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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버스를 타려고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음 ㅋㅋ
내가 타려는 버스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시내쪽으로 감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 간격으로 오는 버스라서 꽤 많은 사람들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음
그때 멀리서부터 딱봐도 바퀴커플로 보이는 한 쌍의 남녀가 꼬옥 붙어서 걸어오고 있었음.
그리고 다가오면서부터 우리의 항마력을 테스트하는 오글거리는 대사를 날려대기 시작했음.
예를들면
"자기야 나 다리 아포"
"우리 자기, 다리가 아프면 내 마음이 홍해 바다 갈라지듯 아픈 걸."
대충 이런식 ㅋㅋㅋ
거기다 이 에미나이, 목소리가 어찌 큰지 도중에 츄레라가 빠아앙 거리는 소리조차 묻힐 정도로 꽥꽥 거리며 말을 해대는 거임.
처음에는 말로만 듣던 바퀴커플인가 싶어 그들이 막던지는 오글대사에 키득거리며 지켜보던 사람들도 점차 표정이 굳어지며
더러운 말을 들었기에 귀를 씻었다는 허유와 같은 심정으로 귀를 벅벅 후벼대거나 주먹을 꾸욱 쥐기 시작했음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긴 5분여 가량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저 바퀴들 태울 버스가 빨리와서 실어 가야할텐데'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음
사람들 표정을 보면 다들 공통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을 거임.
그러던 무렵 마침내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음.
나를 필두로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허겁지겁 버스에 올랐음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일까?
바퀴커플도 우리가 탄 버스에 오르는 것임. 게다가 보통은 버스 안에 들어오면 막 떠들던 사람도
조용한 분위기에 짓눌려 좀 작게 얘기하는 편인데, 그들은 버스에 올라서도 귀가먹은 양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는 거임 ㅡㅡ;
심지어 더 가관인건 막 버스에 타자마자, 이 녀자가 이게 영국 2층버스라도 되는 것처럼 느꼈는지 이딴 드립을 날리기 시작했음.
"와 버스 커 버스 커!!"
ㅡㅡ
화가났음.
그 바퀴들을 제외하고 모두가 한 마음 한뜻으로 온 몸으로 강한 부정을 드러냈음.
나는 주먹을 으스러질듯이 꼬옥 쥐었고,
버스에 타면서 미연시를 하던 학생은 거친 몸동작으로 이어폰을 휘리릭챡챱 펴더니 애니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아녀자는 창가로 고개를 돌리며 예쁜 입술을 활발하게 달싹였음, 뭔진 몰라도 욕은 확실했음
그 여자바퀴의 훗날 이불 뻥뻥 차며 시일야방성대곡 해야 할 드립에 호쾌하게 웃던 남자바퀴는 한 술 더 떴음
"자기야 마침 버스커 버스커 노래 불러줄께"
그러면서 벚꽂엔딩을 부르기 시작했음...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밖에 안 보인다는 말들을 쓰고는 하는데, 그 말이 맞긴 맞는가 봄
완전 그냥 버스 전세낸 듯 벚꽃엔딩 반주까지 입으로 징기징 거리면서 불러대는 거임.
이젠 버스안의 사람들도 한계가 왔는지 대놓고 인상을 쓰고 바라보기 시작했음
나도 그 노래를 듣다가 듣다가 고음처리 삑사리까지 나며 불러대는 걸보고 참다 못해
벌떡 일어나서 그 남자한테 다가가서 말했음.
"여~수~ 바암~ 바~다~"
버스커버스커 음악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소울을 주체할 수가 없었음
나의 호소력짙은 여수 밤바다를 들은 남자는 마치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는 벚꽃엔딩이 천하일품이다' 라는 것을
호소하는 양 더욱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며 불러댔음
그렇게 서로의 재간과 고음처리를 자랑하던 버스는 우리의 공연 스테이지가 되었고
승객들은 좌우로 손을 흔들며 우리를 응원해 주었음.
그렇게 노래가 끝나고, 우리는 가쁜 숨을 고르면서 강백호와 서태웅이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긴장된 마음으로 평가점수가 나오길 기대했음.
그리고 결국 승객평가단에 의해 나는 69.97점을 받았고 그 남자는 62.10점을 받았음, 행복했음.
그런데 그 때 노약자석에서 묵묵히 틀니를 갈던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시더니, 입으로 둠칫둠칫 하시며 리듬을 타시더니
흑형팝핀을 추시기 시작했음.
제 2 스테이지가 시작 된 것임
할머니의 격정의 관절 몸부림을 본 우리도 질세라 다시 서로 벚꽃엔딩과 여수 밤바다를 재창하기 시작했음.
점점 버스안은 정열의 나라 브라질처럼 춤과 노래의 열풍이 휘몰아쳤고,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일어나서 춤을 추기 시작했음.
팔짱끼고 쩍벌하던 등산복 아저씨도, 간고등어와 대파가 든 봉지를 안고있던 아주머니도 일어나서는 제각기 빌리진과 봉춤을 시작하셨고
그렇게 모두가 다 댄스타임에 빠져있을때에 묵묵히 의자에서 애니 음악을 듣고 있던 학생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어폰을 집어던지더니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며 '아카링~! 하아아잇! 유루유리 하아아앗찌 마루요~♥' 라며
자신의 덕력을 과시한후 애니 오프닝을 부르기 시작했음.
버스 안은 점점 세기말의 풍경을 보는듯이 광란의 도가니에 빠져갔음.
그때, 지금까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고수하시며 버스를 몰던 버스기사 아저씨가
버스 내부를 둘러보시더니 김구선생님이 잃은 조국을 되찾았을때처럼 흐뭇하고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외치셨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그러더니 기어를 콱 콰콱 바꾸시며 가속페달을 팍! 밟으시더니 청와대를 향해 버스를 몰기 시작했음
결국 그렇게 세기말의 한폭을 담은 버스는 청와대 정문까지 초고속으로 달려왔음.
버스기사 아찌가 정문을 향해 버스를 몰며 외쳤음
"그네쨩 다메요!!!"
콰쾅ㅇ쾅콰오
그러나 청와대의 정문은 역시 견고했음. 그때 정문이 외치기 시작했음.
"오 깜짝놀랐다데스"
정문의 외침에 놀란 아저씨도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셨음
"엌ㅋㅋㅋㅋ 청와대노 정문와 튼튼데스넼ㅋㅋㅋ"
그때 정문과 아저씨의 모습이 우습게 느껴졌는지 정무문의 이소룡이 나오더니 말했음.
"너 동아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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