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맨유경기를 우리나라에서 해줄때부터 풀경기를 봐왔습니다.
못보게 될때에는 하이라이트를 보기보다는 꼭 웹하드에서 풀경기를 다운받아봤습니다.
오랫동안 맨유경기를 본 입장에서 판할의 방식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판할 감독은 퍼거슨처럼 전술을 유연하게 가져가지도 않고, 안첼로티처럼 선수에 따라 전술을 짜지도 않습니다.
언제나 조합조합조합조합을 생각하죠. 여기에 원칙이 아주 확실합니다.
챔스 예선에서 루니 에레라 때 잘하니까 그 조합을 계속 쓰고,
치차리토가 부응을 못하자 바로 팔아버리고, 아주 확실한 원칙이 존재합니다.
이번에 스완지전에서 맨유가 볼점유율은 압도했지만 한번도 정석대로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저는 점유율은 높지만 공중볼을 계속 빼앗기는 거 보면서 왜 펠라이니를 미리 넣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골 넣을 때도 루크쇼가 수비공을 뺏고, 튕겨나온 볼을 경합하는 과정에서 공이 스완지 쪽으로 흘러들어간 변수가 역습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죠.
차이를 만들려면 차이를 만들 선수가 필요했는데, 일단 전판 괜찮았다면 그대로 적용하는 정태적 기대를 판할은 애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확고한 원칙 하에 있던 실험정신은 작년말 크게 발휘되었죠.
2선 3선만 적어보자면
영 펠라이니 에레라 마타
케릭
이 전술로 투레가 있었던 맨시티도, 쿠티뉴, 스털리이 있었던 리버풀도, 토트넘도 이겼고, 첼시와는 동점을 발휘하는 기염을 뿜습니다.
죽음의 연전을 아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4위에 안착했죠.
하지만 판할의 실험의 특징을 보자면 선수들이 어떠어떠한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그걸 인식한 판할이 위 포메이션을 짠게 아니라
그냥 저렇게 조합을 바꿔보니까 잘되더라 라는 귀납적 실험입니다. 귀납적 실험으로 끊임없이 조합바꾸고, 거기서 결과를 계속 노트에 적고,
비교해서 좀 더 나은 전술을 찾아가는 거죠. 조합을 바꾸는데는 포지션의 변화도 동반됩니다.
루니의 미드필더화,
푸욜의 중앙수비수화,
슈슈의 수미화
성공한 것도 있고 실패한 것도 있지만, 레드냅이 베일의 포지션을 변경한 사례처럼 어떠한 재능을 발견하고 포지션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
바꿔보고 잘하니까 쓰는겁니다. 패스력되는 중앙수비수 구하다가 블린트가 미국에서 잘하니까 그대로 안착시킨 것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판할 방식은
1. 어떠한 감독도 발견하지 못했던 황금조합에 다가갈 수 있다는 점.
2. 선수 본인도 몰랐던 숨은 재능을 끌어낼 기회를 준다
라는 점에서 커다란 장점을 가지지만
1. 조합을 실험하는 동안의 팀성적의 담보가 불확실하다는 점
2. 전술적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점
(퍼거슨이었으면 70분에 다르미안 out- 영 in, 그러나 발렌시아는 내려서 윙백의 공격력 강화 라는 식으로 교체는 한번이지만 3개 포지션변화를 일으켜서 순간적인 변화로 한골 더 넣고, 공 돌리다가 3점 챙겼을 겁니다)
3. 새로운 선수가 영입이 되면 다시 실험은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점.
이라는 단점을 가집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이 3번부분입니다.
작년에 위에 적은 포메이션으로 강팀들 다 이겼고, 비록 첼시는 비겼지만 펠라이니가 조우마에게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은 좋았을 정도로
완성된 조합이었죠. 아 뭔지는 모르지만 실험해보니까 이게 좋더라 라는 식.
어떤 기전으로 병이 발생하는지 모르지만
통계적으로 담배피는 사람이 안피는 사람보다 이 병에 걸릴 확률이 몇배나 높더라 라는 기사 많이 접해보셨을 겁니다.
의학 임상실험에서 자주하는 방식입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렇더라.
판할 방식은 좋은 조합을 발견하고도, 새로운 선수의 영입을 통해서 그 조합을 버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 펠라이니 에레라 마타
케릭
이 검증된 조합을 전혀 쓰지 않았고,
바꾸더라도 케릭자리에 슈나이덜린, 슈슈 를 넣는 식으로 다음실험으로 진행되었어야 했지
아예 새판을 짜서는 안되었습니다.
위조합에서는 영은 크게 벌리고 마타는 좁게 들어가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앙으로 들어오는 성향의 데파이와 마타의 동시기용은 스완지 다이아몬드 전술에 그냥 갇혀버리고 말게 되었죠.
영입한 선수를 안쓰는 거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판할은 영입한 선수를 고정시키고 나머지를 바꾸는 식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즌후반되면 조합에 따른 자연스러운 최적결과가 또 나타나서 막강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 시즌에 또 유지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뮌헨에 있을때는 뮌헨에 맞설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에 우승과 실험을 동시에 잡아낼 수
있었지만 epl에서는 성적과 실험을 동시에 챙기기는 힘들 겁니다.
ps. 물론 퍼거슨도 귀납적 실험을 했습니다만 퍼거슨의 귀납적 실험은 철저히 칼링컵 fa컵에 집중되었었습니다.
예전에 fa컵에서 하파엘과 파비우를 윙으로 기용해서 아스날을 이긴 경기가 생각이 나시는지요?
하지만 리그에서는 기존 전술을 유지한 상태에서 70분에 교체대비 많은 포지션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
챔스에서는 원정에서는 4-3-3 으로 지지 않는 전략, 홈에서는 4-4-2 로 보다 공격적인 전략을 취했죠 (이 전략으로 루니 치차리토로 챔스 결승까지 감)
판할의 실험과 퍼거슨의 실험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게다가 퍼거슨은 연역적 실험마저도 했습니다.
박지성이 이적했을 때, 맨유는 4-3-3으로의 전환을 노렸습니다만 실패했습니다. 관중들은 다시 4-4-2로 돌아가라는 플랜카드를 내걸었었죠.
퍼거슨은 다시 4-4-2로 돌아갔지만 박지성이 문제였습니다. psv 히딩크도 4-4-2를 쓰는 맨유가 박지성을 왜 데려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보였습니다만, 몇개의 실험후에 퍼거슨은 '박지성의 활용법을 찾았다' 라고 밝히며 변칙 4-4-2를 도입합니다.
새로운 형태인 수비형윙어의 도입으로 맨유는 스위칭만으로 순간적으로 4-3-3, 4-4-2의 변화를 한 경기에서 모두 이루어냈죠.
술먹고 적어서 글이 정돈되지 않았습니다.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쓴 것이라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