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부터 커다란 역사 이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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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떡하지? 나의 머릿 속이 새하얘져왔다.
나는 지금, 이 갖힌 공간에서 나의 존재를 알려야만 한다.
이 작고 밀폐된 공간, 작은 창문만이 환풍구 역할을 하고 있는 이곳에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금 문을 두드린 저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
똑, 똑, 똑 -
어떡해야만 하는거지? 지금이라도 당장 소리를 지를까?
나는 나의 차림새를, 어둠으로 인해서 달빛으로만 간신히 볼 수 있는 거울에 비쳐보았다.
이런 차림새로는 누군가가 나를 발견한다고 하여도,
내가 그들의 앞에 나타난다고 하여도 서로에게 당혹스러운 일만 될 것이다.
어쩌면, 밖에 있는 사람이 나의 존재를 무시하고 가버릴지도 모르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일이 커진다... 나는 고민해보았다. 어떻게 해야할까?
왜 하필이면 이럴 때에, 늘 나를 그렇게 괴롭히던 '그'는 멀리 나가버린 것인가.
쾅, 쾅, 쾅 -
" 저기요.. "
어떻게하지? 어떻게 하면 좋지? 나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시야 사이로
이것저것 집어보았다.. 무언가가 집혔다.. 적당한 두께와 길이..
그래.. 이 정도면 저 반대편에 있는 사람도 당황하지 않고..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아니하며, 나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크게 호흡을 들이쉬었다.
" 네!!!! "
" 아, 문 좀 열어주세요~ "
어슴푸레 보이는 거울로 나의 모습을 확인했다.
물론 늘 보는 '그'처럼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썩 갓 졸다가 나온 티를 낼 수 있을것이다.
나는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다시 숨을 들이쉬고, 더듬더듬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 네, 나가요~ "
문을 열었다, 환한 빛이 쏟아져 왔다..
저 안과 다르게 이렇게 밖은 밝다니...
그리고 다시 한 번 문을 열었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
*
(밖에서 문을 두드리던 사람의 시점)
아, 정말 문을 왜이렇게 안 여는거야. 짜증이 났다.
전화도 집전화로 해놨으니 분명 이 집안에 있을 터인데.
그러던 때에, 사람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리고, 드디어 희망적인 목소리.
"네, 나가요~"
드디어, 이제 조금만 참으면 돌아갈 수 있다.
지긋지긋한 이 더운 여름날, 이 머리를 덮고 있는 모자도 벗고 갈 수 있다.
달칵.
아아 - 시원함과 가까워지는 소리...
" 늦어서 죄송합니다. "
.................................................................
나는 그대로 얼음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거품이 잔뜩 묻어서 뚝뚝 떨어지는, 헝클어진 머리카락...
온 몸을 적시고 있는 물과 어깨로 뚝뚝 떨어지는 거품..
그리고.............................
샤워타월로 간신히 가리고 있는 중요부위....................
" 늦어서 죄송합니다, 동생이 어디 나가서요. 지갑 찾아다 드릴게요. "
나는 그대로 치킨을 내려놓고.......................................
도망가야 했다..... ㅇ ㅏ ㅇ ㅏ ㅇ ㅏ..........
다시보고싶지 않아...........................
*
(다시 처음의 그 화자)
동생놈이 어딘가에 두고갔을 지갑을 찾아야 한다.
지갑, 지갑, 지갑이 어디있지? 지갑 !
동생 방에서 지갑을 찾고 있을 무렵, 옷 맵시를 확인한다며 들여놓은 긴 전신거울이 보였다...
머리의 거품........................
갑자기 입에 거품이 생기며...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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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늘 괜찮은데
풀어내는 능력이 병신이네요...
그냥 결국 병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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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저 차가운 바닷물을 뜨거운 우리의 눈물로 모두 적실 수 있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