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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433511
    작성자 : 익명YWdma
    추천 : 5
    조회수 : 433
    IP : YWdma (변조아이피)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05/18 11:01:03
    http://todayhumor.com/?gomin_1433511 모바일
    몇시간전 자x을 포기했습니다.
    결정하기까지 정말로 많은 고민을 했어요
    전 와이프와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돈 이였어요
    그리고 포기 하게된 이유역시 돈 이에요
     
    불과 몇시간전 컴퓨터에 유서를 쓰고있었어요
    일이 닥쳤을때 당황하며 울고 있을 와이프를 위해서였죠
    하지만 작성중 생명보험은 가입 후 몇년이 지나야 보험금이 나온다는걸 알게 되었어요
    (사실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애써부정 했다는쪽이 정확 할꺼에요 네이버에 검색만 해봐도 나오더라구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법이 저를 살렸네요
     
    지금 기분은 정말 어떻게 설명하기 복잡하네요
    결정하고 와이프가 볼 유서를 쓰면서도
    무섭다...
    죽기 싫다...
    다른 방법 없을까?
    이런 생각이였는데...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 비슷한것도 들고... 마지막 수단이였던 그 방법이 사라지게되어 앞날이 걱정되기도 하고...
    후... 복잡하네요
     
     
    아무튼 제 이야기를 하자면
     
    전 부모님이 안계세요
    아버지는 어렸을때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바로 재혼 하셨거든요
    어머니가 저를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장손이라 보낼 수 없다고 하셨데요
    그래도 숙부 숙모님이 친 부모님 처럼 잘 키워 주셨어요
    아무리 그래도 친부모님은 아니니 눈치밥이란걸 먹고 자라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독립을 했어요
    티비에 나오는 여느 주인공 고아 처럼 치열하게 산건 아니였지만 나름대로 다른 사람에게 손벌리지 않고 열심히 살았어요
    조금씩 돈이 모이고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게 되어 결혼을 했죠
     
    뭐 끼리끼리 모인다는 것처럼 당연히 남자 신데렐라가 되진 못했죠
    와이프도 어려운 형편이였고 제가 살던 원룸에서 부터 동거를 시작했고
    둘이 같이 열심히 일해 우리들 힘으로 결혼을 하고 전세집을 구하게 되었고 차도 하나 장만 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힘든 시기였지만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매해 1월 1일 새벽이 되면 와이프에게 말했었죠
    "우리힘으로 결혼자금을 마련해서 결혼도 했어 조금만 더 힘내자"
    "이제 전세집으로 이사왔어 우린 잘하고 있어 내년에는 조금더 좋아질꺼야"
    "이야 우리 차도 생겼네 아기도 생겼고 놀러 자주 다닐꺼야~"
    이런 희망에 말들을 매년 했었거든요
    그런데 올해 1월 1일은 그 말을 하지 못했어요
     
    9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 되었거든요
    처음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간 조금씩 모아 놓은 돈도 있었고 퇴직금이며 실업급여 또 금방 취업이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취업은 한달 두달 점점 힘들어 지더군요
     
    처음엔 여긴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고...
    나중엔 주야 공장까지 이력서를 넣었지만 경력이라곤 사무직 관리자 뿐이여서 인지 연락조차 없더군요...
     
    씀씀이를 줄인다고 줄였지만 잘 되지 않았어요
    변명이나 자격지심이겠지만 와이프를  다시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고, 제 아이에게 최소한의 것들은 아빠로서 해주고 싶었거든요
    제 와이프나 제 아이는 부모님이 안계셨던 저에게 있어 처음으로 생긴 온전한 진짜 내 가족 이였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힘들게 하나하나 쌓아 올렸던 벽이 와장창 무너지는 그 느낌이 정말 너무나도 싫었어요
    온전한 내 가족 나의 것이 사라질것 같은 두려움이였던것 같습니다.
     
    일당받고 일도 해봤고 이일 저일 해봤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때나 생각했었던
    이왕 재혼 할꺼면 티비처럼 부자집에 시집가서 미안하다며 용돈 척척 주지는 못할지언정
    나보다 더 힘들게 붕어빵 장사 하고 있는 어머니 원망도 했었고
    아버지 나 정말 고생 많이 했잖아 로또 1등은 안바라니 2등만 당첨되게 해줘 라는 말도 안되는 기도도 했었는데
    역시 현실에서는 그런 극적인 일은 일어 나지 않더라구요
     
    그렇게 시간이 점점 길어지니 모아 두었던 돈은 금세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고
    부랴부랴 절약해봐야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있으니 감당이 안되더군요
     
    그렇게 시간이 더 흘러 대출을 받았을때 였을꺼에요
    이 대출금 다 쓸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취직하자...
    다시 하나하나 쌓아가 가보자...
    처음 독립 했을때보단 낮잖아
    내색없이 오늘도 나를 믿어주는 와이프도 있고
    그렇게 불러보고 싶었던 아버지라는 존재로 나를 만들어준 내 새끼도 있고
    차도 집도 많은걸 가졌잖아...
     
    ...
     
    그렇게 그 대출받은 돈을 다 쓰고 그다음 대출을 받았을때
    포기 하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다 쓸때까지 취직이 안되면 포기하자 생명 보험금이 나온다고 하니 이걸로 와이프와 내 새끼라도 편히 살게 하자...
    그리고 지난주에 약간의 돈만 남게되어 최대한 좋은 남편 좋은 아빠의 기억을 남겨 주고 싶은 욕심에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같은 시간을 보내며 할 줄도 모르는 요리를 하며 1주일을 보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힘든 하루 였습니다.
    내 아이가 나를 보며 웃을때가 가장 슬프고 힘들었습니다.
    못난아빠 실패한 아빠 같아 비참했으며 아빠없이 자란 내가 내 스스로 내 아이에게 같은 짐을 짊어지게 한다는 죄책감이 힘들었습니다.
     
    이제 죄책감을 덜수는 있겠지만 실패한 아빠가 될것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옵니다.
    하지만 돈을 남기지도 못하는데 짐까지 짊어지울 수 없으니 그 결정은 깔끔히 포기 했습니다.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나에대한 다짐이며 앞으로 살아가며 닥쳐올 힘든일에 대비해 남겨둡니다.
     
    다시 이 글을 보는 나는
    꼭 살아서
    이 글을 읽으며 그때 살아있길 잘했어 라며 피식 웃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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