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 백일장 첫 글이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필력이 딸릴지도 모르나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병신 백일장에 어울리는 글인지 모르겠네요 ㅎ
그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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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0대일 때 병신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긴 했었지만 제일 의문이 드는 소리를 듣고는 생각했다. ‘내가 정말로 병신인건가?’. 그 전에 들었을 때는 내
가 병신이라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지만 그 때 들은 병신 소리는 아직도 의문을 남기기에 충분하였고 또 내가 병신이라는 이유가 전혀 타당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난 그 때의 얘기와 지금까지의 생각을 말하려 하는 바이다.
때는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의 일이였다. 그 때 나는 수학이라는 무시무시한 학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그로 인해서 방학 때 나가는 보충수업 이후
에 수학 수업을 더 듣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났었다. 어차피 나로서는 오자(오후 자율학습)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기에 (필자는 자율학습 시간에 꿈나라 여
행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수학 수업을 들어서 나의 부족한 지식을 채우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시작한 수학 수업은 나와 몇몇의 학생들과 대학교에
서 나온 남자대학생 한 명이 우리를 가르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건은 수학 수업을 시작하고 나서 한 2주 뒤에 일어났다. 그 때 나는 지갑과 폰을 뒷주머니에 넣고 수학 수업 때 졸고 있다가 쉬는 시간이 되어서 일어
났다. 그런데 뒷주머니를 만지니 지갑이 사라진 것이었다. 폰은 그대로 있었지만 지갑이 사라져 허둥대다가 교실 안을 수색했다. 그러나 지갑은 나오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나는 누군가가 지갑을 훔쳐갔다고 생각했으나 그 때 있던 사람은 그 대학생과 나와 내 옆에 있던 친구 놈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이미
수업을 째고 집에 가버렸기 때문에 용의자는 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학생이 가져갈 이유가 없고 의심스러운 건 친구 녀석이었는데, 녀석한테 “니가
가져간 거 아냐?” 라고 물었지만 친구는 절대 아니라고 하면서 완강하게 부정했다. 의심은 갔지만 확증도 없으니 뭐라고 할 수 없어서 그 상태로는 공부
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형들과 어머니한테 얘기를 하면서 가져간 사람이 진짜 너무한 것 같다면서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니 나보고 관리를 잘못한 건데 왜 남 탓을
하냐고 했다. 이른바 ‘니가 병신인거야’ 라는 스킬을 시전했다. 그 때 나는 머리를 망치로 누군가 두들기는 것 같았다. 물론 내가 병신짓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때의 나는 가져간 사람이 잘못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의 논리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생각은 이러했다. ‘자기 물건도 아닌데 왜 들고가지
병신같은 새끼가 진짜 범죄 저지르고 사회에서도 그 버릇 어디 안가나 보자’ 이런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픈 생각이다. 그렇지만 잘못한 사람은 확실히 내가 아닌데 결론은 내가 잘못한 병신이 되어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와서 비슷한 얘기를 티비에서 보았다. 그것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술에 취해서 성폭행을 당하면 여자의 잘못이라고 지껄이는 사람들을 인터
뷰한 내용과 피해자 여성들은 재판에서 성폭행 당하던 때의 정황을 모두 말해야 하며 번복하는 경우 위증으로 처리하려는 사람들과 가해자에게는 인권
을 외치고 있는 사람들 등등 진짜 리얼 병신들을 보았다. 그런데 거기서도 피해자 즉, 당한 사람이 결론적으로 병신이 되는 우리나라의 신기한 마법을 볼
수 있었다. 링크를 못 거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위의 경험들을 겪고 나서 나는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저렇게 병신이 된다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제 20이지만 어른이라고 하기에
는 어렵다. 하지만 어리지도 않은 나이이다. 이 나이에서 나는 아직도 어린 생각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바가 옳다고
믿는다. 아이일 때 병신이라고 불릴 때가 많았지만 그건 순순하기에 병신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어른일 때는 병신이라고 불리면 그것은 타락과 범죄 등
등이 뭉쳐져서 그 사람을 병신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아직도 확답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나는 그런 어른이 될 바에야 어리고 순수해서 병신소리 듣는
게 더 좋다고 본다. 어른이 되었을 때는 아이일 때 보다 더 병신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병신일지라도 난 좀 더 깨끗한 병신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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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