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오랜만에 고등학교때 동창 친구들 몇명을 만나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추억 속에 앳된 모습들이 아직 눈에 선한데, 어느덧 다들 30을 앞둔 아저씨들이 되어 직장 이야기, 여자친구 이야기, 결혼, 육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의 알콩달콩한 연애 고민과 신혼생활 썰들에 의도치 않게 부들부들하게된 모쏠아저씨는 그저 알콜로 상처난 마음을 소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날, 공허한 위장과 지친 간때문인지 해장을 위해 얼큰한 음식을 떠올리게 되었고, 냉동실에 쌓아둔 해물로 해물짬뽕을 해먹기로 굳은 결의를 다지게 되었씁니다.
우선 맛있는 국물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4인분 짬뽕을 만들어야하니 400 ~ 450ml x 4 정도로 어림잡아 다시마, 멸치, 새우를 넣고 끓여 육수를 내줍니다.
몇 ml인지 재기 힘들면 라면 하나 끓일때 물보다 살짝만 덜잡아서 4번씩 부으시면됩니다.
육수를 내고 남은 다시마와 멸치 찌꺼기를 채에 거르기 귀찮으시면 다시팩등을 사용하시면 좋습니다.
고사이에 짬뽕면도 삶아 놓습니다. 면은 칼국수면을 선택했습니다. 나중에 칼국수면을 넣고 국물을 한번 끓여주면 국물이 걸쭉해지면서 짱뽕칼국수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그밖에 여러 종류의 국수를 시도해도 괜찮습니다.
삶은 면은 찬물에 행궈서 채반에 받쳐두었습니다.
본격적으로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춧가루와 마늘을 약한 불에 볶아줍니다. (4인분 기준 밥숟가락으로 고춧가루 3.5, 다진마늘 1.5)
불이 세면 고춧가루가 타버리기 쉽습니다.
살살살 매콤하고 기분좋은 냄새가 퍼질때까지 5분가까이 볶아주다가 냉동실을 뒤져서 나온 해물을 살짝만 해동해서 넣어줍니다.
오징어와 홍합 그리고 새우가 간택되었습니다.
고춧가루 양념과 잘 섞으면서 익혀주다보면 해물들의 냉기가 가시고 오징어나 홍합이 야들야들 해지고 수분이 배어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럼 준비해 놓은 양파, 양배추, 당근을 넣고 또 숨이죽을 때까지 잘 섞으며 볶아줍니다.
야채들의 숨이 죽고 양념에 골고루 버무려지며 어느정도 익어버린듯 합니다.
간장을 3숟갈 정도, 요리당이나 물엿을 2숟갈정도 넣고 또 볶아줍니다. 뒤적뒤적거리며 잘 섞어줘야합니다.
야채들이 너무 익어서 흐물해지기 전에 아까 준비해둔 육수와 해물야채볶음을 합체시켜줍니다!
그리고 센불에 국물을 팔팔팔 끓여주고 소금, 요리당, 다시다 등으로 간을 잡아줍니다. 저는 치킨스톡을 사용했습니다.
위에서 말한것처럼 칼국수 면을 넣고 함께 끓여주면 국물이 걸쭉해집니다.
국수를 넣고나서 다시 팔팔 끓는 국물에 파와 고추를 추가로 얹어주고 후추간을 해줍니다.
그리고 이제 그릇에 양껏 담아 서빙하면 짬뽕요리 완성입니다!
얼큰하고 좋습니다. 경직된 위장이 사르르 녹아버릴 것 같습니다.
짬뽕과 곁들여 먹을 녀석으로는 돼지고기를 선택했습니다.
알러지때문에 어머니는 드시지 못해 양해를 구하고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소금을 약간 넣은 물을 끓이고 돼지고기를 약 5분정도 삶아줍니다.
부위는 마트에서 세일을 하길래 등심을 사왔습니다. 오늘따라 껍질부분이 맛있어 보입니다.
삶은 고기는 꺼낸 뒤 또 약 5분정도 실온에 얌전히 식혀줍니다. 물기를 제거하고 껍질부분은 포크로 구멍을 송송 뚫어주었습니다.
크래클링을 만드려면 구멍을 뚫지말고 껍질부분에 물기만제거한뒤 오일을 살짝바르시면 됩니다.
껍질을 제외한 면에 양념을 발라준다. (커민, 설탕, 소금, 칠리가루, 마늘가루, 가람마살라, 로즈마리등을 거의 1:1:1 비율로 섞어서 만들어 놨습니다.)
껍질 부분은 오일을 살짝바르고 굵은소금을 뿌리고 문질러줍니다. 후추도 뿌려주면 맛납니다!
예쁘게 화장한 등심은 200도로 예열된 오븐에 약 50분 ~ 1 시간정도 구워주면 완성됩니다.
오븐 없이도 숯불같은 데 구워먹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바삭한 껍데기를 베어물면 과자처럼 부숴지면서, 껍데기 및 쫄깃하기 그지 없는 콜라겐과 지방이 카라멜이라도 된듯 이에 달라붙은 기세로 씹히고 이어서 담백한 등심살 결을 따라 고깃덩이가 찢어져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양념향이 돼지냄새를 잡고 매력적인 맛과 향으로 식욕을 돋굽니다.
세일가격을 보고 충동구매한 고깃덩이로 아무생각없이 만들어 봤는데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해장은 무척 성공적으로 마친듯합니다. 술이 다 깨니 다시 외로운 일상으로의 복귀가 기다리고 있네요.
돼지고기야 너는 날 외롭게 하지 말거라...
다들 한주간 맛있는 식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