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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33077
    작성자 : 새우깡™
    추천 : 3
    조회수 : 441
    IP : 210.94.***.2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04/06/09 17:33:25
    http://todayhumor.com/?humordata_133077 모바일
    어린왕자 전편(스크롤압박있음-유머 아님죄송)

    레옹 베르뜨에게









    내가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 것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빈다.


    거기에는 중요한 이유 가 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바로 이 어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 이유는,


    이 어른은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줄 안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해 쓰여진 책 들조차도.


    세번째 이유는, 이 어른은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데


    거기에서 그분이 굶주리고 추위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그 어른은 정말 위로를 받아야 한다.


    만일 이 모든 해명이 충분치 않다면,


    나는 이 책을 그 어른이 예전에 어린이였던 그 시절의 그분에게 기꺼이 바치고 싶다.


    어른들도 모두 처음에는 어린이들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른들이 어린 시절에 대하여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나의 헌사를 이렇게 고친다.




    어린이였을 때의 레옹 베르뜨에게










    제 1 장



    여섯 살 적에 나는 <체험한 이야기> 라는 제목의, 원시림에 관한 책에서


    기막힌 그림 하나를 본 적이 있다.


    맹수를 집어삼키고 있는 보아 구렁이 그림이었다.


    위의 그림은 그것을 옮겨 그린 것이다.그 책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보아 구렁이는 먹이를 씹지 않고 통째로 집어삼킨다.


    그리고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여섯 달 동안 잠을 자면서 그것을 소화시킨다.」


    나는 그래서 밀림 속에서의 모험에 대해 한참 생각해 보고 난 끝에


    색연필을 가지고 내 나름대로 내 생애 첫 번째 그림을 그려보았다.


    나의 그림 제 1 호였다. 그것은 이런 그림이었다.





    나는 그 걸작품을 어른들에게 보여 주면서 내 그림이 무섭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모자가 뭐가 무섭다는 거니?」하고 대답했다.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 게 아니었다.


    그것은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 구렁이였다.


    그래서 나는 어른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보아 구렁이의 속을 그렸다.


    어른들은 언제나 설명을 해 주어야만 한다.


    나의 그림 제 2 호는 이러했다.





    어른들은 속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하는 보아 구렁이의 그림들은 집어치우고


    차라리 지리, 역사, 계산 그리고 문법 쪽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충고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여섯 살 적에 화가라는 멋진 직업을 포기해 버렸다.


    내 그림 제 1 호와 제 2 호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데 낙심해 버렸던 것이다.


    어른들은 언제나 스스로는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자주자주 설명을 해주어야 하니 맥빠지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다른 직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나는 비행기 조종하는 법을 배웠다.


    세계의 여기저기 거의 안 가 본 데 없이 나는 날아다녔다.


    그러니 지리는 정말로 많은 도움을 준 셈이었다.


    한번 슬쩍 보고도 중국과 애리조나를 나는 구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밤에 길을 잃었을 때 아주 유용한 일이다.


    나는 그리하여 일생 동안 수없이 많은 점잖은 사람들과 수많은 접촉을 가져 왔다.


    어른들 틈에서 많이 살아온 것이다. 나는 가까이서 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 대한 내 생각이 나아진 건 없었다.


    조금 총명해 보이는 사람을 만날 때면 나는 늘 간직해 오고 있던


    예의 나의 그림 제 1 호를 가지고 그 사람을 시험해 보고는 했다.


    그 사람이 정말로 뭘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인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으레 그 사람은


    「모자군」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보아 구렁이도 원시림도 별들도 그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다.


    브리지니 골프니 정치니 넥타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어른은 매우 착실한 한 청년을 알게 된 것을 몹시 기뻐했다.







    제 2 장




    그래서 여섯 해 전에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가 고장을 일으킬 때까지


    나는 마음을 털어놓고 진정어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를 갖지 못한 채 홀로 살아왔다.


    내 비행기의 모터가 한 군데 부서져 버린 것이다.


    기사도 승객도 없었으므로 나는 혼자서 어려운 수선을 시도해 보려는 채비를 갖추었다.


    그것은 나에게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다. 이렛날 동안 마실 물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첫날밤 나는 사람 사는 고장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사막에서 잠이 들었다.


    대양 한가운데에 떠 있는 뗏목 위의 표류자 보다 나는 더 고립되어 있었다.


    그러니 해가 뜰 무렵,


    야릇한 목소리가 나를 깨웠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여러분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목소리는 말했다.


    「양 한 마리를 그려 줘!」


    「뭐라구?」


    「양 한 마리를 그려 줘.」





    나는 기겁을 해서 후닥닥 일어섰다. 눈을 막 비벼 보았다.


    사방을 잘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정말로 이상하게 생긴 조그만 사내아이가 나를 심각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훗날 내가 그를 그린 그림 중에서 가장 잘 된 것이 여기 있다.


    그러나 물론 나의 그림은 모델보다는 훨씬 덜 매력적이다.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여섯 살 적에 어른들이 화가로 출세할 수 없다고 나를 낙심시켰기 때문에


    나는 속이 보이지 않거나 보이거나 하는 보아 구렁이 이외에는


    아무 것도 그리는 연습을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나는 그의 느닷없는 출현에 너무 놀라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사람 사는 고장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잊지 말아 주길 바란다.


    그런데 그 어린아이는 길을 잃은 것 같지도 않아 보였고


    피곤과 배고픔과 목마름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사람 사는 고장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사막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은 어린아이 같은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내가 말을 걸었다.


    「그런데...... 왜 그러지?


    그러자 그는 아주 심각한 이야기나 되는 듯이 소곤소곤 다시 되풀이해 말했다.


    「부탁이야...... 양을 한 마리 그려 줘......」


    너무도 인상 깊은 신비스러운 일을 당하게 되면 누구나 거기에 순순히 따르게 마련이다.


    사람 사는 고장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죽음의 위험을 마주하고 있는 중에


    참 엉뚱한 짓이라고 느껴지기는 했지만 나는 포켓에서 종이 한 장과 만년필을 꺼냈다.


    그러자 내가 공부한 것은 지리, 역사, 계산, 문법이라는 생각이 나서 그 어린 소년에게,


    나는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고 (조금 기분이 나빠져서) 말했다. 그는 대답했다.


    「괜찮아. 양을 한 마리 그려 줘.」


    양은 한 번도 그려 본 적이 없었으므로


    나는 그를 위해 내가 그릴 수 있는 단 두 가지 그림 중의 하나를 다시 그려 주었다.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 구렁이의 그림 말이다.


    그러자 그 어린 소년은,


    「아냐, 아냐, 보아 구렁이 속의 코끼리는 싫어. 보아 구렁이는 아주 위험해. 그리고 코끼리는 아주 거추장스럽고, 내가 사는 곳은 아주 조그맣거든. 내게는 양이 필요해. 양을 그려 줘」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양을 그렸다.






    그는 주의 깊게 바라보더니,


    「안 돼! 그 양은 벌써 병이 들었는 걸」


    하고 말했다.


    「다시 하나 그려 줘.」


    나는 또 그렸다.





    내 친구는 너그러운 모습으로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봐...... 이건 양이 아니라 염소잖아. 뿔이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또다시 그렸다.





    그러나 그것도 앞의 것들과 마찬가지로 거절을 당했다.


    「그건 너무 늙었어. 난 오래 살 수 있는 양을 갖고 싶어.」


    나는 모터의 분해를 서둘러야 했으므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여기 있는 이 그림을 되는대로 끄적거려 놓고는 한마디 툭 던졌다.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그 안에 있어.」





    그러나 나의 어린 심판관의 얼굴이 환히 밝아지는걸 보고 나는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야! 이 양에게 풀을 많이 주어야 해?」


    「왜 그런 걸 묻지?」


    「내가 사는 곳은 아주 작거든......」


    「거기 있는 걸로 아마 충분할 거야. 네게 준 건 아주 작은 양이니까.」


    그는 고개를 숙여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그다지 작지도 않은 걸. 어머! 잠들었네......」


    이렇게 해서 나는 어린 왕자를 알게 되었다.








    제 3 장







    그가 어디서 왔는지를 아는 데는 오랜 시일이 걸렸다.


    어린 왕자는 내게 많은 것을 물어보면서도 내 질문에는 귀를 기울이는 것 같지 않았다.


    그가 우연히 한 말들이 차츰차츰 모든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가령, 내 비행기를 처음으로 보았을 때


    (내 비행기는 그리지 않으련다. 그것은 너무도 복잡한 그림이니까)


    그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던 것이다.


    「이 물건은 도대체 뭐야?」


    「그건 물건이 아니야. 그건 날아다니는 거야. 비행기지, 내 비행기야.」


    내가 날아다닌다는 것을 그에게 가르쳐 주면서 나는 자랑스러워졌다.


    그랬더니 그는 소리쳤다.


    「뭐! 아저씨가 하늘에서 떨어졌다구?」


    「그래.」


    나는 겸손하게 대답했다.


    「야! 그거 참 재미있다......」


    그리고는 어린 왕자는 유쾌하게 까르르 웃어대었으므로 나는 기분이 몹시 언짢아졌다.


    내 불행을 진지하게 생각해 주지 않는 것이 나는 싫기 때문이다.


    「그럼 아저씨도 하늘에서 왔잖아! 어느 별에서 왔어?」


    나는 문득 그의 존재의 신비로움을 이해하는 데 한 줄기 빛이 비치는 걸 깨닫고 갑자기 물었다.


    「그럼 넌 다른 별에서 왔니?」


    그러나 그는 대답을 하지 않고 내 비행기를 바라보며 신중한 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걸 타고서는 멀리 오지는 못했겠군......」


    그리고는 한참 동안 깊이 생각에 잠기더니


    포켓에서 내가 그려준 양의 그림을 꺼내서는 그 보물을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다른 별들」이라는,


    그가 슬쩍 내비친 비밀에 내가 얼마나 호기심으로 몸이 달았겠는가를 여러분은 짐작하리라.


    「얘, 너는 어디서 왔지? <네 집>이란 어디를 두고 하는 말이니? 네 양을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니?」


    그는 말없이 생각에 잠기더니 대답했다.


    「아저씨가 준 상자가 밤에는 집이 될 테니까 잘됐어.」


    「그렇고말고, 그리고 네가 착하게만 하면, 밤에 양을 매 놓을 수 있는 고삐를 줄께. 말뚝도 주고.」


    그 제안은 어린 왕자를 몹시 놀라게 한 듯했다.


    「매 놓다니! 참 이상한 생각이네......」


    「하지만 매 놓지 않으면 아무 데나 가서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텐데......」


    그러자 내 친구는 다시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가긴 어디로 가?」


    「어디든지 곧장 앞으로......」


    그랬더니 어린 왕자는 진지한 빛으로 말했다.


    「괜찮아. 내가 사는 곳은 아주 작으니까!」


    그리고는 조금 서글픈 기분이 들었는지 다시 덧붙였다.


    「앞으로 곧장 가도 멀리 갈 수가 없는 걸.」


    나는 이렇게 해서 아주 중요한 두 번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그가 사는 별이 집 한 채보다 클까말까 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지구, 목성, 화성, 금성같이 사람들이 이름을 붙여 놓은 커다란 떠돌이별들 말고도 수백 개의 다른 떠돌이별들이 있는데


    어떤 것들은 너무도 작아서 망원경으로도 보기 힘들 정도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천문학자가 그런 별을 발견하면 이름 대신 번호를 매겨 준다.


    이를테면,「소혹성(小惑星)3251호」라는 식으로 부르는 것이다.


    나는 어린 왕자가 살던 별이 소혹성 B612호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 혹성은 딱 한 번, 1909년에 터키 천문학자에 의해 망원경에 잡힌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는 국제 천문학회에서 자신의 발견을 훌륭히 증명해 보였었다.


    그러나 그가 입은 옷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었다.


    어른들이란 모두 이런 식이다.







    <제 4 장>















    터키의 한 독재자가 국민들에게 서양식 옷을 입지 않으면 사형에 처한다고 강요한 것은


    소혹성 B612호의 명성을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 천문학자는 1920년에 매우 멋있는 옷을 입고 다시 증명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두들 그의 말을 믿었다.


    내가 소혹성 B612호에 관해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하고 그 번호까지 일러주는 것은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새로 사귄 친구 이야기를 할 때면 그들은 가장 긴요한 것은 물어 보는 적이 없다.


    「그 애 목소리는 어떻지? 그 애가 좋아하는 놀이는 무엇이지? 나비를 수집하는지?」


    라는 말을 그들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나이가 몇이지? 형제는 몇이고? 체중은 얼마지? 아버지 수입은 얼마야?」


    하고 그들은 묻는다. 그제서야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줄로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어른들에게


    「창턱에는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는 분홍빛의 벽돌집을 보았어요」


    라고 말하면 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십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


    라고 말해야만 한다. 그러면 그들은


    「아, 참 좋은 집이구나!」


    하고 소리친다. 그래서,


    「어린 왕자가 매혹적이었고, 웃었고, 양 한 마리를 가지고 싶어했다는 것이 그가 이 세상에 있었던 증거야. 어떤 사람이 양을 갖고 싶어한다면 그건 그가 이 세상에 있는 증거야」


    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여러분을 어린아이 취급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떠나온 별은 소혹성 B612호입니다」


    라고 말하면 수긍을 하고 더 이상 질문을 해대며 귀찮게 굴지도 않을 것이다.


    어른들은 다 그런 것이다. 그들을 나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을 항상 너그럽게 대해야만 한다.


    하지만 인생을 이해하는 우리는 숫자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는 이 이야기를 동화 같은 식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옛날에 저보다 좀더 클까말까 한 별에서 살고 있는 어린 왕자가 있었는데 그는 친구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인생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겐 그게 훨씬 더 진실된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 책을 건성으로 읽는 것을 나는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깊은 슬픔을 느낀다.


    내 친구가 그의 양과 함께 떠나가 버린 지도 벌써 여섯 해가 된다.


    내가 여기서 그를 묘사해 보려 애쓰는 것은 그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한 사람의 친구를 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니까.


    누구나 다 친구를 가져 보는 것은 아니다.


    그를 잊는다면 나는 숫자밖에는 흥미가 없는 어른들과 같은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내가 그림물감 한 상자와 연필을 산 것은 이런 까닭에서였다.


    여섯 살 적에 속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보아 구렁이 이외에는 그려 본 일이 없는 사람이


    이 나이에 다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정말 힘든 노릇이다!


    물론 되도록 실물에 가까운 초상화를 그려 보려고 노력은 하겠다.


    하지만 꼭 성공하리라는 자신은 없다.


    어떤 그림은 괜찮은데 또 어떤 그림은 닮지를 않았다. 키에 있어서도 조금씩 틀리고는 한다.


    여기서는 어린 왕자가 너무 크고 저기서는 너무 작다.


    그의 옷 색깔에 대해서 역시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저렇게 더듬더듬 그려 본다.


    보다 중요한 어떤 부분을 잘못 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용서해 주어야 한다.


    내 친구는 설명을 해 주는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자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는 상자 안쪽에 있는 양을 볼 줄 모르는 것이다.


    나는 조금은 어른들과 비슷 한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 늙은 모양이다.








    제 5 장







    나는 별이니 출발이니 여행에 대해 날마다 조금씩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가 무심결에 하는 말들을 통해 서서히 그렇게 된 것이었다.


    사흘째 되는 날 바오밥나무의 비극을 알게 된 것도 그렇게 해서였다.


    이번에도 역시 양의 덕택이었다. 심각한 의문이 생긴 듯이 어린 왕자가 느닷없이 물었다.


    「양이 작은 나무를 먹는다는 게 정말이지?」


    「그럼, 정말이지.」


    「아! 그럼 잘됐네!」


    양이 작은 나무를 먹는다는 게 왜 그리 중요한 사실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말을 이었다.


    「그럼 바오밥나무도 먹겠지?」


    나는 어린 왕자에게 바오밥나무는 작은 나무가 아니라 성당만큼이나 거대한 나무고,


    한 떼의 코끼리를 데려간다 해도 바오밥나무 한 그루도 다 먹어치우지 못할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한 떼의 코끼리라는 말에 어린 왕자는 웃으며,


    「코끼리들을 포개 놓아야겠네......」


    하고 말했다. 그런데 그가 총명하게도 이런 말을 했다.


    「바오밥나무도 커다랗게 자라기 전에는 작은 나무지?」


    「물론이지! 그런데 왜 양이 바오밥나무를 먹어야 된다는 거지?」





    어린 왕자는


    「아이 참!」


    하며, 그것은 자명한 이치라는 듯이 대꾸했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 그 수수께끼를 푸느라고 한참 머리를 짜내야만 했다.


    어린 왕자가 사는 별에는 다른 모든 별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풀들과 나쁜 풀들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좋은 풀들의 좋은 씨앗들과 나쁜 풀들의 나쁜 씨앗들이 있었다.


    하지만 씨앗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들은 땅 속 은밀한 곳에서 잠들어 있다가


    그중 하나가 갑작스레 잠에서 깨어나고 싶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러면 그것은 기지개를 켜고, 아무 해가 없는 귀엽고 조그마한 싹을 태양을 향해 쏘옥 내민다.


    그것이 무우나 장미의 싹이면 그대로 내버려 두어도 된다.


    하지만 나쁜 식물일 경우에는 눈에 띄는 대로 뽑아 버려야 한다.


    그런데 어린 왕자의 별에는 무서운 씨앗들이 있었다......


    바오밥나무의 씨앗이었다. 그 별의 땅은 바오밥나무 씨앗 투성 이였다.


    그런데 바오밥나무는 너무 늦게 손을 대면 영영 없애 버릴 수가 없게 된다.


    별을 온통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다. 뿌리로 별에 구멍을 뚫는 것이다.


    그래서 별이 너무 작은데 바오밥나무가 너무 많으면 별이 산산조각이 나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건 기율(紀律)의 문제야.」


    훗날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침에 몸단장을 하고 나면 정성 들여 별의 몸단장을 해 주어야 해. 규칙적으로 신경을 써서 장미와 구별할 수 있게 되는 즉시 곧 그 바오밥나무를 뽑아 버려야 하거든. 바오밥나무는 아주 어렸을 때에는 장미와 매우 흡사하게 생겼거든. 그것은 귀찮은 일이지만 쉬운 일이기도 하지.」


    그리고는 우리 땅에 사는 어린아이들 머리 속에 꼭 박히도록 예쁜 그림을 하나 그려 보라고 했다.


    「그들이 언젠가 여행을 할 때, 그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야. 할 일을 뒤로 미루는 것이 때로는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지. 하지만 바오밥나무의 경우에는 그랬다가는 언제나 큰 재난이 따르는 법이야. 게으름뱅이가 살고 있는 어느 별을 나는 알고 있었어. 그는 작은 나무 세 그루를 무심히 내 버려 두었었지......」


    그래서 어린 왕자가 가르쳐 주는 대로 나는 그 별을 그렸다.


    나는 성인군자와 같은 투로 말하기는 싫다.


    그러나 바오밥나무의 위험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소혹성에서 길을 잃게 될 사람이 겪을 위험은 너무도 크기 때문에,


    난생 처음으로 나는 그런 조심성을 버리고 이렇게 말하려 한다.


    「어린이들이여! 바오밥나무를 조심하라!」


    내가 이 그림을 이처럼 정성껏 그린 것은 내 친구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인 것이다.


    그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오래 전부터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이 위험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 그림을 통해 내가 전하는 교훈은 이 그림을 그리느라 수고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에게는 이런 의문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왜 바오밥나무의 그림만큼 장엄한 그림들이 또 없을까?


    그 대답은 간단하다. 다른 그림들도 그렇게 그리려 애써 보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바오밥나무를 그릴 때에는 급박한 심정으로 열성을 지니고 그렸던 것이다.









    제 6 장








    아! 어린 왕자,


    너의 쓸쓸하고 단순한 생활을 이렇게 해서 나는 조금씩 조금씩 알게 되었지.


    너에게 오랫동안 심심풀이라고는 해질녘의 감미로움밖에 없었지.


    나흘째 되는 날 아침, 나는 그 새로운 사실을 알았지. 네가 내게 이렇게 말했거든.


    「나는 해질 무렵을 좋아해. 해지는 걸 보러 가......」


    「기다려야지......」


    「뭘 기다리지?」


    「해가 지길 기다려야지.」


    너는 처음에는 몹시 놀라는 기색이었으나 곧 자기 말이 우스운 듯 웃음을 터뜨렸지.


    그리고는 나에게 말했지.


    「아직도 집에 있는 것만 같거든!」


    실제로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모두들 알고 있듯이 미국에서 정오일 때 프랑스에서는 해가 진다.


    프랑스로 단숨에 달려갈 수만 있다면 해가 지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프랑스는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그러나 너의 조그만 별에서는 의자를 몇 발짝 뒤로 물려 놓기만 하면 되었지.


    그래서 언제나 원할 때면 너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었지......


    「어느 날 나는 해가 지는 걸 마흔 세 번이나 보았어!」


    그리고는 잠시 후 너는 다시 말했지.


    「몹시 슬플 때에는 해지는 모습을 좋아하게 되지......」


    「마흔 세 번 본 날 그럼 너는 몹시 슬펐니?」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이 없었다.








    제 7 장







    다섯째 되는 날,


    역시 양의 덕분으로 어린 왕자의 생활의 비밀을 한 가지 알게 되었다.


    그가 불쑥, 오랫동안 혼자 어떤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끝에 튀어나온 말인 듯


    나에게 물었다.


    「양은 작은 나무를 먹으니까 꽃도 먹겠지?」


    「양은 닥치는 대로 먹지.」


    「가시가 있는 꽃도?」


    「그럼. 가시가 있는 꽃도 먹고 말고.」


    「그럼 가시는 어디에 소용되지?」


    나도 그것은 알지 못했다.


    나는 그때 내 모터의 너무 꼭 죄어 있는 볼트를 빼내는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비행기의 고장이 매우 중대한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먹을 물이 바닥이 드러나고 있어


    최악의 상태를 당할까 두려웠기 대문에 나는 무척 불안했던 것이다.


    「가시는 무엇에 소용되는 거지?」


    어린 왕자는 일단 질문을 했을 때는 포기하는 적이 없었다.


    나는 볼트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으므로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대답해 버렸다.


    「가시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어. 꽃들이 공연히 심술 부리는 거지.」


    「그래?」


    그러나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어린 왕자는 원망스럽다는 듯 나에게 이렇게 톡 쏘아붙였다.


    「그건 거짓말이야! 꽃들은 연약해. 순진하고, 꽃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거야. 가시가 있으면 무서운 존재가 되는 줄로 믿는 거야......」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이 볼트가 계속 버티면 망치로 두들겨 튀어나오게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또다시 내 생각을 방해했다.


    「그럼 아저씨 생각으로는 꽃들이......」


    「그만해 둬! 그만해 둬! 아무래도 좋아! 난 되는대로 대답했을 뿐이야. 나에겐 지금 중대한 일이 있어!」


    그는 깜짝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중대한 일이라고?」


    망치를 손에 들고 손가락은 시커멓게 기름투성이가 되어


    그에게는 매우 흉측스럽게 보이는 물체 위로 몸을 기울이고 있는 나의 모습을 그는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는 어른들처럼 말하고 있잖아!」


    그 말에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런데도 그는 사정없이 말을 이어 갔다.


    「아저씨는 모든 걸 혼동하고 있어...... 모든 걸 혼동하고 있어!」


    그는 정말로 화가 나 있었다. 온통 금빛인 그의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시뻘건 얼굴의 신사가 살고 있는 별을 나는 알고 있어. 그는 꽃향기라고는 맡아 본 적이 없어. 별을 바라본 적도 없고, 아무도 사랑해 본 일도 없고, 오로지 계산만 하면서 살아 왔어. 그래서 하루종일 아저씨처럼 <나는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라고 되뇌고 있고 그래서 교만으로 가득 차 있어. 하지만 그는 사람이 아니야. 버섯이지!」


    「뭐라고!」


    「버섯이라니까!」


    어린 왕자는 이제 분노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은 가시를 만들고 있어. 양도 수백만 년 전부터 꽃을 먹어 왔고, 그런데도 그들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가시를 왜 만들어 내는지 알려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거지? 양과 꽃들의 전쟁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지? 그건 붉은 얼굴의 뚱뚱한 신사가 하는 계산보다 더 중요한 건 못 된다는 거지? 그래서 이 세상 아무 데도 없고 오직 나의 별에만 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한 송이 꽃을 내가 알고 있고, 작은 양이 어느 날 아침 무심코 그걸 먹어버릴 수도 있다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거지?」


    어린 왕자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말을 이었다.


    「수백만 개의 별들 중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꽃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 그는 속으로 <내 꽃이 저기 어딘가에 있겠지......> 하고 생각할 수 있거든. 하지만 양이 그 꽃을 먹는다면 그에게는 갑자기 모든 별들이 사라져 버리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지?」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별안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밤이 내린 뒤였다.


    나는 손에서 연장을 놓아 버렸다. 망치도 볼트도 목마름도 죽음도 모두 우습게 생각되었다.


    어떤 별, 어떤 떠돌이별 위에, 나의 별, 이 지구 위에 위로해 주어야 할 한 어린 왕자가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를 두 팔로 껴안았다. 그를 부드럽게 흔들면서 말했다.


    「네가 사랑하는 꽃은 위험에 처해 있지 않아 ...... 너의 양에게 굴레를 그려 줄께...... 나는......」


    더 이상 무어라 말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내 자신이 무척 서툴게 느껴졌다.


    어떻게 그를 감동시키고 그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눈물의 나라는 그처럼 신비로운 것이다.








    제 8 장







    나는 곧 그 꽃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의 별에는 전부터 꽃잎이 한 겹인 아주 소박한 꽃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자리를 거의 차지하지 않았고 아무도 귀찮게 굴지 않았다.


    그들은 어느 날 아침 풀 속에 나타났다가는 저녁이면 사라져 버리곤 했다.


    그런데 그 꽃은 어딘지 모를 곳에서 날아온 씨앗으로부터 어느 날 싹이 텄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다른 싹들과 닮지 않은 그 싹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새로운 종류의 바오밥나무인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나무는 곧 성장을 멈추고 꽃을 피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꽃망울이 맺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어린 왕자는


    거기에서 어떤 기적 같은 것이 나타나리라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꽃은 그 연녹색 방 속에 숨어 언제까지고 아름다워질 준비만 하고 있었다.


    꽃은 세심하게 빛깔을 고르고 있었다. 천천히 옷을 입고 꽃잎을 하나씩 둘씩 다듬고 있었다.


    그 꽃은 개양귀비 꽃처럼 구겨진 모습을 밖으로 나타내고 싶어하지 않았다.


    자신의 아름다움이 최고로 빛을 발할 때에야 비로소 나타나고 싶어했다.


    아! 정말, 아주 애교스러운 꽃이었다. 그의 신비로운 몸단장은 그래서 며칠이고 계속되었다.


    그리하여 어느 날 아침, 바로 해가 떠오르는 시각에, 그 꽃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처럼 공들여 몸치장을 한 그 꽃은 하품을 하며 말하는 것이었다.


    「아! 이제 막 잠이 깼답니다...... 용서하세요...... 제 머리가 온통 헝클어져 있네요......」


    어린 왕자는 그때 감탄을 억제할 수 없었다.


    「참 아름다우시군요!」


    「그렇죠? 그리고 난 해와 같은 시간에 태어났답니다......」


    꽃이 살며시 대답했다. 어린 왕자는 그 꽃이 그다지 겸손하지는 않다는 점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 꽃은 너무도 감동적이 아닌가?


    「아침 식사할 시간이군요. 제 생각을 해 주실 수 있으실는지요......」


    잠시 후 그 꽃이 다시 말했다.


    그래서 몹시 당황한 어린 왕자는 신선한 물이 담긴 물뿌리개를 찾아 그 꽃의 시중을 들어주었다.


    이렇게 그 꽃은 태어나자마자 까다로운 허영심으로 그를 괴롭혔다.


    어느 날은 자기가 가진 네 개의 가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린 왕자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호랑이들이 발톱을 세우고 와도 좋아요!」


    「내 별에 호랑이들은 없어요. 그리고 호랑이들은 풀을 먹지도 않고요」


    라고 어린 왕자는 항의했다.


    「저는 풀이 아녜요.」


    그 꽃이 살며시 대답했다.


    「용서해 줘요......」


    「난 호랑이는 조금도 무섭지 않지만 바람은 질색이랍니다. 바람막이를 가지고 있으세요?」


    (바람은 질색이라...... 식물로서는 안된 일이군. 이 꽃은 아주 까다로운 식물이군......)


    하고 어린 왕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녁에는 나에게 유리덮개를 씌워 주세요. 당신이 살고 있는 이곳은 매우 춥군요. 설비가 좋지 않고요. 내가 살던 곳은......」


    그러나 꽃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 꽃은 씨앗의 형태로 온 것이었다.


    다른 세상에 대해서 아는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처럼 뻔한 거짓말을 하려다 들킨 게 부끄러워진 그 꽃은


    어린 왕자의 잘못을 드러내기 위해서 기침을 두어 번했다.


    「바람막이 있으시냐고 했잖아요?......」


    「찾아보려는 참이었는데 당신이 말을 계속했잖아요!」


    그러자 그 꽃은 그래도 어린 왕자에게 가책을 느끼게 하려고 더 심하게 기침을 했다.


    그리하여 어린 왕자는 사랑에서 우러나온 호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말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몹시 불행해졌다. 어느 날 그는 털어놓았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했어. 꽃들의 말엔 절대로 귀를 기울이면 안 되는 법이야. 바라보고 향기를 맡기만 해야해. 내 꽃은 내 별을 향기로 뒤덮었어. 그런데도 나는 그것을 즐길 줄 몰랐어. 그 발톱 이야기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실은 측은해 했어야 옳았던 거야......」


    그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


    「나는 그때 아무 것도 이해할 줄 몰랐어. 그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만 했어.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풍겨 주고 내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어. 결코 도망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그 가련한 꾀 뒤에는 애정이 숨어 있다는 걸 눈치챘어야 하는 건데 그랬어. 꽃들은 그처럼 모순된 존재들이거든!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그를 사랑할 줄을 몰랐던 거야.」








    제 9 장







    나는 어린 왕자가 철새들의 이동을 이용하여 별을 떠나왔으리라 생각한다.


    떠나는 날 아침 그는 그의 별을 잘 정돈해 놓았다.


    불을 뿜는 화산들을 정성스레 쑤셔서 청소했다. 그에게는 불을 뿜는 화산이 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아침밥을 데우는 데 아주 편리했다.


    불이 꺼져 있는 화산도 하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그래서 불 꺼진 화산도 잘 쑤셔 놓았다.


    화산들은 잘 청소되어 있을 때는 부드럽게, 규칙적으로 폭발하지 않고 타오른다.


    화산의 폭발은 벽난로의 불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물론 우리 지구 위에서는, 우리들의 화산을 쑤시기에는 우리가 너무 작다.


    그래서 화산이 우리에게 숱한 곤란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어린 왕자는 좀 서글픈 심정으로 바오밥나무의 마지막 싹들도 뽑아 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친숙한 그 모든 일들이 그날 아침에는 유난히 다정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꽃에 마지막으로 물을 주고 유리덮개를 씌워 주려는 순간 그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잘있어.」


    그는 꽃에게 말했다. 그러나 꽃은 대답하지 않았다.


    「잘 있어.」


    그가 되뇌었다. 꽃은 기침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감기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어리석었어. 용서해 줘. 행복해지도록 노력하길 바래. 」


    이윽고 꽃이 말했다



    .



    비난조의 말들을 들을 수 없게 된 게 어린 왕자는 놀라웠다.


    그는 유리덮개를 손에 든 채 어쩔 줄 모르고 멍하니 서 있었다.


    꽃의 그 조용한 다정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난 너를 좋아해. 넌 그걸 전혀 몰랐지. 내 잘못이었어.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어리석었어. 부디 행복해...... 유리덮개는 내버려 둬. 그런 건 이제 필요 없어.」


    「하지만 바람이 불면......」


    「내 감기가 그리 대단한 건 아냐...... 밤의 서늘한 공기는 내게 유익할 거야. 나는 꽃이니까.」


    「하지만 짐승이......」


    「나비를 알고 싶으면 두세 마리의 쐐기벌레는 견뎌야지. 나비는 무척 아름다운 모양이니까. 나비가 아니라면 누가 나를 찾아 주겠어? 너는 멀리에 있겠지. 커다란 짐승들은 두렵지 않아. 손톱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꽃은 천진난만하게 네 개의 가시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우물쭈물하고 있지마. 신경질 나. 떠나기로 결심했으니, 어서 가.」


    꽃은 울고 있는 자기 모습을 어린 왕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토록 자존심 강한 꽃이었다......









    제 10 장







    그는 소혹성 325호,326호,327호,328호,329호,330호와 이웃해 있었다.


    그래서 일거리도 구하고 견문도 넓힐 생각으로 그 별들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첫 번째 별에는 왕이 살고 있었다.


    그 왕은 자줏빛 천과 흰 담비모피로 된 옷을 입고 매우 검소하면서도 위엄 있는 옥좌에 앉아 있었다.


    「아! 신하가 한 명 왔구나!」


    어린 왕자가 오는 것을 보자 왕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나를 알아볼까?)


    왕에게는 세상이 아주 간단하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신하인 것이다.


    「너를 좀더 잘 볼 수 있게 가까이 다가 오라.」


    어떤 사람의 왕 노릇을 하게 된 것이 무척 자랑스러워진 왕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앉을 자리를 찾았으나


    그 별은 흰 담비 모피의 그 호화스러운 망토로 온통 다 뒤덮여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서 있었다. 그리고 피곤했으므로 하품을 했다.


    「왕의 면전에서 하품하는 것은 예절에 어긋나는 일이니라. 하품을 금지하노라.」


    임금님이 말했다.


    「하품을 참을 수가 없어요. 긴 여행을 해서 잠을 자지 못했거든요......」


    어리둥절해진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네게 명하노니 하품을 하도록 하라. 하품하는 걸 본지도 여러 해가 되었구나. 하품하는 모습은 짐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니라. 자! 또 하품을 하라. 명령이니라.」


    왕이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겁이 나서...... 하품이 나오지 않는군요......」


    얼굴을 붉히며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어흠! 어흠! 그렇다면 짐이...... 명하노니 어떤 때는 하품을 하고 또 어떤 때는......」


    하고 왕이 대답했다. 그가 뭐라고 중얼중얼했다. 화가 난 기색이었다.


    왜냐하면 그 왕은 자신의 권위가 존중되기를 무엇보다도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복종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전제군주였다.


    하지만 매우 선량했으므로 사리에 맞는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만약에 짐이 어떤 장군더러 물새로 변하라고 명령했는데 장군이 이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면 그건 그 장군의 잘못이 아니니라. 그건 짐의 잘못이니라」


    라고 그는 평상시에 늘 말하곤 했다.


    「앉아도 좋을까요?」


    어린 왕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네게 앉기를 명하노라.」


    흰 담비 모피로 된 망토 한 자락을 위엄 있게 걷어올리며 왕이 대답했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의아해 하고 있었다.


    별은 아주 조그마했다. 왕은 무엇을 다스린담?


    「폐하, 한 가지 여쭈어 봐도 좋을까요......」


    「네게 명하노니, 질문을 하라.」


    「폐하...... 폐하는 무엇을 다스리고 계신지요.」


    「모든 것을 다스리노라.」


    퍽이나 간단히 왕이 대답했다.


    「모든 것을요?」


    왕은 신중한 몸짓으로 그의 별과 다른 별들과 떠돌이별들을 가리켰다.


    「그 모든 것을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 모든 것을 다스리노라......」


    왕이 대답했다. 그는 절대군주였을 뿐 아니라 온 우주의 군주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럼 별들도 폐하에게 복종하나요?」


    「물론이니라. 즉각 복종하노라. 규율을 어기는 것을 짐은 용서치 아니하느니라.」


    왕이 말했다. 그러한 굉장한 권력에 어린 왕자는 경탄했다.


    그도 그런 권능을 가질 수 있다면


    의자를 뒤로 물려 놓지 않고서도 하루에 마흔 네 번 아니라,


    일흔 두 번, 아니 백 번 이백 번 해 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게 아닌가!


    그래서 버리고 온 그의 작은 별에 대한 추억 때문에 조금 슬퍼진 어린 왕자는 용기를 내어 왕에게 청을 드려 보았다.


    「저는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저의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해에게 지도록 명령해 주십시요......」


    「짐이 어떤 장군에게 나비처럼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닐 것을 명령하거나 비극 작품을 한 편 쓰라고 명령하거나 혹은 물새로 변하도록 명령했는데 그 장군이 그 명령을 받고 복종하지 않는다면 그가 잘못일까, 짐이 잘못일까?」


    「폐하의 잘못이시죠.」


    어린 왕자가 자신 있게 말했다.


    「옳으니라. 누구에게든 그가 이행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 하는 법이니라. 권위는 무엇보다도 사리에 근거를 두어야 하느니라. 만일 네가 너의 백성에게 바다에 몸을 던지라고 명령한다면 그들은 혁명을 일으킬 것이니라. 내가 복종을 요구할 권한을 갖는 것은 나의 명령들이 이치에 맞는 까닭이다.」


    왕이 말을 계속했다.


    「그럼 제가 해 지는 것을 보게 해 주십사 한 것은요?」


    한번 한 질문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어린 왕자가 일깨웠다.


    「해가 지는 것을 네가 보게 해 주겠노라. 짐이 요구하겠노라. 하지만 내 통치 기술에 따라 조건이 갖추어지길 기다리겠노라.」


    「언제 그렇게 되나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에헴, 에헴! 오늘 저녁...... 오늘 저녁...... 일곱 시 사십 분이니라! 짐의 명령이 얼마나 잘 이행되는지 너는 보게 될 것이다.」


    왕이 대답했다. 어린 왕자는 하품을 했다. 해지는 것을 못 보게 된 것이 섭섭했다.


    그리고 벌써 조금 심심해졌다.


    「이제 저는 여기서 할 일이 없군요. 다시 떠나가 보겠습니다!」


    「떠나지 말라. 떠나지 말라. 너를 대신으로 삼겠노라!」


    신하가 한 사람 있게 된 것이 몹시 자랑스러운 왕이 대답했다.


    「무슨 대신이요?」


    「저...... 사법대신이니라!」


    「하지만 재판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요!」


    「그건 모를 노릇이지. 짐은 아직 짐의 왕국을 순시해 보지 않았느니라. 짐은 매우 연로한데, 사륜마차를 둘 자리도 없고, 걸어다니자니 피곤해지거든.」


    왕이 말했다.


    「아! 제가 벌써 다 보았어요.」


    허리를 굽혀 별의 저쪽을 다시 한번 바라보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저쪽에도 아무도 없는데요......」


    「그럼 네 자신을 심판하거라.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니라.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심판하는 게 훨씬 더 어려운 법이거든. 네가 너 스스로를 훌륭히 심판할 수 있다면 그건 네가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인 까닭이니라.」


    왕이 대답했다.


    「저는 어디서든 저를 심판할 수 있어요. 여기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에헴! 에헴! 내 별 어딘가에 늙은 쥐 한 마리가 있는 줄로 알고 있다. 밤이면 소리가 들리느니라. 그 늙은 쥐를 심판하거라. 때때로 그를 사형에 처하거라. 그러면 그의 생명이 너의 심판에 달려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매번 그에게 특사를 내려 그를 아끼도록 하라. 단 한 마리밖에 없는 까닭이니라.」


    왕이 대답했다.


    「저는 사형선고를 내리는 건 싫습니다. 아무래도 가야겠습니다.」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가지 마라.」


    왕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떠날 채비를 끝마쳤으나 늙은 임금을 섭섭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폐하의 명령이 준수되길 원하신다면 제게 이치에 맞는 명령을 내려 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를테면 일 분 내로 떠나도록 제게 명령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지금 조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왕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으므로, 어린 왕자는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길을 떠났다.


    「너를 내 대사(大使)로 명하노라.」


    왕이 황급히 외쳤다. 그는 매우 위엄에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른들은 참 이상하군) 하고 어린 왕자는 여행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제 11 장



    두 번째 별은 허영심에 빠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 아! 저기 나를 찬양하는 사람이 찾아오는군!」

    어린 왕자를 보자마자 허영심 많은 사람이 멀리서부터 외쳤다.

    허영심 많은 사람들에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기를 찬양해주는 사람들인 것이다.

    「안녕하세요. 야릇한 모자를 쓰고 계시군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답례하기 위해 서지. 나에게 사람들이 환호를 보낼 때 답례하기 위해 서지. 그런데 불행히도 이리로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허영심 많은 사람이 대답했다.

    「아, 그래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어린 왕자가 말했다.

    「두 손을 마주 두드려요.」

    허영심 많은 사람이 가르쳐 주었다.

    어린 왕자는 두 손을 마주 두드렸다.

    허영심 많은 사람은 모자를 들어올리며 점잖게 답례했다.

    (왕을 방문할 때보다 더 재미있군)

    어린 왕자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그는 다시 두 손을 마주 두드렸다.

    허영심 많은 사람이 모자를 들어올리

    며 다시 답례를 했다.

    오 분쯤 되풀이하고 나니 어린 왕자는 그 장난이 재미없어졌다.

    「모자가 떨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지?」

    그가 물었다.

    그러나 허영심 많은 사람은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허영심 많은 사람들에게는 오로지 찬양의 말만이 들리는 법이다.

    「너는 정말로 나를 찬양하지?」

    그가 어린 왕자에게 물었다.

    「찬양한다는 게 뭐지?」

    「찬양한다는 건 내가 이 별에서 가장 미남이고 가장 옷을 잘 입고 가장 부자고 가장 똑똑하다고 인정해 주는 거지.」

    「하지만 이 별엔 아저씨 혼자밖에 없잖아!」

    「나를 기쁘게 해 줘. 그렇게 나를 찬양해 줘.」

    「아저씨를 찬양해. 그런데 그게 아저씨에게 무슨 상관이 있지?」

    어깨를 조금 들썩하면서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리고 그는 그 별을 떠났다.

    (어른들은 정말 이상하군)

    하고 어린 왕자는 여행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제 12 장



    그 다음별에는 술꾼이 살고 있었다.

    그 방문은 매우 짧았지만 어린 왕자를 깊은 우울에 빠뜨렸다.


    「뭘 하고 있어요?」

    빈 병 한 무더기와 술이 가득 차 있는 병 한 무더기를 앞에 놓고 말없이 앉아 있는 술꾼을 보고 그가 말했다.

    「술을 마시지.」

    침울한 표정으로 술꾼이 대꾸했다.

    「왜 술을 마셔요?」

    어린 왕자가 그에게 물었다.

    「잊기 위해 서지.」

    술꾼이 대답했다.

    「무엇을 잊기 위해서예요?」

    측은한 생각이 든 어린 왕자가 물었다.

    「부끄럽다는 걸 잊기 위해 서지.」

    머리를 숙이며 술꾼이 대답했다.

    「뭐가 부끄럽다는 거지요?」

    그를 돕고 싶은 어린 왕자가 캐물었다.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러워!」

    이렇게 말하고 술꾼은 침묵을 지켰다.

    그래서 난처해진 어린 왕자는 길을 떠나 버렸다.

    (어른들은 정말 참 이상하군)

    하고 어린 왕자는 여행을 하면서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제 13 장



    네 번째 별은 실업가의 별이었다.

    그 사람은 어찌나 바쁜지 어린 왕자가 도착했을 때도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담뱃불이 꺼졌군요.」

    그가 말했다.

    「셋에다 둘을 더하면 다섯, 다섯하고 일곱을 더하면 열 둘, 열 둘에 셋을 더하면 열 다섯. 안녕. 열 다섯에 일곱을 더하면 스물 둘, 스물 둘에 여섯을 더하면 스물 여덟. 다시 담뱃불 붙일 시간이 없어. 스물 여섯에 다섯을 더하면 서른 하나라. 후유! 그러니까 오 억 일 백 육십 이만 이천 칠백 삼십 일이 되는구나.」

    「무엇이 오 억이야?」

    「응? 너 아직도 거기 있니? 저...... 오 억 일 백만...... 생각이 안 나는구나...... 너무 바빠서. 나는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허튼 소리 할 시간이 없어! 둘에다 다섯을 더하면 일곱......」

    「무엇이 오 억이야?」한번 한 질문을 포기해 본 적이 평생 없는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다.

    실업가가 머리를 들었다.

    「이 별에서 오십 사 년 동안 살고 있는데 내가 방해를 받은 적은 딱 세 번 뿐이야. 첫 번째는 이십 이 년 전이었는데, 어디서 왔는지 모를 웬 풍뎅이가 날 방해했어. 그게 요란한 소리를 내서 계산이 네 군데나 틀렸었지. 두 번째는 십 일 년 전이었는데, 신경통 때문이었어. 난 운동 부족이거든. 산보할 시간이 없으니까. 난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그래. 세 번째는...... 바로 지금이야! 가만있자, 오 억 일 백만이었겠다......」

    「무엇이 오 억 일 백만이라는 거지요?」

    실업가는 조용히 일하기는 글렀다는 걸 깨달았다.

    「때때로 하늘에 보이는 그 작은 것들 말이다.」

    「파리?」

    「천만에, 반짝거리는 작은 것들 말이다.」

    「꿀벌?」

    「천만에. 게으름뱅이들을 멍청이 공상에 잠기게 만드는 금빛 나는 작은 것들 말이다. 한데 난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거든! 공상에 잠길 시간이 없어.」

    「아! 별 말이군?」

    「맞았어. 별이야.」

    「오 억의 별들을 가지고 뭘 하는 거지?」

    「오 억 일 백 육십 이만 이천 칠백 삼십 일 개야. 나는 중대한일을 하고있는 사람이고 정확한 사람이지.」

    「그 별들 가지고 뭘 하는 거야?」

    「뭘 하느냐고?」

    「그래.」

    새우깡™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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