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잘난 너는 나를 항상 무시했다. 항상 나보다 더 좋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것을 탐냈다. 부모님도 너만 칭찬하고 너만 사랑하는데 유일하게 나에게 칭찬해주는 할머니의 사랑도 니가 독차지하지 못한다고 나를 괴롭히고 때렸다. 내가 너보다 잘했을때도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내가 너보다 못했을때 나는 가족 모두로부터 조롱을 받았다. 너는 가족과 친척들 앞에서 나를 비꼬고 돌려 조롱했다. 내가 없는 친척모임에서 내가 친척들을 싫어한다고 거짓말도 하고 나에겐 모임 사실도 말해주지 않으며 나는 친척들과도 점점 멀어졌다. 오직 할머니 한 분만이 나를 사랑했다. 무릎을 베고 누워 나에게 둘도 없는 귀한 자식이라고 한건 할머니가 유일했다. 그런 할머니에게도 너는 나에 대한 거짓말을 일삼았다. 할머니가 내 사진을 지갑에서 꺼내자 너는 그 사진을 찢어버리고 니 사진을 지갑에 넣었다. 너는 그 모든것을 내가 모르리라 생각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실때까지.
너는 나에게 불쌍하다고 이야기했다. 예전엔 내가 너보다 똑똑한것같아 싫었는데 이제보니 자기가 더 똑똑하고 잘 나가는 인생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너보다 잘 나가본적이 없는데 너는 무엇때문에 나에 대한 열등감이 그리도 심했을까. 그러면서 너는 나에게 불쌍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는 웃었다.
항상 너는 나를 보면서 피부가 더럽다고 하고 깨끗하고 흰 네 피부를 자랑했다. 너는 키가 크고 날씬한 네 다리를 나에게 내밀며 너보다 키가 작은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쳐댔다. 너는 내 메일을 해킹하고 내 비밀을 알아내어 소문을 퍼뜨리고 부모님께 이르기도 하였다. 얼마 없는 내 친구들에게 친한척 하며 돈을 빌리거나 밥을 얻어먹고 나에게 받으라고 했다. 내 머리와 몸을 함부로 때리며 알몸 사진도 찍었다.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았고 아무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너는 나에게 무언가를 물어보고 내가 모르면 그런걸 모르냐고 하루 시간을 어디에 투자하냐고 상세하게도 조롱했다. 정작 내가 잘 아는 부분은 묻지 않았다.
부모님이 사업상 아는 사람 아들과의 선을 거절하고 내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했다. 시부모님도 나를 사랑해주신다. 처음으로 무슨 일을 할때 내 기분이 어떤지 불편하진 않은지 물어봐주셨다. 부모님은 나를 더욱 미워하였다. 기껏 키워줬는데 뒤통수 치는 것 밖에 모른다고 욕을 하고 집 밖으로 때리면서 쫓아냈다.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에 가라고 하면서 학비를 대주신다던 부모님은 내 이름으로 받아놓은 학자금 대출 통장을 내 짐과 함께 집어던졌다. 내가 받은 장학금은 거기에 없었다. 너는 그 때 부모님을 말리지도 않고 시험이 내일 모레라며 네 방으로 들어갔다. 결혼식 당일에 얼굴을 비춘 후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네가 외국을 다녀온후 명문 대학원을 졸업하고 고소득 전문직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도나도 고소득 고학력에 예쁜 너와 선을 보고싶어한다고 들었다. 그걸 왜 나에게 몇 년 만에 연락해서 이야기하는 부모님의 심리를 이해할수가 없지만 잠자코 들었다. 문득 나에게 저주를 퍼붓는 엄마에게 날 사랑해달라고 울면서 매달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엄마는 나를 발로 차며 뺨을 때렸다. 계획해서 낳은 아이가 아니었고 쉽게 죽지도 않아 태어날때부터 속을 썩였고 사춘기때는 반항하며 공부도 못해서 속을 썩이더니 결혼도 부모가 원하는대로 하지 않는다고 나는 처음부터 필요없었다고 모든 건 부모 말을 듣지 않는 내탓이라고 말하며 쌍욕을 했다. 나는 그 덕분에 부모를 잊고 그리워하지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주 가끔 눈물이 난다.
나는 네 덕분에 아주 예쁘고 똑똑하며 사교성 많아 보이는 사람이 다 훌륭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가족이 화목하지도 않고, 모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도 사람이었고 나도 누군가를 사랑할수 있음을 알았다. 너에게 그토록 많다던 친구들은 가장 잘나가는 친구들을 제외하고 남아있지 않았다. 같은 학교 후배였던 그들이 얼마전 나에게 사과했다. 몰랐었다고. 같은 학교에서 나를 괴롭히던 주체가 내 동생이었음을. 내 물건을 같이 훔쳤음을. 내 동생이 잘나가고 자신들을 버러지 취급할줄을 몰랐음을.
너에 비하여 나는 동네 아줌마로 주말마다 시댁을 가며 남편과 살아가고 있다. 딸 하나 아들 둘. 내 딸은 너를 닮아 참 예뻐서 걱정했다. 동생들이 아들이라 그런지 아빠를 닮아서 그런지 형제들과 사이좋게 잘 지낸다. 너같은 아이가 될까봐 나는 이에서 피가 나도록 공부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우리도 분명 사이좋고 행복한 시절이 있었을것같은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나는 너와 지난 과거에 대해 사랑도 미움도 모두 잊었다. 고 생각했다. 네가 누군가와 결혼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술에도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갔지만 번번이 유산된다고 한다. 나보고 애 낳는 재주 하나는 좋은가보네. 라며 비웃던 부모와 네가 생각이 났다. 그 소식을 듣고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네 자식의 유전자는 아주 훌륭할거라고 떠들어대던 니 얼굴이 떠올라서. 부부가 둘다 전문직은 피곤하다며 자랑스레 취직도 결혼도 못한 네 친구에게 이야기하던 네가 떠올라서. 키워줬으니 잘난 동생 학비좀 대라고 나에게 빤뻔하게 이야기하고 착한 남편에게서 돈을 가져가던 부모 얼굴이 떠올라서. 그리고 이제 영영 너와 부모를 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 인생의 아주 작은 순간이라도 당신들에게 물들고 싶지 않다. 대통령의 어미가 되든 어느 고층아파트에 살든 미리 축하한다. 다시는 나에게 연락하지말아라. 나는 지금 행복하지만 나는 아직도 당신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숨을 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