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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422919
    작성자 : 익명ZmZlZ
    추천 : 11
    조회수 : 563
    IP : ZmZlZ (변조아이피)
    댓글 : 73개
    등록시간 : 2015/05/04 19:14:42
    http://todayhumor.com/?gomin_1422919 모바일
    당신과 나의 자존감에 대한 긴 글
    자존감이라는 단어.
    어찌보면 참 낯선 단어에요. 특히 나와 당신처럼 세상에 상처받은 사람에게는요. 자존감을 갖게해준다는 글을 읽어봐도 크게 와닿지도 않고 가끔은 오히려 좌절하기도 하죠. 

    자존감을 편하게 해석하면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말은 쉽지만 참 어렵죠.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것같은 나를 사랑하라는 말이요.

    제 얘기를 좀 해도 될까요?
    우리집은 가난했어요. 10평도 되지 않는 주공아파트에서 바퀴벌레와 악취에 쌓여 살았어요. 아빠는 무능했고 그럼에도 남의 시선을 신경쓰느라 돈을 빌려주기 일쑤였어요. 법대를 수석으로 다니던 엄마는 생활고로 인해 아침에는 이삿짐센터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노래방도우미를 나갈 정도였어요.

    사실 난 엄마가 무슨일을 하는지도 몰랐거든요. 아주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되었고 언젠가 이 말을 엄마앞에서 꺼냈을 때 엄마는 덤덤한 얼굴로 "너에게 부끄러운 짓은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어요. 엄마가 이혼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를 아빠없는 자식으로 키우고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우리엄마는 당당하고 나와 동생을 위해 그 엄청났던 자존심마저 희생한 사람이에요. 혹시라도 우리 엄마를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가난으로 인해 1주일 중 3일을 같은 옷을 입고다녔고 반 애들은 저를 거지년이라고 불렀어요. 중학교에 올라가기 전까지 샤워를 혼자 하는 방법도 거의 몰랐어요. 부모의 케어를 받지 못하고 동생을 키우다시피하며 나는 왕따로 살았어요.

    친척집을 전전하기도, 그러면서 친척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하면서도 나는 늘 죄인이었어요. 누군가 나에게 칭찬을 하는 게 죽도록 부끄러웠고 남들의 시선이 무서웠고 눈치를 보며 다른사람의 비위를 거스르진 않을까 늘 전전긍긍했어요.

    부모님의 이혼 이후로 '급식지원 받는 애'라는 명단이 교실에 걸렸고 나에겐 또다른 딱지가 붙었어요. 애비없는 애들은 다 그렇다는 말도 들었어요. 차라리 없는게 나은 아빠일지언정요. 나는 공부를 잘했고 남들에게 상처주지 않고 컸지만 가난하고 이혼가정에 못생겼단 이후로 모두에게 공격받고 살았어요.

    어느날 부반장인 제가 떠들던 일진에게 조용히하라고 말하자 그애는 날 "더럽게 생긴년"이라고 불렀어요. 그 후로도 심지어 모르는 남자들조차 날 못생겼다고 욕하며 지나가곤했어요.
      
    이런 내게 자존감이라는 게 있을까요?
    없었어요 사실. 못나고 가난한년이 성격도 나쁘단 얘길 듣지 않기 위해 늘 모두의 비위를 맞추며 살았어요. 늘 약자였고 죄인이었기에 나를 깔보는 사람이 많았고 그들에게 상처받는 악순환이 계속됐어요.

    그런데 말이죠, 제가 엄청난 계기가 있었어요. 지나가는 할머니의 리어카를 밀어드렸는데 그 할머니가 너무 고맙다고 얼굴도 예쁜데 맘씨도 곱다고 손을 잡아주는 거에요.
    엉엉 울었어요. 나보고 예쁘대요. 평생을 못났단 말을 듣고 산 나를 예쁘다고 해줬어요.

    그러다가 편의점 알바를 했는데 한 남자손님이 정말 친절하고 웃는게 아주 예쁘단 말을 해주더라구요. 

    그 후로 일부러라도 웃기 시작했어요. 또 남들의 비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 만족을 위해서 친절을 베풀기 시작했어요. 내가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하면 예뻐보이겠지? 하는 생각으로요. 근데 정말 그렇더라구요. 화장으로도 다이어트로도 채울 수 없는 아름다움이에요.

    상대방과의 대화에서도 경청하고 반응해주는 습관도 길렀어요. 몇몇 남자를 만났는데 하나같이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첫인상은 별로였는데 대화하다보니 반해있었대요.
     
    이건 무엇보다 내가 나를 챙기면서부터 생긴 결과에요. 내가 웃고 친절하게 구는 것은 어디까지나 날 위한 거였고 나를 챙기기 위해서였어요. 어찌보면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의 이타심인거죠.
    어느정도냐면, 저 다니던 대학 때려치우고 전문대 사회복지과에 들어왔어요. 오만하지만 다른이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봉사하는 것은 저의 자기만족을 위해서에요. 그 과정에서 나는 정말정말 행복해요.

    나의 모든 걸 갉아먹는 개같은 남자도 만나봤어요. 못난 내가 다른 남자친구를 만날 수 없을 것같다는 두려움에 헤어지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 아주 어려운 결단을 내리고 나에게 투자하다보니 또 정말 많은 게 변했어요.

    취미생활이 생기고 하고싶은 걸 하고 만족감으로 나를 채우니 나는 더 이상 남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요. 다른이들의 비위를 맞추며 채웠던 알량한 관심과 애정을, 그 사람들이 아닌 내가 직접 채워가니 오히려 다른 사람들도 절 존중하기 시작했어요. 까놓고말해 만만해보이지 않는다는 거에요.

    자기한테 쓰세요. 남이 아니라 내가 먹고싶은 걸 먹고, 내 사랑을 하고 내 꿈을 꾸세요. '내것'이라는 걸 찾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요. 하지만 조금만 용기를 내서 나를 채울 줄 안다면 정말 많은 게 바뀌어요.

    우울증약과 수면제로 날 비하하며 우울의 틀에 내 자신을 가두던 과거의 나는... 물론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이제 난 뻔뻔하리만치 나를 챙길 수 있어요. 완전히 낫진 않았지만 난 이제 멋진 사람이에요. 비록 뚱뚱하고 객관적으로 예쁘진 않지만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나의 친구로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아픈 당신의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요.
     
    당신 예뻐요. 사랑해요.

    (+) 혹시라도 이걸 읽으며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당신들에게도 고맙단 말을 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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