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엄마는 참 아빠를 미워했다.
번번히 사업실패에 집 담보로 대출받아서
일벌이고 100일 된 나를 업고 돈을 빌리러
이리저리 뛰어다니셨던 우리 엄마.
5살된 나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보험일을
하시던 엄마.
내기억속에 다정한 아빠
함께 시간을 보내던 아빠는 없었다.
늘 바쁜 아빠 무뚝뚝한 아빠.
내가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고 엄마 산후조리원에도 한번밖에 안오셨다던 아빠.
엄마가 아빨 미워하는걸 이해할만큼
아빠가 참 싫었다.
누군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면 어린나이에도 엄마! 라고 하던 나였다.
그래서 부모님 이혼 후에도 엄마와 줄곧 살았다.
한번씩 아빠와 만나곤 했는데 그 시간이
참 불편하고 재미없었다.
초등학교땐 그냥 용돈주고 뭐사주는 아빠
만나도 아빠도 나도 할말도 참 없었다.
중학교땐가 엄마가 우울증에 빠져서
술을 매일 드셨던적이 있었는데
어느날 내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넌 니아빠랑 너무 똑같이 생겼어 그래서 가끔
소름끼쳐.
라고 하는 말에 얼굴을 다 잡아뜯고싶었다.
그러다 엄마도 좋은 사람을 만나 재혼을 하고
새아버지가 생겼다.
동생도 생겼다.
아빤 여전히 혼자다.
어느 날 문득 아빠지갑을 봤는데
내 유치원 원서사진부터 초 중 고 증명사진까지
아빠가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어렸을때 처음으로 아빠 사랑해요 하던 색종이도 들어있었다.
글씨는 다 번지고 종이는 다 헤졌는데
그걸 가지고 계셨다.
날 결혼시킬때까지 재혼도 안하신다던 아빠.
그냥 엄마 아빠의 잘잘못을 떠나서
엄마도 아빠도 날 사랑한다는걸 깨닫게 되더라.
이제 엄마도 아빠도 50이 다되셨다.
엄만 참 안정적이다. 새아버지도 가정적이고
동생도 참 예쁘고 나도 말썽한번 안부리니까.
아빤 여전히 혼자다.
혼자 살고 혼자 밥먹고 혼자 지낸다.
한번씩 아빠랑 만날때마다
언젠가부터 가슴이 콱하고 막힌다.
무조건 내가 먼저인 아빠를 연민인지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다.
오늘 그냥 무작정 운전해서
아빠 회사로 갔다.
날 보더니 깜짝 놀라는 아빠
발렌타인데이니까.하고 초콜릿이랑 홍삼세트를 드렸다.
아빠가 웃으면서 고맙다고 해주셨다
내가 혹시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아빠도 나주려고 샀다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요즘애들이 좋아한다는 초콜릿이라고
생초콜릿도 사두셨더라.
운전조심하라고
무뚝뚝한 한마디지만
백미러로 보니 계속 내가 가는것만 보시더라.
사랑하는 사람한테
초콜릿을 전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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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5/02/14 21:31:16 117.111.***.62 수고했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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