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 오징어 남이에요.
오늘 너무 우울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나네요
서울을 떠나 취직한지 딱 10개월이 넘어 가네요.
성격이 복잡한건 싫고 조용하고 아기자기한게 좋아서 제주로 이사를 결심 했었었습니다.
전 건축공학 전공에 부전공으로 실내건축 졸업하고
회사다니면서 실내건축으로 열심히 대학원 다녔습니다.
전 정말로 제주에 살고 싶은 로망이 있어 대학원 졸업 학기에 원서를 모두 다 제주로 넣었습니다..
10개월전에 연락이 오더군요 ..
면접 한번 보러 와달라구..사실 급여가 너무 짜서 엄두도 못냈는데 최대한 타협해보자 해서
면접을 보게 되었었죠..
그땐 소장님 솔직하게 말씀하는게 좋았습니다.
소장: 내가 솔직히 고졸이고 경력 쌓아서 시험 합격해서 개업을 했다.
그래서 색채나 디자인 이런 쪽이 감각이 모자란다 전공자를 뽑아서 회사를 더 키우고 싶다.
제주에선 월급이 낮은 편이지만 최대한 챙겨줘서 얼마주겟다 대신 상여금을 명절에 100% 씩 주겠다.
6개월, 1년씩이 지나면 본봉을 인상하는걸로 하자.
주 5일 근무니 올거면 진짜 와달라. 서울 정리하는데 얼마나 걸리냐
정리하고 최대한 빨리 오면 좋겠다.
저 : 그럼 1주일만 시간을 주세요. 정리하고 이쪽에 이사하는데 일주일은 들어 갈거 같습니다.
소장 : 알았다. 그럼 1주일 후에 출근으로 하자. 못온다고 하지 말고 와달라.
이런 면접 내용 이었습니다.
저 최대한 서울에서 정리하고 교수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만에 제주로 내려 왔습니다.
취직 첫날에 스케치업 작업 좀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 랜더링 합니까 라고 물었고
소장 : 야 바쁜데 그런거 시간 걸리지 않냐. 너 하는 맥스는 없다. 스케치업 대충해라.
저 : 네 그럼 스업으로 해놓겠습니다.
라고하고 시간이 남을때 랜더링을 돌려놨습니다. 그걸 보고는
"와 이런것도 되냐? 야 나 전에 했던 도면도 좀 해봐라. 우리 복도에 액자에 걸어놓자."
그 날 부터 3개월간 자기가 햇던 작업 도면을 다 주더군요..다 랜더링 해주라고.... 회사했던 작업 다 걸어 놓자고..
거기다 직원 두명 랜더링을 가르쳐 달랍니다...강사도 아니고..
그렇게 추석이 되자 "넌 6개월이 안됫으니 60%로 할게."라고 면전에 통보..
'뭐 경력위한 일이니 그래..' 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 후로 저에게 맡긴 작업은들고 가면
"야 제주는 그런거 안해." "야 그사람은 비싼거 안써" "야 디자인 하지말고 땅은 꽉꽉채워."
그러면서 제 작업을 보여주고 클라이언트한테
이건 안되겟죠 안되겟죠 자기가 직접 깎습니다..제가 PT할 기회는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혼잣말 합니다. 제가 사온 책자 보면서...
"와 나는 언제 한번 저런 건물 한번 디자인 하냐."
솔직히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올해 구정에 육지로 가는데
문자가 옵니다 '상여금 90% 넣었다." 그냥 통보 하더군요. 참았습니다.
그 후 3개월 동안 임금 인상 단 한번도 말이 없더군요...
제가 택한 직장이니 참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참으면 호구가 될거 같아서 엊그제 말을 꺼냈습니다.
"저 4개월동안 월급이 안올라서 들어 왔는데요?"
째려보면서 한숨을 푹 쉬더니
"야 내일 애기하자."
그리고 오늘 출근 후에 부르더군요
소장: "너 요새 일이 재미 없냐? 너 표정이 일 재미 없는거 같다"
저: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왜요?"
소장: "아니 너 건축사 따야 될거 아니냐?"
저 : "네 그런데요?"
소장 : "내가 볼 때 넌 이 일이 재미가 없는거 같은데?(먼 개소린지...일하고 있는 도중에)
휴가도 많이 쓰고.."
저: "휴가요? 저 작년 추석에 이틀 쉬라고 해서 쉰거 밖에 없는데요..?"
소장 : "너 여기 올때 일주일 쉬었잖아."
(아니 면접보고 1주일 이사 시간 준다더니..휴가라니..
월급 줬습니까...?부들부들)
저: "....(멍)"
소장 : "아니 너 디자인하고 3D 쪽 잘하는건 아는데 우리 클라이언트가 싸구려 한다는데 니가 한 디자인 3D 어디다 써먹냐.
내가 어떻게 할 수 가 없다."
(전에 작업 좋다고 다 3D작업해서 액자로 만들어 놓고...거기다 그런 클라이언트 물어온게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거기다 넌 야근도 잘 안하잖아.
(그렇다고 정시 퇴근도 아니고 야근하면 자기가 니네 집에 가라고 합니다 물론 야근하면 밥을 준 적은 없습니다..--
진짜 안줘요 자기 저녁 안먹는다고...)"
소장: "월급은 약속대로 못 올려 줄거 같다. 내가 볼 때 넌 니 전공쪽으로 나가보는게 어떻냐?"
"다시 너의 길을 한번 생각해보는것도 좋을거 같다. 다시 생각해봐"
라고 하데요....
점심 먹자는데 밥맛이 날리가요.
거르고 생각하다보니 이건 아닌거 같았습니다..점심 후에
저 : " 그럼 그만 두겠습니다."
소장 : " 뭐?"
저: "그만 하겠습니다. 생각이 그러신데 제가 그만 두는게 맞는거 같습니다."
소장: "야 너 너무 빨리 생각한거 아니냐? 난 너 충격 먹으라고 한 얘긴데.."
"....하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네..난 너 잘되라고 한 말이었는데"
저: "너무 충격이 크네요. 그렇게 생각 가지고 계시면 제가 그만 두는게 맞습니다. 사표 수리 해 주세요."
소장: "...햐 ..야 너 갈데 잇냐? 다시 서울로 올라가게? 어디 갈건데?(당신이 상관할바는 아니잖아요..)
저: "아니요 그냥 깔끔하게 그만두고 싶습니다. 그런 소리 듣고 일은 못하겠습니다."
소장 : ".......아니 더 생각해봐"
저: "아니요. 오늘 사표 내겠습니다."
하고 제자리에 돌아오니 온갖 생각이 다 나더군요..
이게 사람 간봤던 거가 싶기도 하고..직원들은 왜그러냐고 묻고 눈물은나고
동료들한테 말하고 정리 시작했습니다.
다행인건 제 소스랑 파일은 제 개인하드에서 썼던거..자리에 돌아오자마자
소스 파일 로그 셋팅 값 전부 다 지웠습니다.
그대로 주긴 너무 싫었거든요.
회사 네트워크 다 뒤져서 로그 파일 자동저장까지 모조리 싹다 지우고
오늘 퇴사 했습니다...
홀가분 하기도 하고 우울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잘한일이 맞나하고 생각도 많이 들고..
맥주 한캔 하고 있는데 전화가 오더군요....
소장 :"야 너가 쓰던 이미지랑 파일들 어디잇냐?"
저: "제껀 다 지우고 왔는데요?"
소장: "뭐? 야 내가 너 월급 주고 했는데 그게 왜 니꺼야? 누구 맘대로 지우고 가?"
저: "무슨 소리 하시는 겁니까? 제 개인 파일로 가져온건 다 지우고 온건데 뭐 거기는 캐드 파일 달라고 하면 캐드 파일 다 줍니까?
내 작업은 놔둬도 내 파일을 내가 왜 주고 와야 됩니까?"
소장: ".........야 그래도 일했던 회사에 너 그러는거 아니다. 내가 월급 준건데. 우리는 어떻게 하라고"
저: "아니 일시키시면서 유류비 만원이라도 제 차에 넣어 주신적 있으십니까?
뭐 진짜 잘 챙겨주신거처럼 말씀하시는데요? 야근안한다고 뭐라 하셧는데 야근하고 밥 주신 적 있습니까?
저 이제 거기 직원 아닙니다.
자료 필요 하시면 직접 모으시던가 개별적으로 구매하세요. 전 할 말 없고 말하고 싶은 기분도 아닙니다."
라고 하고 끊었습니다..
전화 끊고 나니 너무 눈물나고
손도 떨리고 억울하고 분하네요..ㅠㅠㅠ
타지에서 혼자 발버둥 치다가
휴...백수 된 첫 날 슬프네요..
오늘은 푹잠들고 싶은데 잠이 안오네요..ㅠ
벚꽃도 못보고 퇴사하니 다 져버리고
전 내일은
백수 기념으로 제주나 한바퀴 돌아야겠어요.
그 동안 못본 풍경이나 여유롭게 한 번 보고 싶네요..
일하시는분들 다들 저보다 더하시겠죠..
직장인분들 존경합니다 ㅠ
화이팅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