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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354547
    작성자 : 익명aWRpa
    추천 : 11
    조회수 : 423
    IP : aWRpa (변조아이피)
    댓글 : 71개
    등록시간 : 2015/02/14 21:27:40
    http://todayhumor.com/?gomin_1354547 모바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줬어요.
    발렌타인데이.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엄마는 참 아빠를 미워했다.
    번번히 사업실패에 집 담보로 대출받아서
    일벌이고 100일 된 나를 업고 돈을 빌리러
    이리저리 뛰어다니셨던 우리 엄마.
    5살된 나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보험일을
    하시던 엄마.

    내기억속에 다정한 아빠 
    함께 시간을 보내던 아빠는 없었다.

    늘 바쁜 아빠 무뚝뚝한 아빠.

    내가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고 엄마 산후조리원에도 한번밖에 안오셨다던 아빠.

    엄마가 아빨 미워하는걸 이해할만큼
    아빠가 참 싫었다.

    누군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면 어린나이에도 엄마! 라고 하던 나였다.

    그래서 부모님 이혼 후에도 엄마와 줄곧 살았다.
    한번씩 아빠와 만나곤 했는데 그 시간이
    참 불편하고 재미없었다.

    초등학교땐 그냥 용돈주고 뭐사주는 아빠 
    만나도 아빠도 나도 할말도 참 없었다.

    중학교땐가 엄마가 우울증에 빠져서
    술을 매일 드셨던적이 있었는데

    어느날 내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넌 니아빠랑 너무 똑같이 생겼어 그래서 가끔
    소름끼쳐.

    라고 하는 말에 얼굴을 다 잡아뜯고싶었다.

    그러다 엄마도 좋은 사람을 만나 재혼을 하고
    새아버지가 생겼다.

    동생도 생겼다.


    아빤 여전히 혼자다.

    어느 날 문득 아빠지갑을 봤는데
    내 유치원 원서사진부터 초 중 고 증명사진까지
    아빠가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어렸을때 처음으로 아빠 사랑해요 하던 색종이도 들어있었다.
    글씨는 다 번지고 종이는 다 헤졌는데
    그걸 가지고 계셨다.

    날 결혼시킬때까지 재혼도 안하신다던 아빠.

    그냥 엄마 아빠의 잘잘못을 떠나서

    엄마도 아빠도 날 사랑한다는걸 깨닫게 되더라.

    이제 엄마도 아빠도 50이 다되셨다.
    엄만 참 안정적이다. 새아버지도 가정적이고
    동생도 참 예쁘고 나도 말썽한번 안부리니까.

    아빤 여전히 혼자다.
    혼자 살고 혼자 밥먹고 혼자 지낸다.
    한번씩 아빠랑 만날때마다
    언젠가부터 가슴이 콱하고 막힌다.

    무조건 내가 먼저인 아빠를 연민인지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다.

    오늘 그냥 무작정 운전해서
    아빠 회사로 갔다.

    날 보더니 깜짝 놀라는 아빠

    발렌타인데이니까.하고 초콜릿이랑 홍삼세트를 드렸다.

    아빠가 웃으면서 고맙다고 해주셨다

    내가 혹시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아빠도 나주려고 샀다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요즘애들이 좋아한다는 초콜릿이라고 
    생초콜릿도 사두셨더라.

    운전조심하라고
    무뚝뚝한 한마디지만

    백미러로 보니 계속 내가 가는것만 보시더라.

    사랑하는 사람한테
    초콜릿을 전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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