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넋두리에요.. 불특정다수에게 그냥 말하고싶어서, 속에있는 얘기 한번 해보고 싶어서요. 처음써봐요 베오베만 눈팅하는데..!
저희 부모님은 두 분다 청각장애인 입니다. 소리가 아예 안들리세요 1급.
물론 저는 말하고 듣는데 전혀 문제 없구요, 별다른 어려움이나 부족함없이 대학졸업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저는 아주 어릴 때 부터 통역하는 역할을 해왔어요.수화로 통역하기. 그거아세요? 저는 기본 2개국어 하는 기분이에요ㅎㅎㅎㅎ
수화는 또다른 언어니까요
6,7살 유치원 다닐때도 아빠 스쿠터 앞자리에 타서 이 공장, 저 공장 다니며 아빠 새 일자리 구하는데 따라다녔어요.
이제 막 말하기 시작한 꼬맹이가 그 공장 사장님이나 책임자들을 만나 통역을 했다니 웃겨요ㅎㅎㅎㅎ존대도 잘 할 줄 몰랐을텐데..
그땐 마냥 아빠가 사주는 과자나 솜사탕 하나면 그런 일이 있을때 마다 따라 나섰던 기억이 있어요.
근데 참 나이가 들고 머리가 커지고 제 일 만으로도 생각이 복잡해지니, 당연히 애기 때 부터 해왔던 일들이 자연스러웠던 일상같았던 일들이
어느 순간 부담스럽고 힘들게 느껴졌어요..아니 인식되었다고 해야하나. 참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마치 숨쉬는걸 어느 순간 의식하게 되면 되게 불편하잖아요 그런 것 처럼요.
언제 어느때나 부모님이 말이 안통하실 땐 제가 필요했고, 생판모르는 어른들과도 대화를 해야 했으며,
모든 집안 업무는 제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았거든요. 예를들면 은행을 한번 가더라도 제가 필요했구 물건 구입할 때, 모든 서류문제, 동사무소 가야 할 일, 학교 일, 동생 일, 집주인 아줌마 만나는 일, 학교 선생님 만나는 일, 세금내는 일, 집으로 날아오는 모든 안내물들은 저를 거쳐야 했지요.
근데 이 모든일들이 제가 커서부터 한게아니라 아주 어릴 때 부터 실전에 바로 투입..ㅎㅎㅎㅎㅎ
어린 제가 잘모르겠다 하면 왜 너는 말할 줄 아는데 모르느냐 학교다니는데 모르느냐 하셨죠
일반분들이 보기에는 그거 뭐 힘든일이냐, 자주있는 일도 아니고 통화한번하면 끝나는 일들도 많지 않느냐 생각 하실 지 모르겠어요..
근데 이걸 몇십년동안 계속 해왔다고 생각해보세요. 제가 수업중일때나 일할때나 부모님호출엔 즉각 반응 해야 합니다.
어려운 사람들 대할 때도 많았고(어릴때는 모든 어른들이 어려운 사람들 이었어요), 어른들은 부모님 말씀을 전한 것 뿐인데
어린애가 말한다고 무시할 때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 마음 아세요? 너무너무 전화하기 싫은데 할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요.
실은 너무 싫은 어른한텐 전화거는 척 한적도 있어요..
또 세상사는데 얼마나 알아야하는게 많은지.. 왜그렇게 다른집엔 부모님들이 다 알아서 해놨는지..
보험하나 들려고해도 너네집은 어떻게 해? 라고 물어도 제 주위 또래는 아는사람 한명도 없더군요. 정말 인터넷이 있어서 너무너무 다행이에요.
덕분에 또래들보단 아는게 많은 거 같아요^^.
엄마가 농담으로 제가 멀리가면 엄마아빤 못산다고 그러시는데 부담되고 어깨가 무겁기도 해요
참, 저희부모님만 그러신지 모르겠지만 음 뭐랄까..농아인분들 고집이 센거같아요 대체로 남얘기 잘 안들으시고 본인이 알고있는 내용
맹신하시는 경향이 있는거 같아요. 그래서 얘기할때 참 대화가 안통할때가 많아요 그런부분들 때문에..
잘못된정보 다시 올바로 잡는데도 힘들어요 젊은 분들이야 인터넷하시면서 소식접할기회나 소통하는데 수월한데,
부모님세대엔 그분들만의 커뮤니티가 있는거같아 젊은 제가 비집고 들어가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하... 무슨말이지ㅋㅋㅋㅋㅋㅋ이해안되시죠?
아 그렇다고 저희 부모님이 지적으로 문제가 있으신거 아니에요. 옛날 분들이라 학력이 좋지 않을 뿐이지, 전혀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
정말 성실하게 저 키워주신 분들이에요. 저는 부모님 진심으로 존경하고 제가 아이를 낳는다면 꼭 부모교육 방식처럼 키워야지 생각하거든요.
또, 장애인가족이 겪는 어려움중 하나가 분명 타인의 시선일거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시선에 민감한 학창시절엔 되게 싫다고 생각한적도 있어요. 왜 하필 우리부모님이야?
재잘재잘 엄마랑 수다떨면서 걸어가는 모녀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 가 없어요. 나도 엄마랑 입으로 대화하고 웃고싶다고
지금은 의식하지 않지만, 타인의 걱정은 사라지질 않네요 다들 혹시 결혼할때 남편 쪽 반대가 있더라도 마음 꿋꿋하게 먹어라 그런얘길 하시거든요
근데 뭐 그런부모님의 아이라면 제가 만날 생각이 없네요 힛
아참 그거아세요?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께 간혹 저희부모님에대해 말씀드리면 이렇게들 얘기하시거든요 전혀몰랐다구 전혀 티가안난다고..
근데도 넌 참 밝구나 긍정적이구나 하구요
완전 차별적 발언이라고 생각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어두워야하지 왜 티가나야하지?
사실 저 예쁘거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기도많았고ㅋㅋㅋ
ㅋ
ㅋ
근데요 제가 만약 못생겼더라면? 조용하고 차분한 아이였더라면?? 그 편견을 얼마나 더 느꼈었을까요.. 정말 외모편견 무시 못해요 웃기죠?
근데 그래요 저희부모님도 선남선녀세요. 그래서 무시 덜 당하세요 웃기죠???진짜 웃겨요ㅋㅋㅋ 웃긴세상이야
그냥 막 써내려가는거라 앞뒤가 없네요.
근데 저희 엄마아빠 너무 불쌍해요. 아빠는 항상 얘기하세요 제발 내가 말을 할 수 있었음 소원이 없겠다.
이렇게 살지않고 떵떵거리면 편하게 지내고 싶다고.. 엄마는 예쁨받고 자란반면에 조금 더 옛날 사람이었던 아빠한텐
그때의 사회가 굉장히 각박했거든요 엄청엄청엄청
부모님의 무관심을 넘어선 핍박은 물론이고, 막내삼촌한테 모든 관심과 사랑을 뺏겼어요.
학교다닐땐 어찌나 괴롭힘이 많았는지 돌까지 맞아가며 초등학교 다니셨다고 들었어요.
아빠 고향이 집성촌인데 심지어 같은 사촌 친척들도 다를 바 없었대요. 제대로된 교육도 시켜주지않았고 병원도..
그래도 아빤 참을 수 밖에 없었대요 부모님도 의사소통이 안되면 노력을 하셔야 하는데 그런것도 없었고.
억울한일 생기기 다반사죠 아빠얘긴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려고, 들으려하지도 않았거든요.
근데도 아빤 꾹 참고 부모님 깍듯하게 모시며 묵묵히 살았대요 언젠가 알아주겠지 하셨대요
농사일이며, 노가다 공사판 전전하며 침낭에서 잠을자고 비박을하고 그렇게 커왔대요.
운동을 좋아하셔서 태권도랑 권투를 하셨는데, 잘하셨어요 대회에 나가면 결승전까지 갈정도로 근데 농아인이라 안된대요.
자격을 박탈당했대요. 그렇게 방황도 하셨대요 하고싶은일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구나..
그런얘기 한탄하면서 하시는데 그런부모님 편히 쉬시게 하고싶은데 아직 그럴능력이 되지않으니 답답해요. 불효녀같아요
아무리 이해할수없는 행동을해도 틀린말을 하셔도 부모님인데, 정말정말 고생하시면서 우리 반듯하게 키우신 부모님인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도 모자란데
바보같은 저는 짜증도내고 한심하게 시간도 보내고 내생각만 할 때도 있고, 내리사랑만 있다고 하는데 부모님의 은혜가 당연한건 아니잖아요
그걸 왜 나는 당연시하고 있는가, 부모님도 똑같은 사람이고 자기자신의 삶이 가장중요하실텐데 왜 그걸 잊고 사는가
왜 나를위한 희생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가..
아 우리엄마아빠도 이 세상에 좋은 소리 들었으면 좋겠다
내가 매일 아침 흥얼거리면서 듣는 음악 같이 들을 수 있었으면
뒤에 차가오는 빵빵 경적소리 듣고 피할 수 있으셨으면
내가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내 목소리 들을 수 있으셨으면
생일축하 노래 들을 수 있으셨으면
내가 노래라도 매일 불러드릴텐데
하고픈말 너무 많지만 구구절절 써내려가기엔 밤은 짧네요
읽어주신 분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