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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14265
    작성자 : 파우더화니
    추천 : 16
    조회수 : 5762
    IP : 218.50.***.11
    댓글 : 75개
    등록시간 : 2022/02/01 08:40:18
    http://todayhumor.com/?wedlock_14265 모바일
    이혼 한시간전. (스압주의)
    저는 설날 아침에 이혼하려 합니다. 

    지금 6시간 정도 소파에 기대어 그녀가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초부터 어떤 정신으로 살았는지.. 
    73kg 몸무게가 3개월만에 58kg가 되었네요. 

    저는 아이가 셋입니다. 
    막내는 이제 6살되어 온갖 재롱을 쉼없이 내뱉는 중입니다만,
    애써 보지않고 외면중입니다. 적당한 리액션을 할 힘이 없어요. 

    11월초.. 
    40대초반인 아내가 15년만에 재취업을 했습니다. 
    분양사무실 데스크 업무인데 청소부터 비서, 총무까지 
    여러 일을 해야되더군요. 
    좀 느려서 그렇지 일을 찾아서하는 꼼꼼한 친구라 걱정 없었지만
    50세 대표, 33살 부장 이렇게 셋이 관리부 일을 하는게 
    영내키지 않더군요. 그래도 영업부엔 다 여자들만 있다고  
    그런거에 민감해하지 말라 강하게 얘기하네요. 

    면접 후 다음날 첫 출근하는데 회식이랍니다. 
    영업부에도 인사 시켜준다고 다녀와야한대서 오랫만에 즐겁게 놀다오라 했습니다. 
    저녁8시쯤.. 자리를 옮기다가 자기차를 부장이 뒤에서 박았답니다.
    크게 부셔지건 아닌데.. 하길래 걍 큰일아니면 그냥두라 했습니다.

    전화하면 괜히 신경쓰게 될까봐..12시쯤 전화했습니다. 
    데리러 갈까? 
    오지말랍니다. 진짜 싫다고. 노래방 연장해서 조금 늦는답니다. 
    2시가 넘었습니다. 전화를 안받습니다. 
    3시 가까이 집에 들어왔습니다. 술 냄새는 많이 안나구요.
    그렇지만 연락없이 늦게 들어온게 15년만에 처음이기에..
    이유가 뭐였니 화를 냈지만
    일이 있었다고 짜증내며 자기방으로 들어가버리니 할 말이 
    없더라구요. 
    늘.. 본인이 잘못하면 먼저 화를 내는 성격이라. 
    꾹눌러 참고 다음날 물어봅니다. 

    어젠.. 뭔일? 
    그 젊은 부장이 술마시고 개돼서 차끌고 간다 어쩐다 말리다가 
    한시간 거리에 친구가 델러온대서 같이 기다려줬답니다. 

    뭔… 개소..ㄹ 
    할말하않으로 삭혀봅니다. 

    그래도 이해가 안가 차량 블랙박스를 들춰봅니다. 
    전원이 뽑혀있습니다. 
    그전까지 저장된 영상을 보니 면접을 다녀오고 집으로 오는 영상인데 그마저도 그 이전 영상은 삭제가 되어있더라구요. 
    집 거의 다와서 포맷한 모양입니다. 
    블박이 달려있는지도 잘 모르는 여자인데..
    너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 다음주부턴 퇴근은 6시이나.. 
    보통 10시이전에 들어오면 박수쳐줄 정도가 되었고 
    이틀에 한번꼴로 12시.. 
    주말에도 어김없이 오전이든 오후든 출근합니다. 

    약 3개월 동안 크리스마스 당일, 신정을 제외하고 
    회사로 갔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했습니다. 
    나는 15년 넘게 아이들만 키웠다. 
    약 3년전 부터는 우울증이와서 베란다에서 울다가 온 날도 많다.
    당신은 7년전부터 망해서 빚만 잔뜩이고 우린 그지처럼 살았고 
    일 다녀오면 맨날 쓰러져 자기 바쁘고 애들은 나 혼자만 키운셈이다
    그러다 회사들어갔는데 노는게 너무 좋다. 
    내가 이렇게 잘 노는 사람인데 집에만 갇혀 살았다. 
    돈버는 일도 너무 재밌다. 
    그리고 애들도 싫고 집도 싫다. 회사에 혼자 있으면 그 고요한 
    시간에 힐링 받는다. 
    난 당분간 회사가 좋다. 

    하길래.. 반성했습니다. 다 맞는 얘기니까요. 
    망하고 얼마안돼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다 보니 쌀이 떨어져서
    쭈뼛하게 가불받은 적도 있고 집에 압류딱지가 붙은 적도 
    있지만.. 그래도 2년전부턴 넉넉하진 않지만 꾸준히 돈은 줬는데..
    하는 비겁한 변명을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회사에서 급여계산 엑셀이 없답니다.  
    가져오라해서 수식 다 넣어줬습니다. 
    명함 디자인 어떻게 하냐해서 회사CI도 새로 만들어 시안4개
    만들어 줍니다. 
     발표회 포스터.. 해줬습니다. 
    PPT자료 완전 그지같길래 순서부터 완전 갈아엎고 디자인 
    예쁘게 동영상도 제작해서 수정도 여러번 해줍니다. 
    그 회사 대표가 이 감사의 마음을 어찌 전해야하냐며 
    그녀에게 온 카톡도 보여주더라구요. 
     삼일정도.. 밤새다시피 해줬지만 내 마누라 어깨뽕 들어가게 
    해줬단 생각에 뭔가 뿌듯합니다. 

    그러다.. 그 주에.. 차에서 통화한 음성이 블박에 저장이 됩니다. 

    남자가.. 왜 자꾸 당신 돈을 써 미안하게..  라고 하니 
    애엄마가 갑자기 반말로 아니야.. 내가 좋아서 한거야.. 
     내가 좋아서 사준거야.. 하니 
     내가 자기한테 미안해서 그렇지.. 잘해주지도 못하는데.. 
    라고 하는 음성을 들으니. 
    피꺼솟이 이럴때 나오는 말이구나 싶더라구요. 

    녹화된 시간대와 가는 장소로 보니.. 

    그 대표더군요. 

    하늘이 무너지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데 목수인 저는.. 
    여러날 어떻게 일을 했나 싶을 정도로 혼이 나가 있었습니다. 

    일주일 넘게 다시 생각해보니.. 아닐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돈이 엄청 많은 대표도 아니고 벌이도 저보다 못한듯하고 
    그집도 애가 셋이고.. 그냥 맨날 같이 술쳐먹더니 친해져서 
    그런갑다.. 애써 돌이켜보니 제가 오버했단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랬는데 일요일 저녁에 나가서 밤12시가 되어 돌아온 그녀에게
    살짝 핀잔줬더니 신경질내며 먼저 자더라구요. 
    몰래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비번이 바뀌어있습니다. 

    애써 풀었더니 최근 통화기록은 모두 삭제. 
    문자는 별거없고 카톡도 별거 없습니다. 

    그래서 삼성전화 어플로 확인했더니 집에와서 그 대표랑 
    24개의 문자 대화를 했는데 내용확인 불가. 

    그때 알았습니다.  
    날 얼마나 비웃으며 일을 시켰을까. 
     이야… 이것들이 얼마나 몰래하는 쾌감이 있었을까 생각하니  
    진짜 눈물나도록 웃음밖에 안나옵니다. 

    잠 한숨 못자고 지금처럼 거실에 않아있으니 
    일어난 그녀가 제 곁을 지나가며. 
    아 진짜 숨막혀 꼴보기 싫어 라는 멘트를 던지네요. 

    그리고는 옷가지 챙겨 집을 나갑니다. 

    2주만인 그제 돌아온 그녀는 별일 없었던듯 오랜 출장 다녀온 것
    처럼 행동합니다. 

    그래서 아무말없이 안아줬습니다. 

    시엄마가.. 여자들도 가끔 혼자있고 싶을 때가 있으니
    이번 명절은 오지말고 집에 있으라 했다고 얘기했습니다. 

    어제.. 혼자 밥도 안챙겨 먹을게 뻔해서 초밥사왔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된장찌게 끓여서 내일 또 끓여 먹게끔 하려했는데
    긴 낮잠에서 일어나더군요. 

    같이 찌게먹고.. 초밥은 내일 먹는답니다. 
    그래.. 그럼 우리 다녀올께. 

    눈길을 헤치며 2시간 거리의 시골집에 도착해 부모님과 대화를
     했습니다. 
    그러다.. 밤 12시쯤.. 휴대폰 아이피를 확인해보니. 
    회사네요. 
    혼자있는게 좋대서 애들까지 모두 데리고 나왔는데 
    회사에요. 
      전화를 해봅니다. 
    자다 일어난 목소리길래 급한 일인데 문앞에 있는 제품사진 좀
    찍어서 보내달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내일 보내주겠다며 졸린티 팍내고 끊어버리네요. 

      그 즉시 저만 집에 왔습니다. 
    회사 안갔냐구요? 갔죠. 지식산업센터 안에 있는 사무실인데
    철문으로 되어있어 안이 안보입니다. 
    불은.. 꺼져있습니다. 
    두들겨 보라구요? 열어줄까요… 두꺼운 철창문이라도 
    맘 같아선 다 부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철수하고..
    집에 있습니다. 
    커다란 캐리어를 꺼내놓고 애엄마의 짐을 꾸려볼까
    아.. 내가 왜 해줘야하지..  
    옆으로 차우고 고민중입니다. 약혼 동거까지 20년 넘는 세월이
    이렇게 더럽게 사라진다 생각하니 회한이 밀려오네요.  

    이젠 끝이다 생각하니.. 
    조금은 후련한가.. 아직 이야기도 못 꺼내고 
    집으로 들어오란 말도 못했는데.. 

    눈 온다고 차 놓고 택시타고 가는 사람아닌데 다른 사람 차를 
    탔나봐요. 
    회사에 일을 하러 갔는데 왜.. 자고 있으며.. 
    초밥은.. 애초부터 신발장 근처에 놓길래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사람 챙겨주는거 하난 끝내주는 친구라. 
    그렇게 챙겨 갔네요. 

    물증이 없다고 사진도 메세지도 없는데 어찌 단정을 짓냐 
    하시겠지만 그래서 계속 속자니 티를 너무 내니까 제가 
    바보같아서 참을수가 없어요.

    또 이렇게 밤새고 기다리는 것조차 멍청해 보여서
    이제 들어오라고 전화할까 해요. 
     곧.. 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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