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폐암이라고 하셨어요... 그러게 담배좀 피지 말라니까... 힘들게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셨어요.
그게 처음 시작이었죠. 제 나이 15살때 일이었어요.
다음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었어요.
남자애들이었지만 서로 여자로, 남자로 신경쓰지 않고 연인까지 소개해주고 커플끼리 놀러다닐 만큼 친했죠...
그 애가 죽었대요. 제 나이 18살때요. 좋아하는 친구 둘을 한번에 잃었어요...
교통사고로 친구는 얼굴 한 번 못보고 손 한 번 못잡아보고 떠나보내야 했어요...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죽었대요. 일 년 전 일인데, 난간에서 떨어졌대요. 가망이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우리 헤어지고도 친구로 지내던 사이였는데. 사람 일, 하루아침에 그렇게 될 줄 아무도 몰랐었죠...
세상에 하나뿐인, 이 애가 없으면 안될만큼 소중히 여기는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친구 남동생이 상주였어요. 겨우 19살인데요. 불과 이 주 전의 일이에요...
스스로 떠나셨대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삼일 밤낮을 함께 있어주시고, 관 들 사람이 없어 관까지 들어주셨던 분이셨어요.
너무 아프고, 너무 죄송했어요... 그렇게 속으로 앓고 계신줄도 모르고 아무런 힘도 되어드리지 못해서요.
'XX이는 언제 놀러온대?'라며 항상 저를 신경써주시던, 아버지같던 그분한테요. 제가 너무 죄인같아요...
겨우 스물 둘 먹은 친구도 충격이 컸는지 내내 울었어요. 그나마 삼일 밤을 함께해줄 친구가 많다는게 위안이 됐어요...
발인, 화장, 납골까지 전부 같이 있었어요. 마지막 인사도 드렸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고, 또 죄송하고... 그냥 죄송해요.
겨우 돈 삼백때문에 떠나셨대요. 세상이 얼마나 각박한지, 그깟 삼백이 뭐라고.
사랑니 난 것마냥 앓고계시다 그 삼백에 터진거겠죠. 그 사실을 알고나서 세상이 밉더라구요...
근데 이젠 세상이 저한테서 어머니까지 빼앗아가려해요.
정말 너무하죠. 나는 그렇게 큰 죄를 지은 적이 없는데.
저요, 기부도 꼬박꼬박 했어요. 한달에 만 오천원씩요.
지금은 일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고있어서 잠깐 끊었지만 다시 일하게되면 꼭 하려고 했어요...
학대당하던 우리 강아지도 데리고와 이뻐해주면서 기르고 있어요.
매일매일 수제간식도 정해진 시간에 주고, 일어나면 꼭 끌어안고, 매일 자기전에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사료도 이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만 먹여요. 나는 이 애를 정말 많이 사랑해줄 자신이 있어서, 그래서 데려왔어요.
왜냐면요, 눈빛이 정말 예쁜 애거든요.
지하철에서 내가 힘들어도 더 힘든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했고, 고작 100만원 남짓 버는 돈이지만 어머니께 용돈도 드렸어요.
저는 제가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니었나봐요.
세상이 저보고 아니라고 그러는건가봐요.
교통사고였어요. 트럭이 내리막길에서 뒷범퍼를 박았대요.
근데 의식이 없으셨어요. 무서워서 일하면서도 온몸이 덜덜떨리고, 어머니를 하루에 30분밖에 못뵈니까 미치겠더라구요...
이대로 가시면 어쩌나. 이대로 떠나시면 어떡하나.
오늘 아침에, 깨어나셨대요. 달려가보니 산소호흡기를끼고, 저를 쳐다도 못보시고 누워계시는 모습에 억장이 무너졌어요.
왜 그러시냐고, 우리 어머니 왜 그러시냐고. 울면서 여쭤봤더니 의사선생님이 그러시대요...
의식은 돌아왔는데 의식만 돌아온거라고... 신경에 반응이 없대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대요... 평생 그럴수도 있대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요... 난 정말 착하게 살아보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얼마나 더 노력해야 괜찮아질까요.
왜 하필 나였을까요. 극악무도한 범죄자들, 악랄한 정치사범들 경제사범들 전부 다 두고 왜 저였을까요.
마음이 너무 아파요... 찢어진다는게 이런건가봐요. 아파서 제가 병이라도 걸린줄 알았어요.
아르바이트 시작한지 이제 한달인데, 한달만에 휴무를 5일이나 썼어요.
사장님이 퇴사도 고려해보라고 하시더라구요.
일은 고되지만 여자몸으로 이만큼 시급 구하기 힘든데...
세상 참 각박하고, 저한텐 너무 어렵네요...
그냥 저도 떠나는게 맞는 일일까요...
더이상 소중한 사람을 만들기가 무서워져요. 혹시라도 또 그럴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