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밤, 남자친구가 야근때문에 늦게 끝날 것 같다고 하곤
늦은 새벽에야 저희 집에 찾아와서는 군대동기 잠깐 만나고 왔다고 하더군요.
"나 사거리 탐앤탐스 2층에서 자기랑 어떤사람이랑 같이 있는거 봤어." 라고 말 하니까
한동안 말이 없더군요. 저는 일단 상황을 모르니 화내지 않고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가 버럭 화를 내면서 숨막혀! 답답해! 라고 말하더군요;
이건 무슨 또라인가 싶으시겠지만 제게는 이제 별 대수롭지 않은 일 이랍니다.
정말 웃기지도 않아서 그냥 뚫어져라 쳐다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 남친은 늘 궁지에 몰리면 이런 식 입니다.
"에라모르겠다!버럭!!" + "이참에일단평소불만을얘기하자!" 랄까요...
뭐 정말 이런 어처구니 없는 패턴은 너무 빈번하다보니 이젠 화 조차도 나지않았지만
꽤 오래 만난 우리 사이에서 남친은 단 한번도 이런 거짓말을 한적이 없었기때문에,
(아니...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처음으로 들킨것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무튼 저는 남친에게,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소리지르지않아도 잘 들리니 새벽에 이웃에 폐끼치지말고 얘기해보자며 달랬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제가 말했습니다.
" 솔직히 별 생각 없었는데 괜히 오버하니까 더 이상해보이는데,
처음부터 계획 된 거짓말이라는 게 화나긴하지만 아직 상황을 모르니까 얘기나 들어보자." 라고.
그랬더니 남친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제가 괜한 걱정을 할까봐서 그랬다는 겁니다.
응?
저는 여태 단 한번도 친구만나러 간다는데 막는다거나(?) 걱정을 해본적이없는데
그래서 되물었죠, 내가 언제 그런 적이 있다고 걱정할까봐 그런 거짓말을 했냐고...
대답이 없더라구요. 할말이 없겠죠. 전 정말 그런적 없는데 혼자 그렇게 판단한거니까요.
결국은 계속 미안하다 잘못했다 다신 안그러겠다 아무 사이도 아니다 그냥 어릴때부터 알던 애다
화풀어라 용서해달라 앞으론 절대 이런일 없을거다 이런식으로 나오는데 저로선 이해하기도 힘들고
제가 화가 난건 여자를 만나서 가 아니라 거짓말을 했다는게 화가 나는 거예요.
그런데 이 인간은 너무 포인트를 벗어나 생각할뿐이고,
제겐 그 사람의 "미안하다,잘못했다,안그러겠다" 따위의 발린 말들은
그저 지금 이 상황을 넘기기 위한 뻔한 진심이 담긴 것 같지도 않은 말들을
기계마냥 반복해서 내뱉고 있을 뿐이란 생각밖에 안들었고
그 보기싫은 모습을 본 순간 제 눈에 그사람에 대한 콩깍지가 벗겨지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런 제 얘길들은 친구들은 그냥 헤어지라는 말 뿐인데요
저는 결혼까지 생각하고 오래 만난 사람이고 여태껏 단 한번도
아주 사소한것도 거짓말을 한 적 없었던 우리 사이였기때문에...
솔직히 어찌해야 좋을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제가 화가 난건 아니 화가 났다기 보다
정말이지 내 남자친구에게 엄청나게 실망스러운건,
우리는 꽤 오래 만나왔고 저는 그동안 세상에서 내 남친만은
거짓말같은건 일절 아예 하지도 못하는 사람인줄로만 알았고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그런면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왔으며 저는 당연히 그래왔다고 생각했고,
오랜시간동안 함께하며 그렇게만 봐온 저로서는...정말 이 모든 것이 다 한 순간에 무너져 버렸습니다.
믿음이 컸기때문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이 일이 제게는 너무도 큰 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 사람이 하는 말은 하나도 믿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럼 정말 친구들 말마따나 이런 일로 헤어지는 게 맞는걸까요?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저는 아직 사랑이라는걸 믿긴하니까요. 어느정도.
게다가 제 남친은 정말 아무짓도 안하고 커피만 마셨을거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기도 하구요.
거듭 말했지만(세번째얘길하지만) 제가 크게 실망한 부분은 '거짓말' 이라는 데 있지
친구들이 얘기하는 '바람' 이라던지의 그런 면들이 아니랍니다.
사실 바람이라 볼 수도 없고 저는 제 남친이 아랫도리가 가벼운 걸레같은 놈이라는
생각은 하지않고 있기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지않습니다만...
어쩌면 차라리 그게 나았겠네요. 바람핀거라면 그냥 미련없이 헤어져버리면 되는 일이니까.
그게 아니면.. 제가 마음을 추스리고 여태까지 제가 알던 남친이 아닌
이제야 알게 된 실망스러운 면들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 둘 관계에 대해서
잠시 서로 떨어져서 다시 생각해 볼 시간적 여유를 갖는 게 좋은 방법일까요?
중요한 점은 잃어버린 신뢰입니다.
돌이킬수없게 되어버려서 더군다나 결혼까지 생각했던 사람이라
지금 어쩌면 좋을지 모를 이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고 속터집니다.
헤어지면 분명 눈물 콧물 다 빼며 드럽고 서럽게 짜댈테고
그럼과 동시에 이리 저리 폐나 끼치고 일에도 집중못하는 한때 연애놀음에 빠져
지금은 그냥 질질짜기나하는 한심하고 불쌍한 여자는 제가 정말 보기 싫고...
이런 일로 둘 사이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내려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 사실 어떻게 되건 후회는 하겠지요 인간인지라. 그건 어쩔수없지만
최대한 후회의 기간을 미루면 좋겠다는 취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 너무 취해서 정신도 없고 대체 뭔 글을 이리 길게 써댄건지 모르겠네요.
그냥 너무 궁금합니다. 조금이나마 타인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어쩌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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