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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4181
    작성자 : 뽀리
    추천 : 48/45
    조회수 : 3518
    IP : 61.36.***.17
    댓글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3/10/23 17:30:22
    원글작성시간 : 2003/10/23 16:43:06
    http://todayhumor.com/?humorbest_14181 모바일
    개에게 술먹이기(펌)
    여러분은 혹시 개에게 소주를 먹여본 일이 있으십니까...

    아마 개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분들이나..개를 단순한 음식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런 경험이 없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개를 원수로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개에게 소주를 한 번 먹여보십시요..
    아무리 험상궂은 개라도..다음날 부터 단번에 꼬리내리고 도망갈겁니다..

    당시 저는 시골인 외가집에서 방학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외가집은 '사슴목장'이었는데..
    대부분의 사슴목장이 그러하듯, 다른 인가와는 걸어서 약 4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집이었습니다..

    그집엔 개가 두마리 있었습니다..
    개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애초에 관심도 없었고..
    단지 어미를 '한솥', 자식을 '한그릇'이라 불렀지요..
    근데 이 개들이 제가 자기들 족보를 맘대로 조작한다는 걸 알았는지.. 같이 산지 보름이 지나도 저를 보면 항상 짖는
    것이었습니다..
    조용히 화장실도 못가는 신세였지요..저는...
    또한 어릴 때 키우던 개에게 물려본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개에 대해 본능적인 적개심이 있었으므로... 어떡하면 저 double개들을 잠재울수 있을까..자나깨나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철쭉이 만발하던 어느 날...
    도보로 40분 걸리는 동네 구판장(시골에 사시는 분들은 구판장이란 이름에 익숙하실 거라 믿습니다...)에 가서 소주를 세병 사왔습니다...
    그리고 사슴목장의 정겨운 경치를 뒤에 두고...
    한적한 시골의 정취를 느끼며
    병나발을 불었습니다..
    꿀꺽..꿀꺽...

    한 병 마시고 나니..알딸딸 하더군요...
    혼자 술마신다는게....정말 힘든 일임을 알고 나머지 두병은 다음에 먹기로 맘먹고 일어나는 순간, 제 머리엔..강렬한 유혹을 담은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개나 사람이나 똑같은 잡식성...그리고 개는 위가 사람보다 더욱 튼튼..
    그렇다면 과연 개는 소주를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호기심이 생기면 오뉴월 뙤약볕에 미친 년 널뛰듯 활발해지는 전...
    남은 소주 두 병을 들고....
    한솥과 한그릇의 밥그릇에 부어줬습니다...

    "과연 먹을까...???"

    안타깝게도 한 솥과 한그릇은 한 번 냄새만 맡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돌아섰습니다..
    저는 세상에 태어나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깊은 실망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실망은 잠시...

    "분명히 냄새가 싫어서 안먹을꺼야.."라는 결론을 내리고...

    저는 다시 도보로 40분 걸리는 구판장으로 향했습니다..
    구판장에서 소주의 향료로 무엇을 고를까 고민하며 전 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콜라를 섞여 먹여볼까...(소콜..이라 불리는 폭탄이지요..) 아냐..그건 탄산수라 개에게는 너무 자극이 강할수도 있어..
    어쩌면 소콜을 먹다 트림할지도 몰라...
    영비천은 어떨까...에이 ..나도 못먹는걸....
    우유는...에이..개팔자에 무슨 우유....'

    이런 저런 잔생각을 굴리는 저의 눈에 순간...
    당시 막 판매되기 시작한 '허쉬 초콜릿 드링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개든 사람이든..단 것 앞에는 사죽을 못쓰기 마련...'

    개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초콜릿은 맛있을거라는 결론을 내린 저는.
    '허쉬 초콜릿 드링크' 4병과 소주 3병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40분을 허위허위..
    외가집에 돌아와 개 밥그릇을 보니...
    아까 따라준 소주는...간 곳 없고...
    밥그릇 밑엔 홍건히 고여있는 물자국(아마 소주를 엎었나 봅니다..)밖에없었습니다..

    시간은 오후 4시경....
    따사로운 햇볕이 좋았습니다..
    '그래, 사람이나 개나 오후 4시경이면 배가 고플때...'라는 생각에
    저는 당장 개의 허기를 달래주기 위해 소주를 주기로 작정했습니다.
    (사실은 빈 속에 먹는 소주가 개에게도 치명타로 작용하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개밥그릇에 소주 반병과 허쉬 초롤릿 드링크 1병을 부었습니다...
    뭔가를 자기 밥그릇에 부어주는 '앞으로의 적'의 행동에 한솥과 한그릇은 잠시 관심을 가졌습니다..
    저는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한솥과 한그릇에게 손짓했습니다..

    "이리와서 빨리 마시고 뻗으렴...."

    저의 유인에 끌려...
    가까이 와서 밥그릇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 한그릇...
    (원래 어린것들이 겁이 없지요...)
    냄새에 이어 맛을 조금 본 한그릇은 환장을 하며 먹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질세라..한솥...어미의 처지임에도 불구하고..같이 마셔대기 시작했습니다..
    어미와 자식이 한자리에서 한 그릇에 술을 마시는 모습..

    잠시 삼강오륜과 장유유서가 물구나무 선 모습에 분노를 느끼기도 했지만...
    개팔자에 뭘 그리 따지랴 싶어서 그냥 두 마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개눈 감추듯 먹어치우더군요...

    저는 남은 술과 초콜릿 드링크를...밥그릇에 조금씩 더 채워줬습니다...
    물론 조금씩 소주의 비율을 늘려갔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둘이 합쳐 소주 두병 반을 채워갈 무렵....
    초콜릿 색 물줄기가...
    허공을 물들였습니다....
    한솥이 먼저...오바이트를 한 것입니다...

    "워억~~~~~!!!!"

    개나 사람이나 오바이트 하는 소리는 거의 분간할 수 없을만큼 비슷하더군요...
    한솥이 힘찬 물줄기를 뿜어대곤...
    사슴목장 앞의 저수지쪽으로 비틀대며 가는 것을 보며...

    '역시 늙은 한솥이 술이 더 약하구나...'라고 결론을 내릴 무렵...

    한솥을 바라보는 저의 등뒤에서...
    몇 줄위에 써놓은 저 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습니다...

    오호...
    이럴수가....
    몸집이 훨씬 작음에도 불구하고.....
    한그릇은 제 어미보다 훨씬 더 멀리..
    더 높이...더 빠른 속도로 분사되는..초콜릿색 물줄기를 뿜어대고 있었습니다...

    순간, 제가 의식할 수도 없는 아주 잠시동안이었지만..
    저는 죄책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미를 따라...
    저수지쪽으로 비틀대며 걸어가는 한그릇..
    저는 카메라의 초점을 술취한 "한씨 모자"에게 맞췄습니다..
    그리고 진지하게 관찰했습니다...

    마치 짐승이 포효소리 처럼 우렁찬 모자의 오바이트...
    어미와 자식이 함께 오바이트를 하는 모습은..
    "세상 말세다.."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잠시 후...
    한솥이 세번...한그릇이 네번..의 오바이트를.. 한 후...
    두마리의 모자는
    지친 기색으로...
    얼굴이 반쪽이 된 채로 잠들었습니다...
    저는 저의 실험이...
    "개나 사람이나 잡식성인 고로 술에 대한 반응은 똑같다"라는 결론을 얻은 것에 만족하고...
    저녁 밥을 먹고... 편안히 잤습니다...

    다음날 아침...
    저는 전날의 결과가 궁금하여....
    한씨모자의 집구석을 찾았습니다...
    불쌍하게도..두 모자는 외숙모가 준 밥을 먹지도 못한채..
    숙적인 저를 보고도 짖지도 못한채....
    힘없이 ...멍하니 풀린 눈으로...늘어져 잇었습니다..

    사람이나 개나 술먹은 다음날 밥맛없는거는 똑같은가 보더군요...
    그리고..한솥은 한그릇을 아주 처량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제가 술먹고 들어와서 오바이트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제 어머니의 눈빛을 처음으로 객관적인 상황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불쌍한 한씨 모자를 위해...
    얼른 찬물 한바가지를 떠다 주었습니다...
    정말 시원하게 잘 마시더군요....
    그리고...

    '푸..훗~~~!!!'

    어제완 달리 맑은 물줄기가..다시 한솥과 한그릇의 몸에서 힘차게 분사되어 나갔습니다..

    저는 이 예상치 못한 결과에...
    사람이나 개나 할 것없이 술에 대한 결과는 완전히 똑같다는 예상치 못한 실험의 잔여 소득에 너무도 놀라고 말았습니다...

    아!!!
    불쌍한 한씨 모자는 그날 저녁에서야....
    사실을 안 외숙모가 끓여온..미음을 먹고...서야...
    기운을 차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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