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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398658
    작성자 : 익명cXFqZ
    추천 : 1
    조회수 : 211
    IP : cXFqZ (변조아이피)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5/04/03 00:10:03
    http://todayhumor.com/?gomin_1398658 모바일
    의무급식 얘기하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얼마전에 의무급식에 관해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옛날 생각나면서 울컥한 일이 있네요.
    시사문제라 시사게에 써야할 수도 있지만 
    제 얘기니깐 고게에 써볼게요.
    일기or회상같은거라 말이 짧은거 이해해주세요.

    ...
    어린 시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달동네에 산 기억은 있지만 그닥 가난하다 생각해본적은 없다.
    다만 엄마 말로는 좀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두 분이 열심히 산 덕에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 들어갈 무렵에는 아파트에 살게 되었다.

    그것도 잠시..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급하게 기울었다.
    철이 없었는지 채 실감을 못하고 있었지만 
    배운게 별로 없는 엄마는 제대로된 직장없이 이일 저일 하시면서 
    요즘 기준으로 한달 50만원정도 되는 돈으로 가족을 먹여살리셨다.
    초등학교 1학년.. 남들이 학교에서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낼때
    난 불우이웃으로서 도움을 받게 되었다.
    돈으로 무언가 나왔는지는 모르겠고,
    기억에 나는 건 배트맨이 그려진 겨울용 신발과 만화탈무드였다.
    뭣도 모르고 좋아했고, 친구들에게 자랑할 정도로 참 철이 없었다.
    다행히 친구들도 철없이 순수해서 부러워했지만,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 친구어머니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어린 나이에도 금방 눈치 챌 수 있었다. 아마 그때부터 남의 눈치를 보게 된거 같다.

    가세가 기운 탓에 이사도 많이 다녔다. 한군데 오래있어야 2년남짓.
    전학갈때마다 선생의 입장에서 내 상황을 파악해야하는건 이해하지만
    매번 내 상황을 설명하고 우리집이 가난하다는 걸 말해야하는 건 꽤나 불편했다.
    물론 진심으로 고마운 선생님도 있었지만, 역시 대놓고 예비문제아 취급하는 선생도 있었다.
    문제아가 되어선 안되었기에 공부만큼은 열심히 해서
    성취도 평가? 라는 것에서 전국 1등을 해서 기분 좋은 상담을 받아본 기억도 있다.
    (이건 자랑 맞습니다 ㅋ)
    어쨌든 내 가난을 설명하므로써 육성회비 면제대상이 되었다.

    드라마같은 것을 보면 가난한 집 아이의 도시락 가지고 타박하는 친구를 보는데 난 그런 경험은 없다. 
    어머니가 외할머니 식당(조그만 백반집)을 이어받으시면서
    그날 반찬으로 도시락 싸주면 되었기에 큰 문제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 들어가면서는 급식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하게되었다.
    선택이 아니라 다 급식을 해야했기에 어찌보면 의무급식이기도 하다. 무상은 아니지만...
    당연히 선생님이 내 사정을 알았기에 간단한 서류를 내고 내 몫의 급식은 공짜로 받게 되었다.
    이때가 가난을 증명하기 위한 서류를 처음 냈던것 같다.
    아마 등본이랑 어머니의 수입을 증명하는 서류를 내야 했지만 가게가 할머니 이름으로 되어있어
    수입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까지는 공짜밥을 먹는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될지 몰랐다. 
    그저 급식이 별로 맛이 없었던 것만 불만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가 "너 밥 공짜로 먹는거냐?" 라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
    보통 싸움 잘하는 아이나 공부 잘하는 아이는 애들이 잘 건드리지 않았고, 그때까지만 해도 난 후자였는데
    가난한 아이는 거기에 속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그래도 철없이 순수했는데 중2는 철은 없어도 순수하진 않았던거 같다.
    당시에 왕따라는 말은 없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난 왕따가 되었고
    거지새끼, 도둑놈 같은 말을 들으면서 맛도 없는 공짜밥을 먹어야했다.
    그 1년은 인생에 손꼽히는 절망스런 순간이었다.
    다행히 다음 해에는 다시 도시락으로 바뀌었고, 반이 바뀌면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었다.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다시 급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식당이 잘되면서 집안 살림은 많이 나아졌고, 공짜밥 먹을 이유가 없었다.
    맛은 역시 없었지만 남들과 같이 돈내고 밥을 먹었고,
    내가 밥 먹는 것을 가지고 누가 뭐라고 할 이유가 전혀없었다.
    그게 행복한게 아니라 그냥 당연한 일상이었다.
    잘은 몰랐는데 나보다 더 힘든 누군가가 도움을 받았나보다.
    고3으로 올라가면서 난 다시 무상급식대상자가 되었다.
    집안 살림이 조금 나아졌다고 해서 여유로웠던건 아니고
    친구들이 내 가난을 가지고 날 왕따시킬 만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다시 한번 이것저것 서류를 냈다.
    (더 많아진것만 기억한다. 등본, 엄마 수입 인증, 국민연금 수령 인증?? 
    아무튼 이것저것 떼느라 외출증 받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이번에 공짜밥은 서류만 낸다고 주는게 아니었다.
    점심시간에 급식수레를 끌고 오고 점심시간이 끝나고 수레를 반납하는게 공짜밥의 댓가였다.(공짜도 아니네-_-)
    결국 이건 다시 상처로 돌아왔다.
    빨리 안가져 온다고 타박하는 놈들이 있는가 하면
    지가 먹은 급식판을 내가 치우기를 바라는 놈도 있었다.
    자존심상해서 못하겠다며 엄마한테 얘기해서 
    이후로는 결국 혼자 도시락 싸가지고 다녔다.

    아직도 내 기억에 내 어린시절은 풍족하지 못했을뿐
    가난했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불우하게 보는 시선으로
    또 그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아왔다. 이중에는 트라우마로 남은 것도 있다.

    ...

    기억이 정확하지 않습니다만, 느낀대로 썼습니다.
    더는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는 일이 안생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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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03 00:10:41  125.191.***.201  눈팅만ㅎ  540668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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