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에서 1년을 넘게 일을 했네요.
이때것 회식도 한 번 안 해보았고, 밥도 편하게 먹지 못했어요. 다른분들이 빠르게 먹으면 반 이상 남은 저는 체할정도로 우겨넣거나, 먹는걸 포기해야해요. 전부 다 괜찮다, 하시며 이야기를 하시지만 계속 저를 쳐다보면서 침묵하시는 그 시간이 힘들거든요. 잘 먹지못하는 해산물을 시키며 뭐든 잘 먹어야한다고 건네주실땐 더 힘들어요. 치고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으며 어떻게든 꾸역꾸역 먹지만, 결국 나중에 다 토해버리거든요. 힘드네요. 지나가면서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져요. 점심시간 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거나, 웃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제가 원망스럽고요.
일하는 것도 문서정리부터 회계경리보조, 정보기입, 디자인 수정, 사진수정, 제안서 및 PPT제작…. 종잡을 수가 없어요. 무턱대고 동영상을 수정하라고 할 때도 있고, 일이 밀렸다며 저한테 던져주기도 해요. 가끔가면 우리 회사일도 아니고, 사장님 지인분 회사일을 하고있는 저를 보면 이해를 못 하겠어요. 사장님은 소소한 알바라고 생각해라 하시지만 저한테 돈이 오는것도 아닌걸요. 심지어 제 의사도 묻지않고 일을 진행시켜서 억울할 때도 많아요. 주말이나 퇴근 후 전화오는것도 슬슬 힘들어요.
회사분들과의 유대감도 쌓이지 않아요. 쌓일리가 없죠. 사람이 없는데. 제 또래는 아무도 없고, 그나마 왔던 막내분도 일 한지 한달도 안 되어 그만두셨거든요. 회사에 와서 하는말은 기본적인 인사와 업무차이야기 외엔 없어요. 늘 목이 잠겨요.
저는 언제나 커피도 타고 청소도 해요. 가장 어리니까 심부름도 해야하고, 잡일도 다 제것이죠. 그나마 종종 이야기 해주시고 일을 알려주시던 분도 이젠 나오지 않으셔서 더 그래요. 제가 무슨일을 하고있는건지 일은 제대로 하는건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요즈음은 정말 하는일이 없어요. 이럴바에 교통비도 들지 않게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차라리 이때 알바라도 하면 돈을 벌 텐데. 부업거리라도 있으면 말이죠. 하지만 꼬박꼬박 나와야해요. 무슨일이 터질지도 모르는데, 이때껏 100% 출근하는 사람은 저와 사장님 뿐이거든요. 그것도 사장님은 점심 먹고 1-2시간 뒤면 나가세요. 늘 손님을 만난다고 하시는데, 손님을 만나면 이 회사가 어려울리없겠죠. 퇴근을 위한 겉치레라고 생각해요. 그럼 저는 6시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숨만 쉬면서, 시간만 축내요. 돈이 아까워요. 그 시간만 모아도 최저시급으로 치면 2만원을 넘는데.
회사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가난한 살림에 나까지 돈을 못 벌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사장님께서 실업급여를 받을것이냐, 아니면 몇달만 참고 일하겠느냐. 밀린 월급은 주겠다, 조금만 참아라. 하시며 이야기를 하셨어요. 마음은 실업급여로 기울지만 계속 말을 이어가며 조금만 참으면 된다, 월급은 통장에 넣었다고 생각해라 하며 은근히 강요를 하셨지요. 바보같은 저는 집을 떠올리면 결국 고개를 끄덕였구요. 이제는 차라리 실업급여를 받을껄, 하는 생각이 떠오르지만요.
명절보너스는 꿈도 못 꾸었습니다. 선물조차 못 받았는걸요. 회사에서 받은것은, 졸업식을 하며 받은 작은 선물과 추석날 받은 3만원. 뭐 사실 이것도 감지덕지해요.
요 근래엔 밥을 먹기도 껄그러워요. 사장님이 계속 김밥만 드시거든요. 며칠정도는 참을 만 했는데 2주가 넘어가니까 신물이 나요. 그렇지만 맨날 어렵다고 말하는 사장님의 말을 떠올리면 무얼 먹기도 그렇고, 안 먹으면 눈치를 보내는 사장님의 시선도 불편하고. 저는 차라리 안 먹었으면 좋겠어요.
월급이 밀린것을 모르는 우리 가족들. 멍청이같은 절 이렇게 키워주셨는데 먹는 값도 못하는 저를 떠올리면 한없이 작아져요. 결국 평일에도, 주말에도 알바를 다녀요. 그래서 얻은 약 80만원. 주말 오후까지 일하면 얼추 100까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쓰러지는 것 보단 좀 모자라도 일하는게 좋다 생각하여 하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가족들과 있거나 자격증 공부를 시작해요. 돈은 생활비로 쓰죠. 동생 병원비랑, 생활비, 교육비에 비하면 적은 돈이지만 엄마가 계시니까 어떻게든 되어갑니다.
가끔 선물을 챙겨주지 않았다고, 혹은 돈이 없다고 제게 말해올때마다 숨이 막혀요. 나는 이렇게 힘든데 그걸 모으고 모아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때문에 죽어버리고 싶어요. 이렇게 힘들게 살 필요가 있나 고민도 해요. 하지만 조부모님, 부모님, 어린 동생들이 떠오르고, 장례식 하는 비용이 떠오르면 다시 떨쳐내요. 돈을 벌어야하는데 쓸모없는 장례비에 쏟을 수는 없죠.
처음에는 참을 말 했는데 슬슬 지쳐가나봐요. 아침마다 오는 근육통도 싫고, 잠 부족도 싫어요. 다크써클이 생기고, 몸이 축 늘어지고. 겨우 쉴 수 있는 일요일은 전부 잠으로 사라지고. 친구도 못 만나요. 저를 이해해주던 친구들도 그렇게까지 돈을 벌어야겠냐 하지만, 가난한 가정살림을 숨기는게 제 마지막이자 유일한 자존심이라 설명도 못해요. 그래서 늘 서러워요.
조부모님이 자랑스러운 손녀라고 할 때는 더 죽고 싶어요. 굉장한게 없으니까 정말 죽고싶어요. 물에 뛰어들거나 옥상에 몸을 던져버리고 싶어져요. 칼로 긋는건 무서우니 할 수 없거든요.
동생들이 이따금 불쌍해져요. 해줄수있는게 없으니까 더 미안해요. 학원도 못 보내주고, 할 수 있는건 겨우 문제집 한, 두권 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빠한테 원망하는 마음이 들면 정말, 제가, 저따위가 그러는게 진짜 미안해지고, 막 죽일년같아요. 하지만 아빠가 늘 컴퓨터만 하니까. 일하고 오는 엄마한테 밥달라고 하니까. 우는 막내를 때리니까. 내가 힘드니까 막 그렇게 되요. 알아요, 아빠도 결국 사고때문에 그러는걸요. 그렇지만 나도 사람이니까.
엄마는, 엄마한테도 미안하고 밉고 그래요. 늘 고생만하는 불쌍한 우리엄마. 이젠 피부도 주름도 많아지고 힘들어하시는데. 하지만 엄마가 바람피운것은 못참아요. 그 남자를 죽여버리고 싶었어요. 돈을 누구때문에 버는건데, 내가 무엇때문에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데. 하지만 엄마도 힘들었을거에요. 원망증오 전부다 그 남자한테 몰아버리고, 엄마 못 보낸다고 혼자 속 썩이다가 칼도 휘두르고. 아 이렇게 말하니까 저 미친년같네요. 또라이야. 근데 그만큼 엄마 보내기는 싫었어요. 유일하게 우리 집에서 그나마 내 상황이랑 비슷한 사람인데. 나랑 같이 돈버는 사람인데..
모두가 힘들텐데 왜 저는 제가 더 힘들다고 생각할까요.
가족들한테 잘해주고 싶어요. 어릴적 학교 준비물을 외상으로 샀을 때의 아주머니의 눈빛, 용돈을 못 받아서 놀러가지 못한다고 했을때의 친구들의 시선. 그게 다 싫어요. 가끔 오는 친척들이 저한테 대학을 가야한다 그러면 괜히 속에서 부글부글 거려요. 언제 그렇게 관심있었다고, 언제 그렇게 잘 해줬다고.
엄마아빠한테 그 흔한 명품도 못 사줘요. 어떻게 월급에서 용돈이라고 10만원씩 쥐어드리지만 턱없이 모자르겠죠. 제가 돈을 더 벌면 좋을텐데. 제가 병신같아서 엄마아빠한테 불효하고, 먹기만하고, 자기만하고. 죽어버렷으면 좋겠어요. 아. 정말.
저번주에 결국 대출을 받았어요. 100만원정도. 우리집 생활비로 들어갔지만, 알바도 하고있으니까 갚을 수 있을거에요.
돈이 이렇게 사람을 조를줄을 몰랐어요. 가난이 얼마나 사람을 조여오는줄은 어릴적부터 알았지만, 아니, 아 모르겠다. 저는 왜 태어났을까요? 이렇게 살바엔 그냥 죽어버리지. 죽은 다음에 장기같은거 기증하지 말고 팔아버리면 전 생각안해서 좋고, 가족들은 돈을 받아서 좋을텐데.
늘 우울해요. 하지만 기분 좋은 척, 성격 좋은 척, 늘 긍정적인 척 연기를 해요. 연기인가? 사실 이젠 뭣도 모르겠어요. 조울증인건지 가증스러운건지.
그냥 오늘따라 답답해서 그랬어요. 그냥 써봤어요.
언젠가 바보같은 제가 이런 회사를 떠날 날이 올까요? 제대로 일하고 돈도 받고 그럴까요?
동생들도 돈에 치이지 않고, 엄마아빠도 이제 그만 싸우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노후를 편하게 하시고. 친척들한테 그딴 눈빛으로 안 보고, 그리고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고, 나도 친구들이랑 그러고, 회사 사람들이랑 유대도 갖고, 그리고 또 먹고싶은것도 먹고, 사고싶은것도 사고. 800원 짜리 빵도 아깝다고 굶지않고, 병원비 아깝다고 하벤먹고, 아무튼 그렇게 될까요?
그냥 그랬어요.
좀 쏟아내니 편해지네요. 모두 좋은하루 보내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