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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14442
    작성자 : 표고양이
    추천 : 10
    조회수 : 559
    IP : 119.207.***.204
    댓글 : 26개
    등록시간 : 2014/08/06 18:41:24
    http://todayhumor.com/?readers_14442 모바일
    내 인생을 바꾼 간호학과 누나 이야기.
    도배하고 책장을 정리하다 보니 옛날 책들 하나하나마다
    그 책에 얽힌 이야기들이 생각나곤 합니다.
     
     
     
    그 중, 이 책에 얽힌 이야기.
    사본 -IMG_0420.jpg
    하지만 책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지
     
     
     
    98년인가 99년이었을 겁니다.
     
    학교 총학생회장 선거날.
    저는 선거 참관인으로
    의과대 건물에 가서 하루종일 붙어앉아
    선거를 참관하여야 했습니다.

    이게 상당히 지루한 일이라 한가할 때 시간 죽이려
    다들 책을 들고가거나 했었습니다.
    저 책도 제가 그렇게 들고 갔던 거지요.
     
    저와 같이 참관인으로 배정받아 앉아있게 된 건
    저보다 한 학년 위의, 간호학과 누나였습니다.
    뭐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농담따먹기도 하고 하며
    참관인으로 앉아 있는 동안
    이 누나가 좀 특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나가는 수위 아저씨,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등등
    모든 분들과 인사를, 그것도
    'ㅇㅇ 아저씨', 'ㅇㅇ 어머님' 하고
    이름까지 부르며 인사를 하더군요.
     
    "누나 참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이름까지 다 외워요?"
     
    그 누나는, 살짝 민망해 하면서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간호학과인 나도 남들에게 봉사하는 일을 하게 될 텐데
    그 때, 남들이 나를 이렇게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라고.
     
     
     
    ***
     
    그 날 이후로, 저도 그 누나를 흉내내게 되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들
    회사 사무실을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
    자주 가는 식당 아주머니
    가끔 들르는 편의점 알바하는 학생
    ...
    이름까지 부르는 경지에는 못 미치지만서도
    감사합니다, 수고하십니다, 잘먹었습니다
    한 마디씩은 꼬박꼬박 웃으며 인사했습니다.
     
    내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려면
    내가 받는 것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 누나는 제게 그걸 가르쳐 주었습니다.

    ***
     
    그래서, 제 인생이 바뀌었나고요?
    글쎄요, 제가 바뀐 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분들의 1분씩은 바꾸지 않았을까요?
     
     
     
     
     
     
    * 책 얘기도 아닌데, 그냥 오래된 책을 보고는
      제 오랜 습관이 시작된 이유가 기억났다는 이유로 책게에 올립니다.
     
    ** 제목은 살짝 낚시

    표고양이의 꼬릿말입니다
    1400940752Fc8DSWIwRygvLMaO7U28J1.jpg
    '배가너무불러'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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