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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14810
    작성자 : 키타타자보로
    추천 : 2
    조회수 : 400
    IP : 39.121.***.146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4/08/13 17:02:47
    http://todayhumor.com/?readers_14810 모바일
    [병신백일장] 과일과 채소는 fruit 조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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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게시판에서 눈팅만 하고 건지는 작품 엄청 많은데, 님들도 책 게시판 눈팅하시고 꿀 작품 공짜로 알고가세요!

    ----------------------


     멀리서 둔탁하고 무거운 소리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표현하자면 '피유우웅-' 같은 소리였는데 점점 더 가까워지더니 멀리서 '쾅!' 소리가 들렸고 내 눈앞에서 더욱더 큰 우레로 변해 터졌다. 그리고 나는 귀가 나간 것 같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귀에는 작고 큰 북소리가 울리더니 정신이 나가버렸다. 

    "이봐, 거기 토마토!" 

    "누구? 저 말씀 하시는 건가요?" 

    "그래 자네!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친구로군, 빨리 정신 차려!"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얼굴은 초록색이었고 멋진 검정 줄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순간 위장인가? 했지만 위장은 아닌 것 같았다. 덕분에 나는 정신을 다시 차릴 수 있었다. 흐리멍덩하던 정신이 맑아지고 귀에서 '징-'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크게 문제 없어 보였다. 나는 일어나려 했지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다리 한쪽이 떨어져 나가버린 것을 알아차렸다. 그건 곧 공포와 고통으로 바뀌었다. 

    "으아아…, 으아…." 

    나는 곧 목청이 나갈 정도로 시끄럽게 울어댔다. 

    초록 얼굴은, 그러니까, 그 과일? 채소? (구분 짓기 모호했지만 채소 같았다.)는 수그린 채 이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오더니 자신의 손힘만으로 날 끌어당겼다. 나는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으니 단지 비명을 질러댔지만, 초록 얼굴은 나의 입에 달콤한 시럽과 소금을 넣고는 자신의 붕대를 말아 입에 물렸다.

    "이봐, 약 먹고 진정해! 우리 같은 과일과 채소는 푸르이트 조항에 포함되지도 않아서 잡히면 끔찍한 일을 겪고 말 테야!" 

    그 목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조금이나마 진정이 되었다. 약효가 돌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초록 얼굴의 말에 동의했다. 

    "나는 수박이라고 하네."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죽는 건가요?" 

    "아니." 

    "하지만 저는 다리 한쪽을 잃었다고요!" 

    "그리고 네 머리에 있는 자랑스러운 꼭지도 꺾이고 말 테니, 저 악당들한테 말이야. 그리고 네 몸은 잘게 잘게 썰려서 햄버거 패티와 함께 인간들에게 먹히고 말거야! 남은 부분은 죽은 과일들과 함께 화채에 섞여 버리고 말 테지." 

    수박은 말을 이었다. 

    "네가 지금 계속 징징거리면 말이야." 

    나는 그 말을 듣고 숨을 죽였다.

    "이제 나는 가봐야겠다." 

    "오, 제발 가지 마세요." 

    "안돼." 

    "제발! 저는 죽어가고 있다고요, 버리지 마세요!" 

    "이곳으로 곧 사람을 보낼 테니 걱정 마! 나도 이젠 시간이 없어, 중요한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내 비상식량과 약을 줄 테니까, 아군이 올 때까지 버티고 있어!" 

    "어디로 가시는 거에요!" 

    "저 빌어먹을 과일 놈들을 날려버리러." 

    수박은 나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약과 비상식량을 주고 더욱더 깊숙한 곳으로 떠났다. 그 모습은 마치 군인다운 절제된 모습이었다. 나는 혼자 다 타버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과수원 참호 속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하늘은 불길에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나는 다시 울었다. 

    이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었다. 

    전장에 나선 지는 3일이나 되었다.

    몇주 전엔 과일과 채소의 전쟁에서 어디에서 속하지 못한 채 헤매고 있었다. 

    과에 대한 차별을 받던 나에게 채소군은 과일과 채소에 대한 인권을 보장하겠다면서 전장에 나서길 부탁했다.

    채소군은 당시 과일과의 전쟁 전황이 불리했기에 과일과 채소를 자신의 편으로 삼는 수를 선택했지만, 그건 과일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보니 과일군과 채소군을 넘나드는 이중첩자가 생겨났고, 두 국가에서 협약한 프루이트 조약에 과일과 채소는 조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정말 끔찍한 일이다. 나처럼 무고한 자는 도태되면 보험도 없이 죽어버려야 했던 것이다. 가족들이 유럽으로 떠나자고 했을 때, 나는 그랬어야 했다. 유럽에서는 당시 우리를 '과일'로 인정해주겠다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나에 대한 정체성에 헤매다 결국 유럽에 떠나지 않았다. 우습다, 나는 나 자신을 채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불행에 휩싸이고 만 것이다!

     화가 치솟아올랐지만 어쩔 수 없다, 혼자 성을 식히는 수밖에.

    그녀는 잘 있을까? 

    그녀를 떠올려보았다. 

    그녀는 관능적인 분홍빛 입술을 가진 토마토였다. 아담하게 둥글었고 끝은 심지어 매혹적인 하트모양이었다. 그녀는 내가 채소군에 입대하기 전에 유럽으로 떠났다. 남겨진 나에게 무운과 축복을 빌며 말했었다. '너는 정말 멋진 토마토야. 네가 비록 채소군에 가입했지만, 난 네가 살아남아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길 신에게 기도할 거야!' 나는 이때 이 말을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하지만 입대하고 4주간의 훈련을 받고 전장에 투입되고 나자 그녀의 이별 통지가 날라왔다. 편지 내용은 '너보다 멋진 토마토를 만났다, 그러니 너도 나를 잊기 바란다.' 이런 식의 글이었다. 이어서 두 차례의 편지가 더 왔지만 나는 읽지 않았다. 그녀는 배신자였다! 다른 평범한 토마토와 다름없는! 끔찍한! 나는 욕이 치밀어 올랐지만 내뱉지 않았다. 이곳은 전장이고, 나는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싶었다.

    날은 점점 더 어두워져서 나는 군장에 있는 침낭을 꺼냈다. 참호 속에서 흙에 뒹굴며 몸을 조심스레 침낭에 집어넣었다. 토마토엔 차가운 바람은 좋지 않다. 수분이 빠져나가 쭈글쭈글한 늙은 토마토가 되기 십상이다. 전장의 한복판이라도 외모는 관리해야지. 그리고 살아남아서, 비록 한발이지만. 그녀의 앞에서 잘살고 있다는 걸 보여줄 거야!

    나는 그렇게 복수할 날만 기다리며 잠에 빠졌다. 

    꿈속에선 그녀가 나왔다. 나는 아까와 달리 밝은 얼굴로 그녀의 녹색 꼭지에 입을 맞췄다. 

    "내가 꼭 살아남을게." 

    "거짓말." 

    눈시울을 붉힌 채 그녀는 앵앵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짓말이 아니야."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우는 모습도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앞에서 남은 생을 모두 그녀에게 바칠 거라고 맹세했다. 그녀는 여전히 눈시울을 붉힌 채 저주 섞인 말로 나를 원망했지만, 그 모습마저 귀여웠기에 나는 웃었다. 

    그리고 다시 우레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다시 과수원 한복판의 참호 속에서 설탕 같은 달콤함에서 현실로 일어났다. 다리 끝에서 시큼한 토마토 냄새가 났다. 그래, 이건 토마토 시체 같은 냄새다. 곧 초파리들이 달라붙겠지, 정말 끔찍해. 눈곱을 떼며 몸을 일으켜 세우자 참호 밖으로 과일군 차림의 군인 2명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고양이가 우리에게 흥미로운 눈을 하고 다가올 때의 그 느낌의, 그러니깐… 소름? 맞아, 그런 걸 느꼈다. 재빨리 몸 안에 품고 있던 BB탄 총을 꺼내어 군인들을 향해 쐈다. BB탄 총은 거침없이 스프링 소리를 내뿜으며 나갔지만, 맙소사, 총구에 흙이 끼어있어 나가지 않았다.

    과일군 군인들에겐 축복이었다. 

    나의 스프링 소리를 듣자 과일군 군인 2명은 재빨리 몸을 숙이고 포복자세로 기어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분명 날 포로로 잡을 생각이었다! 

    나는 많은 고민에 잠겼다. 

    자살까지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가 있기에 나는 총구를 막은 흙을 손질도구로 빠르게 긁어댔다.


    -----------

    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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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13 17:29:15  121.174.***.227  사과쥬스  1316
    [2] 2014/08/13 18:57:57  175.126.***.232  shinejade  45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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