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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14655
    작성자 : 푸른영혼
    추천 : 6
    조회수 : 356
    IP : 175.194.***.64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4/08/12 01:25:29
    http://todayhumor.com/?readers_14655 모바일
    [병신백일장] 낙태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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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쳐보이는 그대에게 서툴지만 진심으로 보내는 글

    책게가 당신을 안아드릴게요.

    ----------------------------------------------------------------------------------------------------------------------------

    일단 원래 제목은 '1년동안 글 안쓰는 놈이 쓰는 글'이었는데 일부러 눈길 좀 끌어보려고 자극적인 제목을 썼다. 양해바란다.

    이 글은 사전적 의미의 낙태에 관한 내용이 아님을 먼저 밝힌다.


    사실 내가 병신백일장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스물 다섯을 살면서 가장 병신같았던, 그래서 애써 부정하고 피해보려 하던 기억들을

    쏟아내 보고 싶었던 것이 가장 컸다.

    평소 고게에 익명으로 몇번씩 글을 올릴까 하다가, 결국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웠다.

    그런 이야기다. 너무 우울한 이야기일 수 있으니 일단 주의.


    글쟁이 내지는 글쟁이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런 마음 알 것이다.

    자기가 쓰고 있는 작품이 자기가 잉태한 아이같다는 생각.

    내가 이 작품이라는 아이의 어미라는 생각.

    어미가 아이를 세상 밖으로 잘 내보내야 하듯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세상 밖으로 잘 내보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직 완성조차 되지 못한 작품이 좌절될때, 뱃속에서 아이를 잃은 어미의 심정과 흡사하다.

    (물론 진짜 아이를 잃어본 어미의 심정까지 낱낱이 알지는 못한다. 그 애끓는 마음을 남자인 내가 어찌 알까.)

    나는 낙태를 두 번이나 했다.




    1.

    중학교 2학년때부터 나는 문학의 길로 접어들었다.

    사춘기에 흔히 있을법한 중2병 내지는 내 인생에 처음으로 있었던 암흑기 끝에 나는 꿈을 찾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꿈이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칭찬받지 못하는 그런 꿈이었나보다.

    나의 어머니는 내 꿈을 반대하셨다.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잠시 하자면, 어머니는 불같은 사람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마음이 한없이 여려서 남들한테 데이지 않으려 일부러 강해진게 아닐까 싶다.

    사춘기인 나는 어머니와 많이도 싸웠다. 많이 얻어터졌고 욕도 많이 먹었다. 그 일들은 내게 끔찍한 기억이 되어 아직도 어머니에 대한 증오심이 될 때가 있다.

    내가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돈도 못벌어먹는 그런 쓰잘데기 없는 걸 뭐하러 하냐고 하셨다.

    난 그래도 고집을 부렸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모르게 몰래 글을 쓰기로 했다.

    물론 몰래 글을 쓴다고 되는 건 아니었다. 가끔씩 몰래 쓰던 글들은 발각되기 마련이었고, 그런 날은 헬게이트가 열렸다.

    그래도 나는 꿋꿋이 포기하지 않고 꿈을 유지해 나갔다. 어머니, 저는 당신을 닮아 이렇습니다.

    본격적인 사건은 4년 뒤,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무렵이었다.

    개학이 가까워질 무렵, 나는 예전보다 더 많은 잔머리를 굴려가며 글을 몰래 쓰고 있었다.

    그때는 소설가보다는 드라마나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의 형식은 거의 시놉시스 식이었다.

    오전 오후에는 학원에 가야 했다. 집에 와서 저녁에 부모님들이 거실 불을 끄고 잠이 들 때까지 나는 공부를 계속 하였다.

    그리고 내 방 문을 살끔 열어 자는지 확인한 뒤, 나 역시 자러 가는 척 양치질을 하고 불을 끈 뒤 스탠드만 켜놓고 새벽 1시까지 글을 몰래 썼다.

    그 당시 나는 256mb짜리 mp3가 있었다. 이게 알람 기능이 있어서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새벽 세시정도에 맞춰놓고 잠을 청했다.

    가끔은 피곤해서 그냥 잘 때도 있었지만 이어폰에 노래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일어나 다시 스탠드를 켜고 마저 시놉시스를 썼다.

    내가 상상하고 있던 몇몇 작품들과 은밀히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내 세상이었다.

    내가 설정해놓은 배경, 내가 설정해놓은 가상의 캐릭터, 그들이 서로 얼키고 설키며 만들어내는 여러 사건들.

    내 마음 속에 이미 드라마 한 편이 방영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 드라마에 뛰어들어 내가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눈물 흘리기도 하고, 울고 웃고 그랬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그날 역시 알람소리에 깨어 졸린 눈을 비비며 스탠드를 켰다.

    그리고 시놉시스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방문이 열리는 것이었다.

    "뭐하니?"

    귀신처럼 등장한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화들짝 놀라 쓰고 있던 노트를 뒤집었다.

    어머니는 단번에 알아챘다. 아들 녀석이 자기를 속여가며 몰래 글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니 사실은 그 전부터 알고 계셨다.

    어머니는 특유의 억양과 욕설을 섞어가며 나를 구박했다. 그리고

    노트를 빼앗겼다. 난 네 머리 꼭대기에 있어.

    허망했다. 내가 만들어놓은 세계가 그렇게 허무하게 뺏겨버렸다.

    몇일을 잠도 못자고 밥맛도 없었다. 몰래 숨겨놓은 곳을 찾아 다시 가져오려 시도했으나 어디다가 숨겨놨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절망스러웠다.

    몇일 후, 일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콘을 보고 있던 나에게 어머니가 내가 쓰던 하늘색 공책을 던지듯 떨어뜨렸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너 이거 네 손으로 직접 찢어서 버려. 안 그러면 내가 직접 찢어서 버릴 거야."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당장 내 손으로 찢어서 버린 뒤 화장실에 들어가서 슬픈 듯 기쁜 아주 모순된 감정을 느꼈다.

    그날 새벽,

    모두 잠이 든 새벽 3시

    난 그날도 버릇처럼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났다.

    침대에서 나올 때부터 숨소리 하나 안나도록 아주 조심히, 살금살금, 내가 찢어서 버린 원고가 담겨진 베란다 쓰레기봉투를 향했다.

    mp3의 희미한 불빛 하나에 의지한 채로, 아주 조심히.

    한걸음 한걸음. 심장이 바닥에 떨어질 뻔했다.

    주방 옆 베란다 문을 열고, 차디찬 바닥을 딛으며, 쓰레기 봉투 부스럭 거리는 소리 하나 나지 않게,

    그렇게 희미한 불빛 하나에 의지한 채로, 아주 조심히 나는 내가 죽여버린 내 세상을 다시 수거해갔다.

    다음날 학교로 가져간 원고 조각들을 퍼즐 맞추듯 테이프로 붙이며 나는 다짐했다.

    너희들이 언젠가는 온전한 모습으로 다시 세상 밖에 나올 수 있도록 내가 약속하겠노라고.


    2.

    그렇게 나는 국문학과에 진학하면서 계속해서 아슬아슬하게 꿈을 유지시켜 나갔다.

    그리고 작년 7월, 나는 드디어 넉다운되고 말았다.

    국문과에 오면서 내가 딱 한가지 좋았던 것이 바로 '학회활동'이었다.

    학회란 스터디 내지는 동아리 그 경계에 있는 것이었는데, 내가 가입한 학회에서는 창작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인원도 소수였고 담당 교수는 40대 여성 시간 강사였다. (후에 주임교수가 된다.)

    어차피 나는 아싸였고, 그래서 나는 조용히 학회활동만 열심히 하고 다녔다.

    학회 사람들은 다 나보다 선배였다.

    난 작게나마 나와 즐거운 관계를 맺고 있는 그들이 고마웠다.

    학회활동을 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어낸 단편 작품들도 몇개 써냈다. 물론 공모전에 출품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누군가에게 인정받아가며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뻤다. 떳떳하지 못했던 나도 이제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겠구나.

    2학년이 되고 나는 군대에 갔다 왔다.

    그리고 학회 멤버는 한 차례 물갈이를 했고, 군대에서 면회온 담당 교수와 멤버들을 만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나갔다.

    내가 일병이었던 때였나? 상병때 쯤이었나?

    학회에서 하는 활동 중 요새는 시나리오를 직접 써서 영화화시켜보는 취지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나도 전화를 통해 얼른 전역해서 작품 하나를 써보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 어찌어찌 전역한 나는 다시 학교로 복귀했다.

    예전과는 같지 않지만 새로운 학회 선배들과 친해졌다.

    그리고 그 중 한 선배는 시나리오 퇴고작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 학회는 이제 학교에서 벗어나 조금 더 큰, 실제 프로들이 있는 세계에 입문하기 위해 활동하는 그런 집단이 되었다.

    2013년 초.

    담당 교수는 우리가 이제 엄연히 '회사'를 차린 것이 되며, 우리는 회사원이고 자신은 '대표님'이 된 것임을 공표하였다.

    나는 꿈에 부풀어 올랐다. 만약 내가 여기에서 좋은 활동을 해서 정말로 작가가 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나한테 더할나위 없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나에게는 정말로 기회가 왔다. 시나리오를 쓸 기회.

    이미 시나리오 퇴고작업을 하던 선배는 장장 13개월이 걸린 자신의 작품을 내놓기만 하면 되는 상태였다.

    (하지만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이, 이 작품은 쓰기는 그 선배가 다 썼고, 평은 멤버들과 함께 하였으나 작품의 저작권자는 담당교수였다.)

    나 역시도 조금은 미심쩍은 계약조건(실제 영화화될 경우 수익금의 90%를 갑이 가진다. 엔딩 크레딧에 교수의 이름이 올라간다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글을 쓸 기회를 주는구나, 옳다구나 하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껏 살면서 그렇게 열심히 글을 써본 일은 없었다.

    나는 두시간 반이나 걸리는 통학거리에도 불구하고, 학업마저 등한시한 채 시나리오에만 몰두하였다.

    매주 품평을 가질 때마다 나는 칭찬을 받았다. 작두탄다는 소리를 수십번은 들었다. 나는 은연중에 착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이 학회 멤버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며 나는 꼭 성공할 것이다. 나는 천재다. 이런 미친 상상.

    정말이지, 병신같다 못해 욕하고 때려줘도 시원찮을 상상이다.

    때는 2013년 7월, 드디어 사건이 터졌다.

    시나리오는 3고를 앞두고 있었다.

    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글을 쓰고 있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어딘가 갔다 오시더니, 자신의 친구 중에 시나리오작가가 있다며,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한다.

    그런데 나같은 경우가 백에 백은 사기라는 말을 하셨나보다. 어머니는 내게 그 말을 하셨다.

    "그 교수 그거 사기꾼아니냐?"

    나는 발끈해서 아무 말도 듣지 않고 나가버렸다.

    왜 믿지 않는 거지? 10년이 넘도록 단 한번도 나를 격려한 적도 없었는데, 지금와서 사기네 어쩌네라는 말로 나를 돌아세우게 하려고?

    씩씩거리며 나는 카톡을 보냈다. '대표님'한테.

    위로받고 싶었고, 확인받고 싶어서.

    우리 어머니가 당신을 사기꾼으로 의심한다고.




    '대표님'은 당장 나한테 전화해 노발대발했다.

    내가 사기꾼으로 보이냐며.

    이건 위기였다. 더없이 큰 위기. 내 앞에 갑자기 해일에 덮친 격이었다.

    나는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시나리오를 무산시키면 어떡하지? 거의 반년을 이거에만 매달렸는데.

    내가 온갖 열정과 노력을 쏟아내서 만들어내고 있는 작품인데.

    솔직히 당신 이름으로 올린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억울하더라도 이게 내 인생 시작이구나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당신은 참 야속하게도...



    그래, 어머니한테 내가 전화했을 때 나는 직감했다.

    당신이 어머니와 전화를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현실로 일어났을 때 나는 정말이지 아득했다.

    당신은 나와 어머니를 싸잡아 욕하는 글을 카톡에 올렸고

    그 글을 본 선배들도 이제 더이상 못참겠다며 다함께 학회에서 탈퇴를 선언했었지.

    이건 누가 더 잘못했느냐 그런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좆병신이라서 일어난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솔직히 묻고 싶다. 당신, 정말 그런 마음 눈곱만큼도 없었는지.

    당신은 나를 욕할 것이고

    나 또한 역시 당신을 욕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나는 내가

    그냥 죄가 많은 사람이고, 쓰잘데기없는 사람이고, 죽어도 시원찮을 놈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스스로 내 꿈을 낙태시켰고, 13개월이나 걸린 시나리오를 무산시켜버렸으니까.

    난 죽어야 마땅한 개새끼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당신에게 사과할 마음은 없다.

    내가 사과해야 할 상대는 그 형이다.

    그런데 아직도 연락하지 못했다. 1년 넘게.

    아마 전화하면 나를 욕하겠지. 살다살다 너같은 개병신은 처음본다며. 그 착한 형도 나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늘어놓을게 틀림없어.

    난 무기력해졌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언젠가 내가 자살을 하면 언제할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희망이 정말 0%가 됐을때, 그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게 희망이 0.001%라도 남았다면 나는 살아갈 것이다.

    그 사건 전에 나는 200%의 희망을 품고 있었고, 후에 희망은 한낱 호접지몽, 아니 그것보다도 더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

    지금은 딱 0.0001%의 희망만 가지고 살고 있다.

    그래서 못죽겠다. 당신들이 칼들고 찾아와서 날 죽이지 않는 이상 난 바퀴벌레같은 목숨 부지해가며 어떻게든 살 것이다.

    아르바이트 해서 100만원 넘게도 벌어보고 가슴 뜨겁게 사랑도 해보고 좋은 책도 읽어보고 그러면서 어떻게든 살 것이다.

    드라마 아카데미에 가입해서 교육도 받아보고 드라마 작가로 거듭나는게, 조금은 막연하지만 내 목표가 된 것 같다.

    그때 가서 만약 만나게 된다면, 당신들에게 맞아 죽어도 아무렇지 않을 내가 되어 있기를.


    ------------------------------------------------------------------------------------------------------------------------



    솔직히 내가 지고 있던 짐을 다 풀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다 게워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장황해지지나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쉽지는 않네요

    전에 올린 글도 조금 어두웠는데 이 글은 더 어두우니 읽으면서 많이 우울해지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책게에 언젠가 연재하겠다고 공지해놓고 결국 큰소리만 치고 손놓은 상태가 되어버렸군요.

    저는 이번 병신백일장을 계기로 무기력에 빠져버린 제가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에서

    아무에게나 털어놓지 않는 이야기를 용기내서 올려봅니다.





    Don't forget, 2014.4.16.


    푸른영혼의 꼬릿말입니다
    까망별2

    희뿌연 담배연기 내뿜으며
    밤하늘 올려다보니
    홀로 외로이 떠있는 달 하나
    나는 별
    나는 까망별

    그 많던 별들의 합창 어디로 갔을까
    암흑에 젖어 어느 이름모를 사막에 떨어졌을까
    공연 끝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이
    나는 별
    나는 까망별

    나도 모르게 무언가 계속
    흘리면서 살아왔는데
    다시 주우려 뒤돌아보니 길은 없고 낭떠러지만
    나는 별
    나는 까망별

    나도 운석따위나 별똥별처럼
    어느날 아무도 모르게 
    떨어져 죽을지도 몰라
    나는 까망별
    너도 까망별


    201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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