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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1344351
    작성자 : 체적은루베
    추천 : 14
    조회수 : 386
    IP : 115.94.***.4
    댓글 : 54개
    등록시간 : 2016/08/19 16:28:38
    http://todayhumor.com/?freeboard_1344351 모바일
    37 먹고 대학 졸업합니다..
    ....
     
    "예.. 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도 학교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전공서적으로 가득찬 책가방을 매고 전철에 오르면서 .. 
     
    나는 내 앞에 있지도 않은 소장님께 연신 굽신거리며 죄송합니다를 연발 할 수 밖에 없었다.
     
    맞은편에 있는 전공서적인 듯한 두꺼운 책을 들고 있던 어린 아가씨가 스마트폰을 처다보다말고 힐끔 나를 처다본다.
     
    살짝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나는 35살.. 아저씨다.
     
    주4일은 현장에 나가서 현장일을 하고 주3일은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
     
    주위 사람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는 14학년도 1학기 등록을 했다.
     
    3학년 1학기 부터 다시 시작 할 수 있다 하였다.
     
    몇학기 연속 등록을 하지 아니한 자는 자동 학사제적이라고 했었는데.. 학칙이 바뀌었나보다.
     
     
     
    경기도에 있는 모 대학 조립식판넬 공장을 지어주러 갔을 때 ..
     
    별것도 아닌 농담에 환하게 웃으며 재잘 거리는 그 파릇파릇한 어린녀석들이 참 부러웠다.
     
    마음껏 공부만 해도 그 누구에도 미안하지 않을 그 시절이 그리웠다.
     
    나도 다시 공부 할 수 있을까.
     
    나 하나만 믿고 열심히 살아가는 마누라와. 낮은 콧대와 한쪽눈에만 있는 쌍커플을 꼭 닮은 이제 막 두달 된 아들녀석.
     
    내겐 전부와 같은 고녀석들 먹여 살리려면 일을 해야하는데.. 돈을 벌어야 하는데..
     
    지금 이 생활을 그만두고 공부 할 수 있을까. 가족에게 내 짐을 덜어놓는거 같아 괴로웠다.
     
    지난 날의 나와 앞으로의 나에게 참으로 미안하고..죄스러웠지만. 이기적이게도 나는 공부하고 싶었다.
     
     
    .. 그렇게 시작한 공부와 일.
     
    월급은 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짤리지 않은것만 해도 감사했다.
     
    나머지 직원분들의 눈초리가 따가웠지만.. 지금은 충분히 이기적이고 싶었다.
     
    가족들에게 미안했지만
     
    조금만 참아줘..
    지금보다 더 맛있는거 사주고.
    더 좋은 유모차에 태워주고. 더 좋은 분유 먹여줄께 .. 하는 약속에 눈물로 화답해주는 마누라에게 고맙다.
     
     
     
    학교를 가보니 신선한게 많았다.
     
    생전 처음듣는 공학인증이라는 것도 낯설고..
     
    한국사람이 외국어 강의를 하는것도 무서웠고;
     
    왜 졸업하는데 토익시험을 봐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너무나도 재미나고 너무나도 신난다.
     
     
    이 소중한 시간들을 그 시절엔 왜 몰랐을까.. 후회가 밀려온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넓은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았다면,
    조금만 더 멀리 인생을 계획했었더라면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도.. 또 이렇게 이기적이게 살지 않아도 되었을터인데.
     
     
     
     
     
     
    .. 오유 어려분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아보자구요..
     
    일때문에 정신없다가 오늘에서야 1학기 성적표를 받아 보았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잘나와서 ㅎㅎ
     
    기분좋아서 한잔 했습니다. 매일 눈팅만 하다가.. 글 써보는데 이렇게 글 쓰고 나니 조금은 후련해지네요.
     
    피시방에서 술좀 깨고 가야겠습니다.. 아가가 아직은 술냄새에 민감하거든요.
     
    모두 좋은 밤 되세요.
     
     
     
     ------------------------------------------------------------------------------------------------

    이게 14년도에 처음 오유에 썼던 글이거든요..

    드디어 졸업하네요.. 8월22일 ㅎㅎㅎ

    많게는 15년이나 차이나는 아저씨랑 밥도 먹어주고.. .. 논문팀도 짜준 동생들이 너무 고맙고..

    마누라도 고맙고.. 벌써3살난 우리 아기도 고맙고..   세상에는 온통 고마운 사람들 뿐인거 같습니다.


    부끄러워서 학사모나 쓸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ㅎㅎㅎㅎㅎ

    마누라한테도 챙피하니 오지 말라고 했는데 .. 그날 휘경동에 있는 대학교 오시는 분 계시면 같이 사진이나 한컷 찍었음 좋겠네요.



    가슴이 벅찹니다.

    모두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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