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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449262
    작성자 : 익명YWFna
    추천 : 2
    조회수 : 108
    IP : YWFna (변조아이피)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06/07 10:29:41
    http://todayhumor.com/?gomin_1449262 모바일
    사람은 꽃이다
    옵션
    • 창작글
    갈수록 좋은 건 사람밖에 없는 것 같다. 

    저번에 다녀온 바자회 장소가 지어지다 만 것 같은 혹은 철거 예정인 것 같은 건물이었다. 
    봉사를 하러 갔지만 봉사자가 충분해서 할 것이 없었다. 
    시끌벅적한 바자회 장소를 구경하며 거닐다가 모퉁이 하나 도니 아무것도 없었다. 
    철골 구조가 드러난 텅 빈 콘크리트 복도를 따라 걸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음악 소리가 희미하게 멀어졌다. 
    창 밖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고 얼룩진 회색 콘크리트 벽은 길게 이어졌다. 
    내 발소리가 빈 건물에 울리는 것을 들으며 걷다가 다다른 복도 끝에는 비어있는 간이 야외무대가 있었다. 
    곧 공연이 있을 모양인지 빈 플라스틱 의자들만 수십개가 놓여져 있었다. 
    하늘을 보니 흰색이었다. 돔 너머의 하늘이 얼룩져보였다. 
    잠시 빈 의자 중 하나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한바퀴 돌고 왔는데 공연이 시작한다고 하더라.
    사람이 서서히 차기 시작하고 공연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삭막했던 공간인데, 혼자 있을 때는 버겁던 공기였는데 다른 이들의 존재로 공간은 잊혀지고 있었다. 
    폐건물이 더이상 폐건물 같지 않았다. 
    순식간에 마음이 녹아들었다. 
    수녀님들의 합창 중에 한 수녀님의 얼굴을 보았다. 
    지극히 행복해보이는 얼굴. 
    많은 것을 말하는 웃는 얼굴. 
    '의미는 자기가 만드는 것이구나', 깨닫게 했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의문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것만 알아갈 뿐이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열정과 감정을 만나며 내 행동의 가치는 내가 정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내게는 사람이 의미다.
    살아 있는 것 자체로도 귀하게 느껴지고 잠시나마 함께 있다는 것으로 감사하다. 
    모두를 그렇게 느끼는 것은 솔직히 아니지만, 
    긴장되지 않고, 자기를 솔직하게 내어놓는 태도는 너무 사랑스러워서 나까지도 순식간에 무장해제 시킨다.
    무엇을 가려야 할지 몰라 가리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냥 그런 태도에 녹아내린다.

    그래서 사람이 좋다. 
    자신다운 사람들을 좋아한다. 
    나와는 다른 시선과 눈빛들을 보는 것도 좋다.
    사람들 속에서 같이 어울리면서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모습들과 새로운 따뜻함들을 알아 가는 것을 사랑한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다른 모든 것들도 사람들과 연관되어야만 진짜 제 색깔을 온전히 보일 수 있는 것 같다. 
    누군가 눈 속에 담길 때 마음 속에 가 닿을 때 내가 세상에서 의미있어진다고 생각한다. 
    사람들 속에서 의미를 찾으면서 그들에게 무게를 둘 수록 어쩌면 흔들리기 쉽고 아픔도 많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지만 

    어차피 필 봄꽃을 기다린다고 생각하자 
    어차피 질 꽃을 기다린다고 생각하자 

    상처 받지 않기 위해 기대 없이 꽃이 피는지 지는지도 모르고 사는 것보다는 꽃이 피는 것을 기다리는 기대감으로 살자.
    그래서 꽃이 피었을 때 반갑고 감사하도록.
    꽃이 질 때의 아쉬움은 갈수록 짧아질 것이다. 
    매년 봄이 되면 꽃이 핀다는 걸 살면서 배우니까.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행복하시길 바래요
    출처 본인 일기장 겸 블로그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게 기대하기 때문에
    자신이 남들보다 쉽게 사람에게 상처 받는 다고 느끼는 분들 계시다면 혹시 위안이 될까 싶어 글 올려봅니다.
    상처 받는 것도 사람이지만 치유가 되는 것도 사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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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07 10:41:31  223.33.***.103  티켓투라이드  334205
    [2] 2015/06/07 11:11:30  1.218.***.202  somethinGOOD  523829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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