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정도면 충분히 잘해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단기합격, 6개월만의 합격이 저의 얘기가 될 줄 알았어요.

그 착각 깨진지 꽤 됐네요. 저보다 어린 애들도 척척 붙는데, 심지어 학교 수업이랑 병행하면서도 붙었다는 사람도 있는데..

한번도 제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한 적 없었어요. 뭐든 노력만 하면 다 내손안에 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아지랑이처럼 잡힐듯 말듯... 차라리 아득히 멀기라도 하면 툭툭 털고 깨끗이 접기라도 할텐데

엄마아빠한텐 뭐라고 말씀드리죠. 시발 시험은 왜 몰아서 치고 지랄인지 하반기에도 한번정도는 치게 해주지. 존나 피말리게

친구들 만나는 것도 쪽팔려요. 이제 다들 본격적으로 원서 어디 넣을거니, 어느과 지원할거니 얘기하는데 저혼자 공무원시험 얘기하는게 허황된 꿈 좇는것같아요. 남들은 다 현실을 직시하는데 저혼자 신기루를 보고 있는것 같아요. 마주한 취업의 현실이 판이하게 달라서 친구들이 비웃을 수도 있겠죠. 몇년째인데 아직도 포기를 못하고 저러고 있냐고. 근데 지금 당장 내 처지를 알아줄 사람이 필요해요. 최소한 가족은 아니에요.

어쩌죠. 무서워요. 부모님 뵈는게 제일 무서워요. 기대하고 계실 마음에 억장을 무너지게 할 그 세글자, 불합격이라는 말 내뱉기가 죄송해요. 힘들었다고 감히 투정도 못 부리겠어요. 이젠 아무것도 못할거같아요. 뭘 해도 안될 것 같아요. 어느새 내가 가지고 싶은것들은 나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것 같아요. 한심하고 병신같은 제 뇌를 할수만 있다면 갖다버리고 싶어요.

진짜...... 진짜 모르겠어요 이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