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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14550
    작성자 : 햇살조아
    추천 : 10
    조회수 : 456
    IP : 121.168.***.111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4/08/11 10:53:18
    http://todayhumor.com/?readers_14550 모바일
    [병신백일장]자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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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한 권의 책을 만들 수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
     
     
     
    자전소설
     
     너는 야동을 좋아한다. 장담컨데 너의 데스크 톱 혹은 노트북의 각종 새 이름 폴더에는 야동이 수북히 쌓여있을 테고, 침대 밑에는 소녀 아이돌의 그라비아 누드 화보집이 수북히 쌓여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야동을 좋아하는 너에게 내가 만난 최악의 괴물을 말해주고자 한다.
     
     그러니까 대략 일주일 전, 책방 알바를 마치고 야동에 심취하던 평소와 달리 친구와 술자리를 가졌고 혼자서 끙끙 앓던 비밀을 이야기했다. 나는 요즘 괴물이 보인다. 이런 내게 친구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너는 나약하지 않아.”하고 중얼거리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를 나약하게 하는 것들은 모두 없애버려.”라고.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음에도 페이드인(Fade- In)된 우리 집 풍경은 언제나 변함없다. 나는 검은 모직코트에 검은 스웨터, 검은 냄새가 나는 아르마니 향수를 뿌리며 외출준비를 서두른다. 내가 이러는 사이 거실에는 괴물이 신문을 읽고 있는데, 친절하게도 주요 헤드라인을 소리 내어 읽는다.
     
     “왕년의 아이돌 대스타 전격 AV데뷔 6월 17일 대 발매,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20대들, 전라도 유람선 침몰사고로 100여명 물 속에 갇혀, 지하철 역 괴물 출현, 추모리본 훼손 빈번히 일어나… 정말 급변하는 사회로군.”
     
     나는 신발끈을 묶으며 아이돌의 AV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괴물은 덜컥 짜증을 낸다. “이런 젠장, 1993년 신문이잖아.”라고, 아무래도 화분 받침대로 쓰다 버리려고 빼둔 신문을 읽었나보다. 괴물은 옛 신문을 고이 접어두고 테이블 위에 있는 오늘자 신문을 다시금 소리내어 읽는다.
     
    “왕년의 아이돌 대스타 전격 AV데뷔 6월 17일 대 발매,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20대들, 전라도 유람선 침몰사고로 100여명 물 속에 갇혀, 지하철 역 괴물 출현, 추모리본 훼손 빈번히 일어나… 정말 급변하는 사회로군.”하고, 나 역시 침묵으로 동의하며 책방으로 간다.
     
     정말 급변하는 사회다. 어느 아이돌 스타가 순식간에 AV배우가 되고 지하철역에 괴물이 출현하는 사회, 이 사회의 중심에는 일본  GDP 성장에 3%를 차지한 AV 시장이 있고, 방황하는 내가 있다.
     
     책방에서 바코드를 찍어대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어 있을까. 나는 위와 같이 생각하며 아오이 소라가 열연한 AV에 바코드를 찍었고 이를 대여하려는 중년 신사에게 대여료를 받았다.
     
     신사는 오트밀색 레인코트에 감색 스웨터, 검은 선글라스를 쓴 멋들어진 사내였다. 그러나 이런 사내조차 급변하는 사회가 야기한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견디다 못해 AV를 아니, 아오이 소라를 찾고 있다. 아오이 소라는 1983년 11월 11일 도쿄 출신으로 가슴 B컵에 허리 29인치, 엉덩이는… 아니다. 너는 이미 알고 있다. 너는 이미 이 글을 읽는 순간부터 마음 속 깊이 아오이짱을 염두했을 테고,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릴 것이다.
     
     “검은 봉투에 담아주세요.”라고, 나는 신사의 말마따나 검은 봉투를 무대 위로 등장시켰고 암전된 세상 속으로 아오이짱을 밀어 넣었다. 1년 가까이 일하다보니 새삼 알게 된 사실인데, 대게의 사람들은 무언가 숨기려 하거나 이미 숨기고 있다. 나 역시 그러하고.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 조각이기에 진리는 아니다. 일례로 우리들이 좋아하는 아오이 짱은 온 몸의 콤플렉스를 자신있게 드러내어 연기에 임했고 그로인해 말미암아 그러지 못하는 우리들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조롱하고 또 위로했다. 아, 이 얼마나 멋지고 의미 있는 일이란 말인가! AV배우야말로 고리타분한 책방알바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우월한 직업이며 머잖아 내가 종사하고픈 멋진 신세계다. 그러나 내겐 어떠한 가능성도 남아있지 않겠지.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며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밤 8시 30분, 나는 퇴근하기 위해 사장을 기다렸지만 20분이 더 지나도록 사장은 오지 않는다. 나는 늘 9시 30분부터 규칙적으로 야동을 보기 때문에 늦어도 9시까진 퇴근 해야했다. 그러나 9시 30분이 다 되도록 콧수염을 기른 사장은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고심 끝에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 이 곳에서 야동을 보는 것이다. 어차피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거니와 이 시간대에는 찾아오는 손님도 거의 없다.
     
     그렇게 야동을 다운받아본지 30여분이 지났을 무렵, 가게 문을 열고 여손님 하나가 무대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깜짝 놀라 모니터를 꺼버렸고 손님은 “궁 21권 들어왔나요?”하고 묻는다. 나는 당황해서 대여 나갔다고 대충 둘러대려 했는데, 나보다 스피커소리가 빨랐다. 아, 신이시여. 스피커를 끄지 않다니!
     
     소리를 들은 여손님은 귀까지 벌게져서 무대 밖으로 나가버렸고 나는 문득, 손님의 비명소리와 얼굴 생김새가 아오이 짱을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까지 세상에는 비욘세를 닮은 사람들이 넘쳐나더니 요즘 들어 아오이짱을 닮거나 닮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외 정말, 정말 급변하는 사회다.
     
     결국 2시간 뒤에 가게 문을 잠그고 페이드 아웃(Fade- Out)된 집에 돌아온 나는 야동을 보기 시작했지만 평소보다 2시간 늦어서인지 사뭇 느낌이 달랐다. 유난히 목이 마르기도 하고.
     
     나는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는 비스듬이 열린 문틈사이로 드르렁하는 코고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나는 아무의미 없이 방문을 닫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고 이불사이로 튀어나온 괴물의 아니, 아버지의 다리를 보았다. 유난히 털이 적고 앙상하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는 언제나 앙상했고 급변하는 사회를 표류하는 괴물이었다.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건데 이런 아버지는 AV배우 에 어울리지 않는다. 무릇 AV배우라면 다리털이 무성하고 배가 나와야하며 입술이 두꺼워야한다. 그러나 AV배우에 어울리지 않는 아버지는 언제나 변함없는 신문 기사를 읽으며 감탄만 할테고 나는, 나는?
     
     나는 무거운 현실을 직시하며 물을 잔뜩 따라 마셨지만 연거푸 세 잔을 들이마셨음에도 갈증은 가시지 않는다. 아무래도 평소 야동을 가까이 하다보니 철분과 미네랄이 메마른 게 틀림없다. 나는 내 방안으로 들어갔고 문 정면에 있는 전신거울에 내 모습이 반사된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유난히 적은 다리 털과 앙상한 다리, 얇은 입술에 툭 튀어나오는 배가 보인다. 그렇다. 자칫 시시콜콜할 수 있는 나의 인생의 지금 이 순간!
     
     나는 급변하는 사회의 표류하는 괴물을 발견한다.
     
     
    ----------
    우리는 세월호 사고를 잊지 않았습니다.
    잊지만 않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부터 그렇게 하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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