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국민 과자로 불리는 ‘팀탐’(200g)은 현지에서 약 2500원에 팔리는 비스킷 제품인데 한국에서 두 배 가까운 4800원에 팔린다. 독일 대표 젤리인 ‘하리보’(200g)는 현지에서 약 800원인데 한국에선 3000원짜리 가격표가 붙었다.
유럽이나 미주 지역 과자들만 이런 게 아니다. 저렴하다고 생각되는 동남아산 과자들도 현지 가격과 비교하면 ‘바가지’가 따로 없다. 필리핀의 대표적 스낵류인 ‘조비스 바나나칩’(100g)은 현지에서 약 900원에 팔린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세 배 가까운 2600원에 판매 중이다. ‘7D 망고’(100g)는 필리핀 현지에서 약 1300원이지만 한국 진열대에선 가격이 3000원이다.
국산과자가 과대 포장 등을 이유로 욕을 먹는 틈새를 ‘물 건너온’ 과자들이 비집고 들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비교적 고가인데도 잘 팔려 ‘수입과자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과자류 수입액은 매년 10% 이상 성장해 2013년 4억3630만 달러(약 4780억원)에 달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닐슨이 조사한 지난해 국내 제과시장 규모는 3조9000억원 수준. 업계에서는 올 들어 수입과자가 전체 과자 시장의 20%에 이를 것으로 본다.
가격이 많이 부풀려졌는데도 수입과자 소비가 계속 느는 건 국산과자에 등 돌린 일부 소비자가 ‘수입과자=착한 과자’라는 맹목적 숭배 여론을 조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업주부인 한선희(46·경기도 군포시)씨는 “수입과자 가격에 비싼 감이 없지 않았지만 현지와 비교해 두세 배 비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가격이 비싸진 데는 복잡한 유통과정도 한몫했다. 유통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용구(경영학과) 숙명여대 교수는 “아무래도 수입과자는 틈새시장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바이어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유통 채널과 여러 중개상이 개입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가격이 다소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입과자의 국내 판매가에 의문을 품은 일부 소비자는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선택하고 있다. 14일 옥션 관계자는 “2012년 옥션을 통한 수입과자 직구를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에는 33배로 증가했다”며 “올해는 1분기 만에 지난해 직구 분량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주문이 많다”고 말했다.
가격 차이도 문제지만 수입과자의 식품 안전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손호준(30)씨는 수입과자 T제품을 먹다가 얇은 철심을 발견하고 해외 본사로 불만을 제기했다. 이후 영문 e메일로 추후 관리를 잘하겠다는 답신과 함께 소정의 상품권 증정이 전부였다. 한국소비자원에도 피해사례를 접수시킨 손씨는 “그나마 회신이 오기까지 3주일 넘게 막연히 기다려야 했는데 막상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보상책에 더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물질·불량품·곰팡이 등 소비자 피해가 생겼을 때 고작해야 수입과자 판매처에 환불이나 교환 조치하는 것이 전부다. 또한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따리상 등에 의해 불법 유통되는 경우 한글 표시가 전혀 없어 유통기한과 첨가물 등의 제품 정보를 알 수 없다.
국내 제과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는 인공감미료를 넣어 수입 부적합 판정을 받는 사례도 많다”며 “식품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