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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abinogi_144413
    작성자 : 아리에나
    추천 : 12
    조회수 : 934
    IP : 218.54.***.10
    댓글 : 28개
    등록시간 : 2016/09/17 18:50:26
    http://todayhumor.com/?mabinogi_144413 모바일
    저기여 김아타님ㅡㅡ?

    그 날 알터의 순결은 도둑맞았다. 물론 육체적인 것을 이름이다. 그 전모를 서술하자면 다음과 같다.

    아무리 기사단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한들 나타나지 않는 적에 대해 이를 갈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신의 이름을 받은 밀레시안, 진짜 성은 어떨지 모르지만 대중적인 김씨는 어떨까. 오늘의 그의 이름은 뭐, 얼추 김아타쯤으로 지어붙이기로 하자. 하여간 그는 지루한 것을 지독히도 싫어했다. 그런 이인 만큼 평지풍파를 왕왕 몰고오는 일도 있었다. 오늘이 그 평지풍파일줄 몰랐을 뿐이다.

    홀로 정찰을 다녀온 알터가 마주친 것은 질펀하게 벌어진 술판이었다. 와인, 브랜디, 럼, 종류를 막론하고 갖가지 술병이 온통 아발론 게이트를 굴러다니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술판이 벌어진 곳이 숙소 옆인데도 이제 막 입구에 들어선 자신의 발치에 채일 정도니까 말은 이미 다 했다. 술을 접해본 적이 거의 없을 견습기사들은 이미 침대에 물먹은 솜이불처럼 푹푹 늘어져있고, 그 술 독하게 먹기로 소문난 톨비쉬 조장조차 숨냄새조차 술냄새가 날 것 같은 얼굴로 거나하게 취해있다. 아벨린도 흔치않게 과음한 꼴이다. 제정신을 차리고싶은 것인지 이마에 손을 짚고 고개를 내젓고 있지만 그것이 소용이 있을런지. 카즈윈 조장? 저기 테이블에 쓰러져 잠자기 바빠보인다. 어디에 숨어있나 눈으로 한참 좇았던 피네 조장은 알고봤더니 견습 기사들 사이에서 팔다리를 마구 내뻗은 채로 퍼져 자고있다.

    이 혼돈 속에서 그나마 제일 쌩쌩한건 역시,

    "아아알터!"

    지금 저, 찰랑찰랑 술병을 흔들며 자신을 반기는 밀레시안 조장 뿐이다.

    "조장님,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츄우서기라고 말해짜나 알터어~."

    헤죽헤죽 웃으며 팔에 감기는 그를 부축하며, 알터는 며칠 전의 조장의 말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낼 수 있었다. 분명히, 자신이 원래 있던 곳에서 '추석'이라는 '명절'이 있다고 했었다. 가족들끼리 모여 맛있는 걸 해먹고, 친교를 다지는 따뜻한 친목의 장이라고 그랬었지. 그런 말을 하며 김아타, 그는, 몹시도 쓸쓸한 얼굴빛을 하고 있었다. 밀레시안 말고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할 상대가 없었던 자신으로서는 잊어주지 않는 너희들이 가족과도 같다며, 꼭 명절을 같이 보내고 싶다던 그 말. 유난히도 그 진정성 어린 호소에 안경이 미끄러져 흘러내릴 정도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승인을 내린 슈안 덕에 모두가 명절을 지내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술판이라고는 설명 안했잖아요!"
    "오모, 오또케, 츄서게, 술이 빠져?"

    눈을 땡그랗게 뜨고 입을 가리며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는 그. 그것을 보고 통감했다. 아, 속았구나. 이 사람 좋아하는 조장이 술을 빼먹을 리가 없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 패착이었던 모양이다. 알터의 입맛이 씁쓸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타는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알터의 손을 이끌고 술판으로 끌고 가 앉혔다. 아타가 거의 강제로 손에 쥐여준 가느다란 잔에 찰랑찰랑 갈색빛의 술이 차오른다.

    "마셔, 마셔."
    "조장, 저 이거 마시면 안되는데요! 아벨린 조장! 살려줘요!"
    "시이끄러어 알터!"
    "그래, 시끄럽다잖아!"

    술 때문에 머리가 쨍쨍 울리는 모양이었다. 혀가 꼬이다 못해 돌돌 말린 꼴의 아벨린은 상쾌하게 알터의 구조요청을 쳐냈다. 또 그걸 냉큼 받아먹은 아타가 짐짓 화내는 표정을 지으며, 하지만 입매에 한껏 걸린 웃음을 감추진 못하고 시시덕거린다. 느즈막히 합류할 바엔 아예 오지 말걸 싶다. 아마 자기도 저기 침대에 널린 꼴이 될 모양이라고 알터는 각오했다. 손에 쥐여진 술을 언제 납죽 입으로 부어야하나 한창 고민하던 알터를 어째선지 아타가 빤히 들여다본다.

    "알았어요, 빨리 마실테니까 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한숨을 쉬며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던 알터의 손목을 콱 잡아챈 아타는, 당황해 흔들리는 알터의 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몹시 불길했다.

    "아알터."
    "네?"
    "우리 말야아."
    "네."
    "심심한데 뽀뽀나 한번 할까?"

    그 뒤로는 알터의 손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쪼옥 소리나도록 알터의 입에 밀레시안이, 뽀뽀해버렸다. 모든 기사단들이 보는 앞에서. 물론 뽀뽀 자체는 정말 빨리 끝났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아무래 성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지만 지금 조장은 남자인데! 얼어붙은 알터는 젖혀두고 아타는 웃기 바쁘다.

    "조장!!!!!"

    날카롭게 허공을 가르는 비명과 같은 부름에 고개를 돌린 곳은 술기운으로 얼굴이 벌개진 카나였다. 제 몸에 반쯤 엉겨져있던 이불을 찢을 듯이 콱 쥐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카나는 외쳤다.

    "치사해요!!!!!!!! 나도 뽀뽀해줘!!!!!!!!!!!!!"
    "카나, 오빠한테 앵겨!!!!!!!!!!!"

    저쪽에서부터 달려오는 카나, 그걸 또 받아주는 아타의 뒤통수. 안경을 어스듯하게 추켜올리며 기사단 예산이 부족하다고 앉은 채로 로간을 붙들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슈안. 이제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린 듯 아벨린은 테이블에 엎어져있는 카즈윈에게 주절주절 기사단의 교리를 주워섬기며 태도를 지적하고 있었다. 아니, 저런다고 내일 기억이나 하려나? 이 모든, 혼돈의 상태를 뜬 눈으로 지켜보며 알터는 눈 앞이 핑 도는 것 같았다. 술 한방울도 안먹고도 술 취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오늘은 횡재한 모양이다. 아까 조장이 부어준 술이 눈 앞에 찰랑찰랑 자신을 유혹하는 것 같다. 여기서 맨정신으로 더 버티다간 자기가 제 명에 못버틸 것 같았다. 망설임 한점 없이 알터는 술을 그대로 목구멍에 부어넣었다. 도수가 얼마나 높은지 목구멍이 화끈하게 지져지는 기분이다. 

    여기는 아발론 게이트. 
    몹시도 신성한, 그리고 앞으로도 신성할 신을 받들어 모시는 비밀스러운 장소.
    물론 오늘은 자의든 아니든 술꾼들이 점령했지만, 오늘 하루만 방만하게 두도록 하자.

    입술의 순결을 너무도 가볍게 강탈당한 알터에게 건배.



    알터랑 뽀뽀해ㅡㅡ

    빨리 해ㅡㅡ

    놀래킨거는 미안해♡

    아 아 때리진 말고요 아 잘못했 아 아 아 
    출처
    보완
    2016-09-17 23:04:31
    0 |
    <오랜만에 자캐글 찜쪄지실 분-아리에나> http://todayhumor.com/?mabinogi_144409\r\n 에서 자캐를 주인공으로 나눔 당첨되어 써진 게시글 입니다.
    출처
    보완
    2016-09-17 23:24:13
    2 |
    글쓴이입니다 뒤늦게 확인했네요 ㅠㅠ 나눔 신청 통하여 드린 글인데 조금 놀라게 해드리고 싶은 욕심에 글 제목을 저런 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아리에나의 꼬릿말입니다
    1447593396QJYlQD4biIXpnxbxrzTl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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