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worldfootball&menu=news&mode=view&office_id=117&article_id=0000030830 "강해지기위해 왔다"
'초롱이' 이영표(28·토튼햄 핫스퍼)가 세계축구의 최고봉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발을 내딛은 지도 벌써 석달이 흘렀다. 잉글랜드에서도 여전히 재기 넘치는 드리블과 공격적인 오버래핑, 그리고 상대 측면 공격수의 발을 묶는 수비력을 보여주는 이영표의 모습은 한국에서 TV를 통해 지켜보는 축구팬들에게 환호와 희망을 가져다 주고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영표는 분명 더 강해지고 있다.
이영표가 전하는 토튼햄에서의 3개월과 새롭게 출발하는 아드보카트호에서의 소감, 그리고 2000시드니올림픽에서부터 시작된 국가대표 생활까지. 창간 1주년을 맞는 마이데일리가 특별 인터뷰를 통해 그를 만나봤다.
잉글랜드, 네덜란드와 다르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가 되던 그 시점. 이영표에게도 본격적인 영입 제의가 쏟아져 들어왔다. 현 소속팀 토튼햄을 비롯 에버튼에서도 합류를 원했고 프랑스의 AS모나코에서도 적지 않은 몸값을 내밀며 러브콜을 보내왔다.
이영표가 선택한 곳은 토튼햄. "여러나라에서 제의가 왔어요"라고 솔직히 답변한 이영표는 "영국 축구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프리미어리그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또 가능성이 무한한 팀이고 또 수도인 런던에 위치하고 있어 토튼햄으로 행선지를 정했습니다"라며 '스퍼스'에 둥지를 튼 배경을 설명했다.
이영표는 "네덜란드와는 확실히 달라요"라는 말로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지난 3개월을 술회했다. 기술적인 면과 짧은 패스를 강조하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와 달리 프리미어리그는 긴 패스와 힘을 중요시한다는 것. 또 "선수들의 체격조건이 월등하고 힘이 좋습니다. 이런 면들이 프리미어리그가 긴 패스 위주로 진행되는 특징을 가져온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이영표에게도 당연히 어려운 점이 있었다. "헤딩 상황을 많이 겪게 되는데 이점이 앞으로 제가 보완할 점으로 생각합니다"고 전하며 "10경기 남짓 뛰다보니 상대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도 단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영표에겐 경기장 안에서 맞상대하는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숙제가 따라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토튼햄 입성까지 많은 난관을 이겨낸 이영표에게 이정도는 충분히 극복 가능한 어려움이었다. 이영표는 "잉글랜드는 확실히 네덜란드보다 강합니다. 하지만 한경기 한경기를 소화할수록 내 자신이 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프리미어리그 정복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자신있는 언조에서 '강한' 이영표의 성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내년엔 다시 챔피언스리그
이영표에게 토튼햄은 이제 '내 팀'. 토튼햄의 목표와 비전을 확실하게 공유하고 있었다. 토튼햄의 올시즌의 목표는 4위 안에 들어 다음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진출하는 것이다.
"충분히 가능하고 도전의 여지도 많이 남아있습니다"라고 전한 이영표는 "지금까지 우리 팀이 보여준 상승세를 계속 유지한다면 챔피언스리그 티켓도 따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2년 만에 유럽 정상의 무대로 복귀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토튼햄은 올여름 이영표를 영입하면서 왼쪽 수비 요원인 에릭 에드만과 레토 지글러를 떠나보냈다. 주전 자리에 '무혈입성'을 보장할만큼 마틴 욜 토튼햄 감독은 이영표를 신임했던 것. 그러나 이영표는 무혈입성에 안주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닙니다. 저를 대체할 선수가 토튼햄에는 아직도 많습니다. 그러기에 매경기 집중력을 갖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죠"
최근 국내의 유럽축구 마니아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욜 감독의 미드필드 운용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토튼햄은 4-4-2 포메이션을 택하면서도 미드필더진에 중앙미드필더 성격을 갖는 3명의 선수가 경기에 나서고 있다. 당연히 이영표의 앞쪽인 왼쪽 측면 미드필더에도 때로는 에드가 다비즈가, 때로는 앤디 리드가 그라운드에 나와 이영표와 호흡을 맞춘다.
하지만 이영표는 어느 상황에서든 자신의 플레이에만 충실하면 호흡에는 문제가 없다는 견해였다. 이영표는 "사실 어느 선수가 내 앞에 있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또 선수 운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기에 언급할 권한이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밝히며 두 선수 모두 훌륭한 기량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욜 감독은 매경기마다 상대 전술을 깊이 파악해서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온다"며 "위건이나 볼튼처럼 긴패스를 사용하는 팀과 붙을 땐 당연히 전술의 변화가 있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선수들을 존중해줍니다"
일전에도 밝혔지만 이영표는 영국에서 가장 크게 감명받은 점으로 축구선수를 존경하고 인정해주는 영국의 축구 문화를 들었다. 이영표는 "한국보다는 확실히 선수 개개인을 존중해주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감한다"고 말하며 "이것이 오래된 축구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영국 생활의 매력"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수준급의 각국 대표 선수들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것도 이영표의 영국생활에 커다란 장점."여기는 대부분이 각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입니다. 저희 팀에도 레들리 킹, 저메인 데포 같은 잉글랜드 대표가 4~5명이나 있습니다"라며 잉글랜드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프리미어리그는 왼쪽 수비수 격전장으로 유명하다. 애실리 콜이나 가브리엘 에인세 등은 세계 최고의 왼쪽 풀백. 이영표 역시 "콜이나 리세 등 모든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자격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하며 "만족스럽게 마치는 경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기도 있지만 모두 저에게는 하나의 학습입니다"라고 밝혀 영국 생활 초년병의 겸손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드보카트호 "수비조직력만 갖추면 성공"
화제를 돌렸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 이야기를 꺼냈더니 이영표는 "우선 팀 분위기가 바뀌어 놀랐다"고 밝혔다. "선수들이 훈련부터 적극적이고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었다"며 당시의 분위기를 전한 이영표는 "특히 이호와 조원희 등 새롭게 아드보카트호에 승선한 선수들이 실력과 성품을 모두 갖춰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영표가 '월드컵 4강 신화 재현'의 1차 과제로 꼽은 문제점은 수비조직력 향상. 그러나 수비조직력은 단순히 4~5명의 수비수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11명 모두가 그라운드에서 펼쳐야함을 강조했다.
"수비는 공격수로부터 시작됩니다. 마찬가지로 공격은 수비수로부터 전개되죠" 이영표는 아직도 한국대표팀의 가능성을 내다보며 앞으로 몇 개월이 신화 달성의 또다른 밑거름이라고 전했다.
이영표는 네덜란드 지도자와 참 많은 인연을 가진 선수다. 2002한일월드컵과 PSV에인트호벤에서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했고 지난 8월까지는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과 국가대표팀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대표팀에서 아드보카트 감독, 토튼햄에서는
욜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당연히 네덜란드 지도자들의 특징을 물어봐야했다. 이영표는 "우선 정신력을 강조합니다"라며 네덜란드 축구가 선수들의 정신 자세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어서 "기술적인 면도 많이 좋아지고, 특히 세밀한 플레이를 많이 배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 이영표에게 히딩크 감독은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히딩크 감독은 대단합니다. 그의 밑에서 몇년간 축구를 했다는 건 큰 기쁨이었죠"
"저 아직 축구 못해요"
이영표는 건국대 재학 중이던 22살의 나이에 시드니올림픽대표팀 멤버로 합류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청소년대표 경험도 없었던 무명 선수 이영표는 5년만에 한국 축구의 빅스타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영표는 "22살이면 빠른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며 "주영이처럼 20살에 대표된 선수도 있지만 저도 이른편이었죠"라는 말로 자신에게 일찍 기회가 찾아왔다는 겸손함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겸손함과 축구선수로서의 준비 자세는 여기서 그치치 않았다. 이영표는 "저 아직도 축구 못합니다. 아직도 제 플레이에 만족하는 면이 하나도 없어요"라며 "지금도 내 자신이 무언가 이뤘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고 전했다.
"인성이나 다른 게 부족하다면 제가 아니라고 강변하겠지만, 축구에 대해서 못한다는 말이 나오면 수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만을 경계하는 이영표의 모습은 축구팬들을 매료시키는 플레이의 원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힘든 시기는 없었는지 물어봤다. "특별한 시기를 찍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죠. 특히 시드니올림픽 때는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기가 어려웠어요"라고 말하며 예전을 회상한 이영표는 "그러나 그런 순간 하나하나가 지금의 내가 있게 하는 근원이라고 느낀다"며 다시 한번 자신의 축구화를 바짝 조이겠다는 다짐을 했다.
한국축구의 희망에서 월드컵 4강의 주역으로,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하기까지. 이영표가 있기에 한국축구는 다시 한번 2006년 유럽에서 세계축구계를 뒤흔들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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