 홍여사님을 보세요. 정말 감동적이지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