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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428654
    작성자 : 익명Y2dmY
    추천 : 10
    조회수 : 1691
    IP : Y2dmY (변조아이피)
    댓글 : 77개
    등록시간 : 2015/05/12 15:45:19
    http://todayhumor.com/?gomin_1428654 모바일
    [후기]새벽에 누가 자꾸 문을 두드리고 도망쳐요

    http://todayhumor.com/?gomin_1384786

    너무 오래전 글이라 다들 잊혀지셨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도움글 주셔서 생각나는 대로 후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글 남깁니다.
    (다 써놓고 보니 내용이 아주 깁니다. 죄송합니다.ㅠ)

    벌써 두 달 전에 있었던 일이네요.

    어쨌든, 그때 2주에 걸쳐서 똑같은 일이 있었던 걸 이곳에 글로 남겼었던 건데, 많은 분들이 좋은 조언을 주셔서 그 중 몇 개를 실천해 봤었습니다.
    1. 딸들에게 일단 호신용품 2종(휴대용 경보기, 최루가스 발사기) 구입 휴대
    2. 경찰에 수사 의뢰(진술서 작성) : 수사관 배정됨
    3. 지구대에 순찰 강화 요청
    4. 경고 문구 부착 : 이것 때문에 아파트 경비실과 결국 엄청난 사건 발생.ㅠㅠ
    5. 가짜 CCTV 설치 (지인에게서 공짜로 얻음)
    6. 불침번 (아파트 밖에서 몽둥이(?) 들고 대기)
    7. 문 두드리면 충격감지해서 자동으로 사진 찍히는 현관문 보안 카메라 설치(약 30만원)
    8. 그리고... ㅠㅠㅠㅠㅠㅠ

    자... 일단, 1번~7번을 준비한 상태에서 맞은 그 주와 그 다음주 주말 이야기 부터 하겠습니다.

    요녀석이 보통 매주 금~토 사이에만 왔다 가거든요.
    그래서, 그 주 주말엔 먼저 6번(불침번.ㅠㅠ)을 했어요.
    저희집 공동 출입구가 경비실에서 잘 보이거든요.
    밤 11시30분에 미리 경비실에서 야구방망이 하나 들고 들어갔었습니다.
    경비는 이미 11시부터 자고 있더군요.ㅠㅠ
    제가 들어오니 귀찮다는 듯 궁시렁대더니 다시 자더군요.
    근데, 그녀석(문 두드리고 튀는 녀석)이 제가 불침번을 하는 걸 알았는지 별 일이 안일어나더라구요.
    어쨌든, 너무 오랫동안 가만히 지키고 앉아 있어서 몸도 찌뿌둥하고 해서 잠깐 경비실 밖에 나와 찬바람 좀 쑀는데, 갑자기 안에서 자고 있던 경비가 낼름 일어나서 문을 훽! 걸어 잠그고 다시 자더군요. (이런! 쉣!)
    그래서, 바깥에서 새벽 4시반까지 숨어 있다가(그나마, 별로 춥지 않은 밤이었어요.ㅠㅠ) 들어가 잤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이번 주에는 안오나 싶어서 그냥 잤는데, 왠걸 이날은 새벽 4시에 이녀석이 또 온겁니다.
    이번에는 지난번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문을 세차게 두드리더라구요.
    자다가 모든 식구들이 깜짝 놀라 다 깼지만, 다들 아무런 인기척을 안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조용히 112에 신고했죠.
    분명히 이녀석 5분 뒤에 올거라 생각하고 제발 그 안에 경찰이 달려와주기만 바랐습니다.
    그리고 정말 정확히 5분 뒤에 바깥에서 뭔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김없이 문을 쾅쾅쾅쾅쾅 두드리고 또 도망치더라구요.
    그렇게 그녀석이 간 뒤 1분쯤 뒤에 경찰이 도착했습니다. (ㅠㅠ 무슨 숨바꼭질도 아니고.)

    하지만, 위에 7번(문 두드리면 찍히는 보안카메라)을 했잖습니까?
    그녀석 문 두드릴 때 사진이 찍히긴 했습니다.
    아... 그런데, 두드린 후 한 1초 쯤 뒤에 카메라가 작동을 하는 것 같더라구요.
    연속으로 3장인가가 찍혔는데, 모두 뒷모습이더군요. 그것도 쏜살같이 튀어나가는 뒷모습
    대충 체격으로 봐선 덩치가 꽤 커 보이는 20대 근방의 남자더라구요.
    앞서 두 번은 여러명이 왔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혼자서 두드리고 도망친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화질 상태는 엉망이지만 그래도 증거자료로 경찰에 제출하고 진술서 쓴겁니다.
    그 후로 사건 배정되고 수사관이 매주 전화가 옵니다. (열심히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그러는데, 실질적인 성과는 없다고 합니다.)

    경찰이 4번(경고 문구 부착)이랑 5번(가짜 CCTV 설치) 권장하더라구요. 
    그래서 그거 할라고 가짜 CCTV 구하고, 경고 문구 만들어서 경비실에 들고 갔습니다.
    그런데, 이 일 하려고 경비실에 갔따가 뜻밖에 엄청난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이러이러하다 해서 이것 좀 아파트 현관에 붙이려고 한다"고 했더니, 경비분이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거 붙이면 아파트 사람들이 싫어할텐데, 꼭 해야 되나? 그리고 내가 아파트 주민들한테 당신네 일 얘기하니까 하나같이 당신 딸들한테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러더라고. 집에서는 모르지만, 밖에서 어떻게 할 지 모르는 일이니까 애들한테 물어보면 잘 알 거라고."

    순간 뚜껑이 열렸습니다.
    네, 
    저 60 넘은 경비 어르신에게 소리지르고, 동네 사람들 다 뛰쳐 나오고, 10년 넘게 착하게 살아온 이미지 다 버리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제가 변변치 않게 살아왔어도 아이들 어설프게 키우진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살면서 알든 모르든 아파트 안에서 어른들 만나면 항상 공손히 인사 잘하고 다니고, 어디서 휴지 하나도 길거리에 버릴 줄 모르는 착한 아이들입니다.
    주변에 가까운 친구들이 대화 나누면서 흔하게 내뱉는 욕설 같은 것도 한 번 안하는 바른생활 아이들입니다.
    막말로, 그냥 모르면 잠자코나 있지 누구 맘대로 남의 집 이야기를 이상하게 소문내고 다닙니까?

    근데, 제가 잠시 어디 다녀오는 사이에 저희 와이프도 경비실에 가서 비슷한 일로 한바탕을 했더군요.
    아파트 자치회장에게 연락해 달라했는데, 못가르쳐 주겠다고 생떼를 부려서 대판 싸우고, 직접 아는 사람 인맥 통해서 아파트 자치회장 부인을 만나고 왔더라구요. (뭐, 이후로 자치회장 만난 이야기도 있긴 한데, 별 쓸데 없는 것들 뿐이라 생략...)

    결국, 그 다음날 곧바로 부동산으로 갔습니다.
    네, 집 내놨습니다.
    그리고, 지난 두 달 동안 여기저기 발품 팔아 이사갈 집 구하고, 이삿날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비실에서 그리 난리친 이후로는 그녀석 다시 오지는 않더라구요.
    그리고, 뭐 그런 효과가 있었던 건지 경찰차도 밤에 한바퀴 지나가는 걸 자주 보게 되었어요.
    아, 아파트 자치회에서는 최근에 아파트 주출입구랑 주차장 쪽에 CCTV 설치했더군요.
    아마 그녀석도 CCTV 설치한 거랑 경찰 왔다갔다 한 거 등등 봤을테니 더이상 그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결론은 이사갑니다.
    그 녀석 두드리는 것 때문에 무서워서 이사가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 경비가 싸질러 놓은 우리 가족에 대한 나쁜 소문 때문에 도저히 그 노인네 오가면서 보는 게 열불나서 못 살겠어요.

    정말이지, 10년을 넘게 정 붙이며 살았는데, 이런 일로 이사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기승전이사네요.


    하여튼간에, 이번 일로 제가 깨달은 것들 몇가지 팁?이랄까?? 될 만 한 의견 몇 개 알려드릴께요.

    1. 경찰 출동은 지구대에 하는 게 빠르다.
    제가 112에 신고해서 순찰차가 도착하는 시간을 재어 보니 아무리 빨라도 7~8분 이상은 걸리더라구요.
    이게, 112에 접수되면 순찰차가 분배되어서 들어오는 시간만 3~4분 이상 걸린답니다.
    그냥, 가까운 지구대 전화번호를 미리 알아두시면 신고 즉시 출동하기 때문에 대부분 3~4분 안에 도착 가능하답니다.

    2. 호신용품 중에 경보기는 쓸 만한데요, 최루액 발사기는 불량도 많고 그리 효과를 바라기 힘들다.
    경보기는 그냥 당기기만 하면 소리가 나요. 아주 소리가 큽니다. 
    사용법도 쉽고, 손에 쥐고 있다가 바로 사용 가능하니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근데, 최루액은 생각보다 좀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리 손에 쥐고 다니기도 힘들고, 꺼내서 뚜껑 열고 얼굴에 제대로 쏴 줘야 하는데 그럴만큼 침착성이 유지될까 의문이예요.
    또, 불량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구입한 2개 중에 한개는 불량이어서 교환 받았어요.
    그나마 애들이 하나씩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두 개 다 계속 퀘퀘한 냄새(고춧가루 냄새 같은)가 스멀스멀 나오더라구요.

    3. 문 두드리면 찍히는 보안카메라 성능은 그리 크게 기대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거금 30만원 정도 들여서 설치한 건데, 그닥 성능이 좋은 건 아니네요.ㅠㅠ (시중 제품 중에 가장 좋다는 수준인데 그래요.ㅠ)
    물론, 그냥 평소에 집 나갔는데 누가 왔다 갔는지 확인하는 것, 택배 오는 것, 전도 나온 사이비 아줌마들 확인하는 것 등등에는 "쏘쏘"한 용도로 쓸 만은 합니다.
    그것 보다는 CCTV가 가장 확실한데, 가능하면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나 빌라로 이사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사가는 집은 주 출입문에 CCTV 설치된 집으로 갑니다.ㅠㅠ)

    4. 나쁜 놈 잡겠다고 몽둥이 들고 불침번은 서지 말자.
    경찰이 절대로 하지 말래요.
    어떤 놈일 지 안다고 그렇게 무모한 짓 하냐더라구요.
    정말 나쁜 놈이면 손에 뭘 들고 있을 지 모르고, 또 자기가 잘못한 걸 걸린 상황이라면 그걸 피하기 위해서 생각지도 않은 짓을 벌일 수도 있대요.
    경찰들도 이런 녀석들 잡는 거 정말 조심스럽게 한다고 해요.
    그러니, 괜히 이런 일 있을 때 주변 힘 좋은 오빠 부르고, 아빠 밖에서 불침번 세우고 그러지 마세요.

    5. 모두들 제발 착하게 살자.
    네. 결론은 착하게 살아야겠어요.
    저 뿐만 아니라 이 사회 모든 사람들이 제발 착한 마음 갖고 착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내 이웃의 불행한 일이 있더라도 함께 걱정해 주고,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을 만한 행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썩은 마음에서는 아무리 선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더라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 각박하게 살고 있었구나 라는 걸 정말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뭐,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게 많지만 다 접을랍니다.
    길어서 정말정말x1000 죄송합니다.

    아...
    어떻게 끝내지?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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