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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계시판. 놀러오시면 잔잔한 시와 소설로 당신의 마음을 녹여내는 오징어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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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여러분.
현재 저희 비행기는 급격한 기류변화가 있는 지역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침착하게 자리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승무원들도 앉아서 안전벨트를 해주십시오.
기내가 약간 소란스러워 졌다. 승무원들에게 안전벨트를 매라는 말은 흔하지 않으니까. 안내방송이 끝나자 승무원들이 침착하게, 혹은 긴장한 얼굴들로 자리에 앉았다. 내 앞에는 잔뜩 긴장한 승무원이 간의의자를 펴고 앉았다. 어려보이는 얼굴이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은 처음인가보군.’
나는 느긋하게 잔에 담긴 위스키를 마셨다. 잔을 비우자마자 기체가 크게 흔들렸다. 이곳저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비행기를 자주 타는 일을 하다 보니 비행기 내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은 익숙하다.
“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욕지거리를 삼킨다. 가장 흔들림이 없는 날개 옆자리를 선택해서 아주, 아주 잘 보인다. 불타고 있는 엔진이.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떨리는 손으로 펜과 작은 수첩을 집어 들었다.
손님 여러분.
저희 비행기의 엔진 하나에 잠시 이상이 감지되었습니다. 큰일은 아니오니 모두들 침착하시고 자리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항공은 친절을 다하는 OO항공입니다. 승객 여러분을 안전하게 모시겠사오니 승무원들의 말에 따라주십시오.
모두 제자리를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발…….”
제자리고 나발이고 이건 이제 끝이다. 불길이 다른 엔진에 옮겨 붙기 시작했다. 살고 봐야 한다. 무조건 살아야 한다. 다행이 바다 위니까 잘 착륙해 본다면 살아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보험금은 얼마나 나오려나.’ 문득, 죽었을 경우를 생각했다. 미국에서 예약하는 습관을 들이는 걸 잘한 것 같다.
슬슬 사람들이 이상함을 눈치 채기 시작했다. 기내가 소란스러워 진다.
“불이다 불!”
“엄마!”
사방이 소란스러워지고 하나둘 일어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아직 안전벨트 등은 꺼지지 않았다. 기내가 크게 기울고, 일어섰던 사람들이 기내를 날았다. 순식간에 기체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저, 저! 개 씨x새끼들, 저 새x들 낙하산 타고 도망간다!”
한 승객의 외침에 기내는 절망에 빠져들었다. 남은 승무원들도 사색이 된다. 그런 승무원에는 내 앞에 있는 승무원도 포함되어있었다. 살고 봐야한다. 아직 연인도도 만들어 본적이 없단 말이다!
“이봐요. 당신! 이 근처에 남은 낙하산 없습니까?”
내 말에 승무원이 놀란다. 그녀는 황급하게 앞쪽을 가리킨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안전벨트를 풀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나는 순간적으로 벨트를 풀러 그녀의 안전벨트를 끌렀다. 그녀의 향수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장미를 기본 베이스로 한 중저가의 상품인 것 같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질주했다.
‘망했군.’
이미 앞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낙하산을 껴입는다. 승객용 낙하산은 있을 리 없으니 아마 저게 마지막일 것이다.
‘자, 잠깐만!’
한 승객이 비행기 문을 열기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미x새끼, 자기는 낙하산을 맸다 이건가!’
앞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뒤로 갈수가 없다. 비어있는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를 돌풍이 휩쓴다.
‘시발 진짜. 몇 명이 죽는 거야.’
가늘게 뜬 시야에 날아가는 승무원이 보인다. 내 앞에 앉아있던 그녀다.
“젠장, 젠장. 젠장!”
팔을 뻗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순간적으로 어깨와 복부에 충격이 왔다. 안전벨트는 간신히 둘의 무게를 버티고 있었다.
고개를 들자 그녀의 치마속이 보인다.
‘큿. 하얀색.’
나는 잡념을 지우고 그녀를 천천히 끌어당겼다. 팔이 떨어져나갈 것 같지만, 한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다는 생각에 필사적이 되었다. 이를 부서질 듯 악물자, 팔에 핏줄이 솟구쳤다.
그녀가 좌석을 붙들고 간신히 자세를 잡았다. 그녀가 울먹거리며 고맙다고 고개를 숙인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이걸 어쩌죠.”
그녀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뒤쪽에서 가방 하나가 날아왔다. 문득 내 가방이 떠오른다.
“그래! 그걸, 활용한다면 낮은 고도에선 살 수도 있을 거야.”
나는 천천히 자리로 돌아가 가방을 꺼냈다. 승무원이 다가와 물었다.
“뭐, 뭐죠 이게?”
“이게 바로……. 국산 과자다.”
그녀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경, 환희, 그리고 질투가 섞여 있었다. 아무래도 부러운 모양이다.
“이게……. 그, 어떤 상황에서도 과자를 완벽하게 보호한다는 전설의……!”
“그래. 하지만 이건 다른 국산과자랑은 차별화 된 상품이야. 100G당 1만원을 호가하는 1+등급의 초호화지.”
“맙소사……. 말만 들었지, 실제로 가지고 다니는 호구는 처음 봐요!” 그녀의 말이 이상하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후. 출국하는 김에 면세점에서 사두었지. 정말 그때의 나를 칭찬하고 싶군.”
그녀가 울먹거린다.
“제겐, 나트륨도 많고 지방도 많은 수입 과자뿐이에요. 어떡하면 좋죠?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면서, 몸에도 좋은 국산 과자도 없이 생존할 수 있을 리가 없어요.”
그녀의 눈이 나를 향한다. 절실한 눈.
“조, 조금이라면 빌려줄지도 모르지.”
비행기가 바다 위를 미끄러진다. 충격이 거세지만 나는 괜찮다. 부서질 리 없으니까. 내 것은 국산과자니까! 저렇게 지레 겁먹고 호들갑을 떨 필요도. 과자를 품에 꼭 안고 눈물을 흘릴 일도. 낙하산을 타고 도망칠 필요도 없다! 내겐 어느 상황에서도 부서지지 않을 국산과자가 있으니까.
갈매기 날고 햇빛 쏟아진다. 아름다운 비취색 바다가 눈앞에서 찰랑거린다.
“정말, 다행이에요. 우리에겐 국산 과자가 있으니까요.”
“그래 어떤 상황에서도 부서지지 않아.”
아직도 그 위용을 잃지 않은 빵빵함. 부서졌을 리가 없다.
“세상에! 이거 DR. U가 붙어있는 상표잖아요!”
“그래. 내가 왜 그렇게 자신만만했을 거라고 생각 한 거지? 겨우 과자 한 봉지에 담겨있을 감자칩 때문에? 천만에. 나는 그것보다 더 나중을 생각한 것이다.”
봉지를 뜯고 등장하는 감자칩. 완벽한 원. 빛나는 순수함. 심지어 먹는 사람들의 건강을 배려해 단 한방울의 기름도 사용하지 않은, 혹여나 영양소가 파괴될까 단 한 번의 열처리도 가하지 않은. 그야말로 생명이 살아있는 자연의 웅장함!
“후, 모든 DR. U 시리즈는 비상사태를 대비해 종자로써 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지.”
“과, 과자 하나에 그 정도의 열정이……. 언니, 우리는 살았어요.”
나는 감자칩을 높게 들어올린다. 이것이. 이것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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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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