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모르겠다

맨  처음엔 작가였다.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해서 꼭 작가가 되고 싶었다.
실은 지금도 가장 되고 싶은 것이 작가다.
근데 재능이 없다. 취미 그 이상을 뛰어넘지 못한다.
심지어 맞춤법도 종종 틀리잖아. 안 돼.

그 다음은 대학생이었다.
이름 있는 서울권 대학생! 그렇게 되면
어떻게든 안정적인 직장을 잡아서 입에 풀 칠이나
할 수는 있겠지. 근데 이것도 실패.
언외탐은 서울에 비벼 볼 수 있는 성적이었지만
늘 그렇듯이 수리가 발목을 잡았다.
재수도 다르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학습장애란다.
어쩐지. 엉엉 울면서 빌면서 문제집 풀어도
나아지는 게 없더라니!

그 다음은 양복 재단사가 되고 싶었,이 아니고
싶다. 테일러! 책과 글 쓰는 일 다음으로 
옷을 좋아했다. 특히 고전적인 스타일!
거기다 늘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는 걸
좋아하고 손으로 이것저것 세밀하게 작업 하는 걸
짱 좋아하니까. 이거 완전 내 직업인데?
일단 재봉틀부터 배우자! 으쌰으쌰!

하지만 진척이 없네.
난 그저 문화원에서 홈패션 고급강좌나 듣고
있을 뿐이고. 실상 패션과 관련된 무엇도 없는
무지랭이.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드는 생각이라곤
'아 이번에도 현실성 없는 장래희망을 꿈꿨구나'
이거 하나 뿐이다.

지금은 정말 혼란 혼란 혼란 그 자체다.
뭘 해야 하지. 언제까지 알바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뭐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현실과 절충시키지.
집엔 빚도 있고 가족이라곤 엄마 뿐이고
그런 엄마도 이제는 나이가 많고 곧 내가
부양해야 할 텐데 그 전에 뭔가 이뤄내야 하는데.

사회는 혼란스럽다고 하고 경제는 어렵다하고
사람들은 살기 힘들다한다.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하지. 
뭘 어떻게 해야해.
어떻게 해야 현실을 직시 할 수 있지.
아.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