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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jjhumor_137
    작성자 : 이대리
    추천 : 65
    조회수 : 2980
    IP : 211.48.***.133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04/08/03 01:50:18
    http://todayhumor.com/?jjhumor_137 모바일
    ε★ 백마 탄 백수 [18]

    제목 : 백마 탄 백수

    작가 : 이대리 ([email protected])
    팬카페 :







    17편 재방송



    『보라야~ 나 재즈댄스 배워보고 싶은데 좀 가르쳐 줄래?』


    『미래한테 배워라.』


    『너한테 배우고 싶으니까 그러지.』


    『가르쳐주고 싶어도 이젠 못 가르쳐준다.』


    오잉? 이건 무슨 동해물과 백두산이 갈라지는 소리냐!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또박또박 조심스레 물었다.


    『일 그만둘 거다.』


    『뭐? 관둔다고??』


    순간, 무릎이 휘청하면서 눈동자가 초점을 잃어갔다.


    으앗! 이런 돌발 상황이 발생하다니!!



    안돼! 안돼! 그럴 순 업따아아아~












    그래! 돈 뭉치로 날벼락을 맞았는데, 이젠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겠지.


    그 동안 명태 놓고 딴전 보느라 고생했구나.


    분명 내 돈 가지고 해외로 망명 가려하겠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여기에 존재하는 이유가 뭔데!


    그녀가 일을 그만두게 되면 더 이상 우린 만날 명분이 없게 될 것이고 그러면 나의 모든 계획은 맥주거품이 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하느니라!


    박부장에게 허둥지둥 달려갔다.


    『부장님, 보라 절대로 그만두게 해선 안돼요.』


    『아쉽지만 본인이 그만둔다는데 어쩌겠나.』


    『부장님이 잘 모르시나 본데, 보라에겐 잠재적 가능성이 매우 뛰어나다고요!』


    『잠재적 가능성이라니?』


    『전 일할 때마다 시장조사와 분석을 철저히 하거든요. 얻어진 자료들을 계산해서 그래프를 그려봤더니, 재즈댄스 회원들이 앞으로 몰고 올 회원이 기하급수적으로 엄청나더라고요.』


    『하긴, 정선생이 인기가 많지. 그러나 뭐 어쩌겠나. 새로운 강사나 기대해보자구.』


    으앗! 정말 미치겠네!


    퇴근길에 보라를 쫄레쫄레 따라가 버스정거장 앞에서 계속 설득을 해보았다.


    『보라야, 잘 생각해봐. 혹시나 갑자기 돈벼락을 맞아 그만두려는 걸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꼭 돈만 있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건 아냐. 자신의 직장이 있어야 하고 또 그곳에서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 게 인간의 기본원리거든. 그리고 너 재즈강사 하려고 많이 고생했을 거 아냐. 나중에 맘 변해봐라. 요즘 같은 불경기 속에서 다시 이런 곳에 들어오는 게 쉬운지 알아?』


    『씨퐁~ 남이 일 그만둔다는데 무슨 말이 그리 많아! 왜, 한번 꼬셔서 재미 좀 보려고 했는데 소원대로 안 돼서 그러시나?』


    『그게 무슨 소리야. 직장동료로서 참 안 돼서 하는 말이지. 그리고 너한테 빚진 돈도 갚아야 하는데 이렇게 가버리면 미안해서 어떻게 살라고.』


    입술에 침 좀 바르고 말했다.


    『누가 죽기라도 한대? 걱정 마. 월급날 수금하러 올 테니.』
    그러면서 버스에 훌쩍 올라 타버린다.


    『보라야! 보라... 아저씨, 멈춰요!』


    버스와 함께 달리면서 버스 문을 힘껏 두들겨봤지만 버스는 그런 날 무시하고 떠나버렸다.


    헥헥, 신발! 난 손님도 아닌가!
    핸드폰을 꺼내 보라에게 계속 전화를 해봤지만 세 번째부터는 핸드폰 전원이 꺼져버렸다.


    흐앗! 정말 돌아가시겠네! 이러다가 정말 그만두게 되는 거 아냐?


    안돼!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건 안돼!


    지푸라기도 잡아보겠다는 심정으로 재빨리 집으로 뛰어와 잠자는 미래를 깨웠다.


    『야, 한미래. 한미래. 빨리 일어나 봐!』


    『아웅, 자는데 왜 깨우고 그래.』


    『너 보라 그만둔다는 거 알지?』


    『웅, 왜.』


    『임마, 그럼 같은 선생으로서 못 그만두게 해야지, 지금 잠이 오냐.』


    『아웅, 난 또 무슨 큰 일 났다구. 나 잘래.』


    『임마, 일어나! 빨리 안 일어나!』
    온 몸을 덮어쓴 이불을 빼앗아버렸더니 벌떡 일어나 앉더니 눈을 비벼댄다.


    『아우~~ 졸려죽겠는데. 근데 보라언니가 일 그만두는데 오빠가 왜이리 흥분해?』


    『으, 응? 이, 임마! 박부장님 때문에 그러는 거 아냐!』


    『박부장님이 왜?』


    『너가 더 잘 알잖아. 요즘 가뜩이나 코치들 영업실적 없다고 울고불고 난리부르스를 추는데 거기다가 재즈강사까지 그만둬봐라. 자살하고도 남을 인간이다!』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아까도 보니까 인생 다 산 사람처럼 표정이 다 죽어가던데 뭔 일 나기 전에 빨리 보라 좀 어떻게 해봐!』


    『피~, 것 봐. 요즘 회원 너무 없으니 열심히 일해달라고 그랬었잖아. 오빠 책임이 크다구.』


    『임마, 이제부터 맘잡고 열심히 하려고 했단 말야! 빨리 일어나 봐! 지금 사람이 한 명 죽게 생겼는데 잠이 오냐!』


    『아우~ 이 늦은 밤에 어떻게 하자고 그래~』


    『그러니까.... 맞다.. 전화해서 못 그만두게끔...』


    잠깐, 핸드폰 꺼져있구나. 아후~ 멍청할 넘!


    『됐다. 그냥 자라, 자.』


    『피~ 잘 자고 있었는데..』


    미래 방에서 빠져 나왔다.


    된장, 이제 방법은 하나구나.


    그녀가 못 그만두게끔 원천봉쇄 하는 거다!


    어떻게?


    새로운 강사가 못 들어오게!


    새로운 강사를 구할 때 까진 있어야 할 거 아닌가. 그렇다면 계속 못 구하게끔 막는 수밖에!


    다음날 센터에 출근하니 재즈강사를 급구한다는 구인포스터가 문 앞에 두 개씩이나 붙어있었다.


    은근슬쩍 주위를 휙휙~ 확인하고 아무도 안 볼 때 표범처럼 달려들어 구인포스터를 모두 찢어버렸다. 그리고 완전범죄에 입각하여 그 종이로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개울물 쪽으로 훨훨 날려버렸다.


    신발! 개울가 다리 위에 떨어지냐!


    개울가로 뛰어내려가 종이비행기를 종이배로 변신시켜 개울물 위에 붕붕 띄어주고서 센터로 들어왔다.


    오늘도 어느 때와 같이 코치대기실에서 미팅을 가졌다.


    모두 모인 미팅시간에 눈을 게슴츠레 뜨고서 빌빌거리는 연기를 해댔다.


    이유는 잠시 후 알게 될 것이다.


    『자네, 오늘 어디 아픈가?』


    박부장 말에 더욱 헬렐레~ 하면서 오뚜기처럼 앞으로 왔다 뒤로 왔다 휘청휘청을 연발했다.
    『부장님, 저 오늘 너무 어지러워요.』


    『그 몸으로 일 할 수 있겠나?』


    『아무래도 오늘은 카운터 일이나 봐야겠어요.』


    『음, 모두들 영업 나가고 오늘은 대수가 카운터 보도록.』


    앗싸! 성공이다.


    대기실에서 나오자 개뼈다귀와 말대가리가 야리꼬리한 시선으로 날 갈구면서 한마디씩 날린다.


    『씨펄~ 동갑이라 웬만하면 태클 안 걸려고 했는데 보자보자 하니까 뺀질뺀질해서 안되겠네. 벌써부터 요령이나 피우고 말야.』


    『니미! 오늘 내가 카운터 볼 차롄데!』


    이번엔 개뼈다귀가 삿대질까지 해가며 외친다.


    『야! 너 여기 들어와서 청소한 거 말고 한 게 뭐 있냐!』


    어쭈? 청소씩이나 해 준 사람한테, 뭐? 한 게 뭐 있냐? 이걸 그냥!
    『정말 미안해. 내가 몸이 허약해서.. 아... 어지러워..』


    『띱새! 분위기도 안 좋은데 가지가지 꼴깝을 떠는구나.』


    뭐! 띱새? 꼴깝?


    으아, 성질 부리기 시스템 작동!


    버퍼링 70%... 80%.... 90%.... 안돼! 이성을 잃지 말자! 다 된 밥에 재 뿌릴 순 없다!


    뿌드드득!


    『분위기 흐려서 정말 미안해. 나중에 나도 열심히 할게. 아.. 어지러워라..』


    모두들 영업을 나가고 센터에는 나와 박부장과 미래만 남게 되었다.


    미래는 열심히 째즈 레슨을 하고 있고 박부장은 스쿼시 레슨을 들어갔으며 난 카운터에 앉아 회원들이 들어올 때마다 열심히 탈의실 락카 열쇠와 옷을 건네주고 있다.


    그래봤자 지금까지 두 명 건네주었지만.


    그리고 재즈댄스와 스쿼시레슨 시간이 되면 마이크를 잡고 멋지게 방송도 때려주었다.


    과연 내가 무엇 때문에 이 일을 자청했겠는가.


    1번. 예쁜 여성회원들에게 살랑살랑 꼬리 흔들려고


    2번. 논땡이 까려고


    3번. 동이녀석 덮치려고


    4번. 카운터 좀 털어 보려고


    혹시나 이 안에서 답을 찾은 백성들은 그만 '뒤로' 버튼을 눌러 방에서 조용히 퇴장해달라.


    아직도 내 캐릭터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구나.


    내가 이곳에 남은 이유는 바로, 지금 울리고 있는 이것 때문이다.


    때르르릉~~


    『거기 째즈 강사 구하죠?』


    『안녕하십니까? 고객의 만족을 위한 s.k텔레콤입니다. 고객님 무엇이 불편하신지요?』


    『거기 휘트니스센터 아닌가요?』


    『고객님, 잘못 거셨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때르르릉~~


    『안녕하세요? 구인광고보고 전화....』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니, 다시 확인하시고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유 해브 어 웡 넘버. 플리즈 체크 유어 넘버 앤드 트라이 어게인.』


    때르르릉~~


    앗! 바쁘구나!


    이번에도 수화기를 드니 아리따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벼룩신문 보고 전화드렸는데요?』


    『씨펄~ 어떤 새끼가 우리 집 전화번호를 냈어! 여긴 가정집이라구! 가정집!』


    『어머나, 죄송합니다.』


    푸하합! 내 연기실력이 제대로 먹히는구나.


    앞으로 이렇게 며칠만 버티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있어야 한다.


    난 왜 이렇게 연기를 잘 하지? 다시 한번 연예계로 도전해볼까?


    『벼룩신문보고 전화 온 사람 없나?』


    앗! 박부장이다.


    『한 통화도 없는데요.』


    『빨리 구해야 할텐데.』


    순간, 전화벨이 우렁차게 울려댄다.


    잽싸게 수화기를 낚아챘다.


    된장, 옆에 박부장이 있으니까 긴장되는 구나.


    프로는 이런 상황일수록 침착해야한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광고보고 전화 드렸습니다.』


    『예? 짜장면 보통이요? 여기 중국집 아닙니다!』


    『여보세요, 휘트니스센터 아닌가요?』


    『뭐? 팔보채? 야 임마! 너 장난전화 할래!』


    『여보세요! 혼선됐나?』


    『너 또 걸면 죽는다!』


    뚝!


    『왜? 누군데?』


    『어느 미친넘이 짜장면 배달해달라고 하잖아요.』


    『장난전환가 보군. 참, 누가 구인포스터를 버렸나본데 다시 좀 부치고 오게나.』


    그러면서 새로 작성한 구인포스터를 건네준다.


    우라질! 짜증나게 이런걸 왜 자꾸 만드냐!


    밖으로 나와서 구인광고포스터를 조작했다.


    휘트니스 재즈강사 급구!

    성별 : 여자는 사절!

    나이 : 20세 이상인 사람은 거절합니다.

    시간 : 오후 6시~11시 (청소하고 가려면 새벽 1시에 끝남)

    전공 : 재즈댄스, 스포츠댄스, 살사댄스, 방송댄스, 나이트댄스. 최소한 경력 2년씩은 있어야 함.

    급여조건 : 면담 후 결정 (100만원 넘을 일은 절대 없음)

    제출서류 : 이력서, 주민등록등본, 여권, 인감, 초본, 졸업증명서, 생활기록부, 부동산 등기부등본, 호적등본, 채권증명 서류, 자기소개서 A4용지 5장 작성, 각서 1통

    * 경력자 우대따위는 생각지도 마십시오!


    푸하합! 이 정도면 아무도 안 오겠지?


    다시 센터로 들어오는데 카운터에서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려댄다.


    박부장이 수화기를 드려는 순간,


    『안 돼!!』


    를 외치며 슈퍼맨처럼 슈웅~ 날라서 전화기를 가로챘다.


    『헥헥, 여보세요!』


    『아까 전화했던 사람인데 혼선이 돼서 다시 했어요.』


    『신발! 중국집 아니라니까!』


    『이상하네. 또 혼선됐나? 다시 걸게요.』


    『신발! 다시 걸기는! 너 또 걸면 추적해서 16촌까지 족쳐버린다!』


    뚝!


    『이번에도 장난 전화였나?』


    『아, 짜증나! 전화번호 좀 바꾸세요. 벌써 이런 전화가 세 번이나 왔다고요.』


    『근데, 자네 몸 아픈 거 맞나?』


    『아, 흥분했더니 또 빈혈이. 저 약국 좀 갔다 올게요. 아, 어지러워.』


    개미 목소리로 대답하고서는 카운터에서 빠져 나왔다.


    물론 그냥 나오진 않았다.


    몰래 전화 코드 뽑고 나왔다.


    방금 전 그 십센치가 다시 전화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유리문을 나가려하는데 레슨이 끝난 미래가 달려오더니 내 안색을 살피며 묻는다.


    『오빠야, 아프다면서?』


    『응, 미래구나. 지금 정신이 없으니까 나중에 말하자.』


    머리에 손을 짚고 휘청휘청 걷자 미래가 달려와 내 몸을 부축했다.


    『오빠 여기 쉬고 있어. 내가 약 사다줄게.』
    『응. 그래줄래? 그럼 나 세수 좀 하고 올게. 아, 어지러워.』


    미래가 사다 준 약을 먹고서 다시 내가 카운터를 맡게 되었고, 계속해서 걸려오는 전화들을 중간에서 모두 차단해버렸다.


    오늘 하루는 이렇게 별일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날.


    오늘도 변함없이 해는 동쪽에서 뜨고,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그녀와의 전쟁을 해야하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내가 다시 카운터를 맡게 되었다.


    이번엔 카운터를 맡기까지는 고된 작업이 필요했다.


    나의 전술이 모든 이들로 하여금 100% 공감 할 수 있게끔, 다리 한쪽에 붕대를 감고서 절뚝거리는 연기를 펼쳤던 것이다.


    이유는 어제 집에 들어가다가 뺑소니차에 치였다고 둘러댔다.


    말대가리와 개뼈다귀가 이번에도 의심스럽다는 시내루를 발사했지만 그들의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았다.


    모두들 영업을 나가고 오늘도 센터엔 나와 박부장과 미래만 남았다.


    이리저리 센터를 둘러보며 한숨만 짓던 박부장이 카운터로 다가왔다.


    『거참 이상하네. 여기저기 광고를 내놨는데 왜 전화가 안 오지?』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재즈 강사를 하겠어요? 방송댄스나 나이트댄스를 하지.』


    『그런가? 그럼 우리도 이번 기회에 바꿔볼까?』


    웁스!


    『아, 맞다! 제 친구들이 방송댄스랑 나이트댄스 강사인데 회원이 두 명이래요.』


    『훔, 그래? 그나저나 빨리 재즈강사가 와야 할텐데...』


    『부장님, 제가 볼 땐 보라가 그만두면 따라서 그만두는 회원들이 많을 것 같은데 부장님이 한번 매달려보세요.』


    『그래도 내 체면이 있지. 어떻게 그러나.』


    참나, 우리 앞에서 질질 짜는 건 체면 안 상하나?


    『센터 망하고 나서도 체면 세울 건가요?』


    『고민이군. 안 그래도 썰렁한 센터에 강사까지 바뀌어버리면 회원들이 또 줄텐데. 휴~ 이게 다 코치들의 저조한 실적 때문이라고. 회원이 많으면 정선생이 왜 그만두겠나. 휴~ 우리 재롱이 빨리 7~8세용 퍼즐로 바꿔줘야 하는데...』


    울먹이고 있는 박부장에게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 붕대 감은 발을 질질 끌면서 뒤뚱뒤뚱 헬스장으로 건너갔다.


    왜냐?


    오늘도 머리에 잔뜩 기름 쳐바르고 온 동이녀석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녀석이 긴급 필요할 시기다.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매우 다정한 눈빛으로 말했다.


    『동이야, 오늘은 일찍 왔네? 운동 잘 돼?』


    『헉헉, 응.』


    웃기고있네! 네넘이 미래 보러왔지. 운동하러왔냐!


    『미래한테 너 자랑 많이 했다.』


    『헉헉, 정말?』


    좋아하기는!


    『그럼, 일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그랬지.』


    『헤헤. 그래?』


    입 찢어지겠다!


    『참,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래?』


    『응, 말해봐.』


    걸려들었구나!


    『그러니까.. 소곤소곤..』


    『너 그 여자 좋아하는 거야?』


    『임마! 그건 알 거 없고 시키는 대로만 해. 알았지?』


    『으, 응. 걱정 마. 연기는 내 전문이잖아.』


    『하핫! 짜식 그럼 믿는다.』


    다시 발을 질질 끌며 카운터로 돌아왔다.


    그리고 1분 정도가 지났을까. 전화벨이 우렁차게 울려댔다.


    이번엔 내가 딴 짓 하는 척 하자 박부장이 수화기를 들었다.


    『휘트니습니다.』


    『안녕하세요? 전 휘트니스 회원이거든요.』


    『말씀하십시오.』


    『이번에 정선생님이 그만둔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전 그 선생님보고 다니는 건데 그 선생님 좀 잡아주시면 안돼요?』


    『그게...』


    『그리고 제 친구들도 그 선생님한테 반해서 세 명이나 더 온다고 했거든요.』


    『그건 저도...』


    『아무튼, 그 선생님 그만두면 저도 그만둘 겁니다. 전화 끊겠습니다.』


    하핫! 이자식도 연기실력이 나랑 막상막하란 말야.


    전화를 끊은 박부장의 얼굴엔 근심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이렇게 흔들리고 있을 때 옆에서 크게 한 방 먹여 KO시켜버려야 한다.


    『무슨 전화예요?』


    『휴~ 어떤 회원인데 정선생이 그만두면 따라서 그만두겠다고 하더군.』


    『그것 봐요. 제가 뭐라고 했어요. 보라 그만두면 이 센터 문 닫아야 한다니까요. 스쿼시나 헬스보다 째즈댄스회원이 훨씬 많다는 것도 잘 아시잖아 요.』


    『휴~ 그렇다고 그만두지 못하게끔 막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혹시 여기 취직할 때 계약내용 같은 건 없었나요?』


    『처음엔 2년 정도 있겠다고 그랬었지.』


    『그래요? 완전 날강도네! 그냥 고소해버리겠다고 협박해봐요!』


    『자넨 정선생이랑 친구라면서 이 일로 왜 그리 흥분하는 거지?』


    『제가 원래 직업정신이 투철해서 회사 말아먹으려는 인간만 보면 친구건 뭐건 눈에 뵈는 게 없거든요. 아, 생각할수록 정말 화딱지 나네!』


    『휴~ 내가 한번 사정해 볼 테니 일단 흥분이나 가라앉히게.』


    『제발 힘 좀 써봐요! 힘 좀!!』


    잠시 후. 보라가 왔고 박부장이 보라를 데리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대기실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무릎 꿇고서 두 손 두 발 싹싹 빌며 질질 짜고있는 박부장의 모습이 보였다.


    참나, 아까는 체면 어쩌고저쩌고 하더니, 박부장의 엽기 행각은 그야말로 개그콘서트의 대본을 능가하는구나.


    박부장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위엄 있는 모습으로 나오더니 말한다.


    『일단 정선생이 한 걸음 양보하기로 했네.』


    앗싸~! 성공이구나!


    『어떤 식으로요?』


    박부장의 말에 귀를 기울여봤다.


    우선 그녀의 가장 큰 불만은 쥐꼬리만한 월급이라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매번 한 두 명의 회원을 상대로 레슨을 해야하는 것이 불만스럽다고 한다.


    일단 박부장이 그녀의 가장 큰 불만인 월급은 대폭 인상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앞으로 1주일정도 지켜봐서 재즈댄스 회원이 10명 이상 늘지 않으면 그 땐 바로 그만 둔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10억이란 거액이 있는 그녀가 겨우 임금인상이라는 시시콜콜한 대우로 이곳에 계속 남아있는 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결국 그녀의 속셈은 현실 가능성이 없는 제안을 해서 그걸 핑계로 이 센터에서 자연스럽게 의심받지 않고 빠져나가려는 것이다.


    여우같은 뇬! 웬만하면 '여우같은 여자'로 바꿔주려고 했더니 니가 스스로 욕먹을 짓을 하는구나.


    된장! 그나저나 요즘 같은 불경기 속에서 어떻게 1주일 안에 재즈댄스회원을 열 명이나 늘리냐? 행복해지려다 다시 불행해지려 하네.


    확 그냥 아부지 통장 털어서 회원들 단체 가입시켜버려?


    그랬다간 돈 찾기 전에 영구차 타고서 한적한 곳으로 드라이브하게 될 거다.


    으아, 한 대수 이젠 놀지도 못하고 일만 해야되는 거냐!


    어쩌겠냐! 목마른 넘이 우물 파야지.


    그래, 해보자! 태풍 속에서도 성냥불을 켰던 내가 이 정도 못할까!


    좋다! 지금부터 백수 고수의 전설적인 노가리를 보여주마!



    열 명? 푸하하합! 우습다! 우스워~~~~!!




    컷~!





    출처 - http://cafe.daum.net/2daeri


    나누어 줄수록 더욱 풍요로운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용기를 주고 사랑을 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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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리의 꼬릿말입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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