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오늘까지 연휴고 헛것과 씨름중이라 부모님께 말씀드리자니 걱정만 가중되고
담당의사 선생님 핸폰번호는 모르고 지인중에 내 병을 아는 사람은 없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남깁니다.
2006년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을 처음 받았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때 조현병이라는 말은 없었던건지 아니면 사용되지 않았던건지
하여튼 정신분열증이었습니다.
진단이 필요했던 이유는 신체검사 때문이었습니다. 남자로서 군대를 가야 했지만
환각증세가 심해 2년넘게 대학진학도 포기하고 방안에 틀여 박혀 형광등으로
방안을 도배하고 불빛 아래에서 생활해야 버틸 수 있었기에 어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습니다. 당연하게도 군대는...
성인이 되고 당연히 신검을 받아야 했지만 상태가 상태인지라 불참을 하게되었고
1년이 넘고 2년째 되던해에 고소 고발이 된다는 연락을 받아 방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나와야 했고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밝은 곳이 아닌 그림자가 있는 어두운 곳에 눈만 가면 헛것들이
돌아다니고 깡통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습니다.
키 176... 몸무게 48kg....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 만으로도 3급 판정이 나오던거 같더라고요..
문제는 집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 이었습니다.
웃기게도 고소 고발 되어 밖으로 끌려나가는게 나을거라고 생각을 20번이나
했습니다. 그 만큼 밖으로 나가기 위해 20번이상이나 시도를 했고 몇달간 밝은
빛에서 생활하며 보이지 않았던 헛것들도 다시 봐야 했고요..
가장 힘든건 부모님 이셨을 겁니다. 하나있는 자식놈이 정신병에 걸린것도
억울한데 고소까지 당해서 징역을 산다면 억장이 무너지셨을 겁니다.
20번의 시도가 넘어가고 결국 버티다 못한 어머니께서 저를 밀치시며 대성
통곡을 하셨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와 함께 같이 우셨고요..
그때 하셨던 말이 저를 밖으로 나오게 했습니다.
"나가자! 무서운거 지? 죽을 것 같은거지? 엄마하고 아빠는 지금 널 이해 못해
이번에는 널 끌고 나갈거야 혹시라도 진짜 죽을 것 같으면 말해! 엄마가 먼저
죽어 줄께"
글로 쓰고 읽어 보면 조금 이상한 느낌이 있습니다만.. 그때의 어머니의 표정과
눈빛을 마주하고 들려오는 말에서 오는 힘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날의 기억은...정말 처참하고 무섭고 목을 옥죄어 오는 것 투성이었지만.
제 눈에 들어오는 하늘은...미친듯이 맑고 밝았습니다.
아버지께서 빌려오신 봉고 트럭뒤 짐칸에 누워 병원에 갔으니까요 (불법이지만..)
병원에 도착을 하고 병실로 들어가야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병원 입구에서 부터 미친듯이 큰 소리들과 헛것들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이를 악물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거든요..
그때 의사 선생님이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를 가지고 나와 주셨습니다.
직접 트럭위로 올라오셔서 웃으시면서 저에게 말 걸어 주시는 의사 선생님의
모습은... 진짜..
못생겼었습니다. (응?)
누구를 평가 할 상태가 아니였음에도 진짜 선생님이 못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신기하게 생각하며 얼굴을 바라보면서 하는 대화가 30분정도 지났을까요..
"다행이에요~ 그래도 빨리 오셨네요 조금 더 검사를 해봐야 하지만 일단 약부터
먹고 반응을 보죠"
의사선생님의 아무렇지 않은 병이다 뭐 이런걸로 이렇게 힘들게 살았냐 라는
등의 반응에 의외로 조금 불안감이 가셨고 약을 먹고는 잠에 들었습니다.
세상에나..그렇게 달콤하게 잠을 이뤄 본적이 있던지.. 마약같이 깨지 않고
잠만 자고 싶었습니다. (아..그렇다고 죽고 싶다고 생각한건 아닙니다. 겁이 많아소..)
여튼 눈을 떠보니 병실이더라고요
의사선생님은..사기꾼...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의 정신분열증상에 1년간 병원에 입원하면서 약물 치료를
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헛것과 괴음이 들리지 않아 야외에도 나가고 하면서 엄청 먹어 댔습니다.
두달만에 80kg를 넘기고... 그렇게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쓰다보니 엄청 길어 졌네요...그냥...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살았다고 그런데 실제로 저를 아는사람이 이걸 알게 하고 싶진 않아요
아직도 병을 가지고 있기에...
이번에는 무슨 증상이려나...밝은 방에서도 보이는 이 남자아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