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의에 눈을 감는 청춘이다
부당함에 재갈 물려 짖지 못하는 청춘이다
무관심의 포승줄에 매여버린 청춘이다
이 모습으로 당신의 안전을 책임지는 위태로운 청춘이다
나는 마을 버스 기사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십대 후반 마을버스기사입니다.
일반사무직에서도 근무했었고 장애인 인권을 다루는 사회복지연대에서도 근무하다가 생활고에 밀려 마을버스로 내몰린 청년입니다.
이글은 어디에 올릴곳이 없습니다. 그저 답답한 마음에 끄적인 글입니다 속상한 마음에 쓰는 글이라 글을 읽기 어려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1.마을버스기사는 일당제입니다.(4대보험X)
저 같은 경우 격일제로 운전시간18시간에 앞뒤로 차량정비&청소 등으로 19시간 가량을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근무 후 하루 일당은 10만원입니다.
시간대로 나누어 봤을때 최소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일당제인지 최소임금인지 회사에서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월급제인듯
회사의 소속이라는 느낌을 강조하며 격일제임에도 쉬는날도 기사 전원을 불러 차량세차 또는 회사 사무실 보수등을 지시했습니다.
입사시에 신입이라는 이유로 30만원과 급여의 보름치를 주지않고 넘어가는 일은 당연하게 느껴졌습니다.
2.버스시간은 안전과 반비례합니다
버스시간을 촘촘히 짜 놓은 이유는 회사의 이윤을 위해서 입니다. 잦은 신호가 있는 마을을 다니는 마을버스가 시간을 지켜 움직이기 위해서는
신호를 무시하는 일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일하고 있고 사람을 태우는 버스가 컴퓨터로 계산한 시간에 맞춰 움직일 수 없는 건 당연합니다.
신호를 한번 놓치면 다음 신호도 연달아 놓치게 되고 또는 차량 혼잡이다 미숙한 운전자의 방해로 신호를 놓치면 결국 다른 곳에서 신호를 위반해야
정해진 버스시간을 따라 갈 수 있게 됩니다. 이문제에서 승객분의 두가지 입장 차이가 있습니다.
타신 승객분들은 안전을 위해 버스가 안전하게 가길 바라시고, 정류장에 계신 승객분들은 버스가 제시간에 오길 바라십니다.
일당직인 기사의 입장에서는 사고가 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안전하게 가길 바라지만 회사측에서는 이윤을 위해 정시간에 도착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암묵적인 압박을 주는 회사의 입장을 따라 시간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부분이 이해가 안되시는 분도 계실태지만 시간을 늦는 기사는 돈을 제대로 못버는 기사이고 이런기사는 일당직인 기사를 손쉽게 짜를수 있는 회사에게는 제명순위 1위가 되게 됩니다.
3.경력증명서를 받기 위해 일합니다
1년의 경력증명서를 받게되며 시내버스로 입사할수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 기회를 위해서 이 말도 안되는 근로에 아무말없이 근무하게 됩니다
5개월,6개월 단기 경력은 회사에서 골탕먹이듯 아에 경력증명서를 안내주는 경우도 많고 시내버스에서는 단기경력들은 인정을 하지 않습니다.
한곳 한회사에서의 1년경력을 받아야 시내버스로 입사할수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 군기문화 때문인것 같습니다.
4.쉬는 시간은 사실상 없습니다.
쉬는시간 1시간10분 운전후 10분 쉬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이마저도 회사에서 압묵적 압박이 들어옵니다 회사는 gps상에 찍히는 종점에 딱 도착하는 시간을 쉬는 시간 시작으로 보지만 기사는 종점에서 손님을 내리고 차를 돌리고 나면 10분을 지키기 어렵고 또 교통상황에 따라 바로 돌아 나가는 경우가 더 흔합니다.
식사시간 식사시간은 20분이라고 되어있지만 정말 20분을 남기고 도착했다 해도 실제로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은 13분입니다. 종점에 손님이 대기하고 계시기 때문에 적어도 3분은 일찍 나가야 정시각 출발할수 있고 식당으로 이동하는 시간 도시락 랩을뜯는 시간조차 애가 탈정도로 식사시간은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타노선에 비해 이시간이 길기 때문에 조만간 시간을 줄이게 될 것 같습니다.
5.차량의 노후화
저희 노선 마을버스는 당장에 멈춰도 이상할게 없는 차량입니다. 회사의 버스 15대 가량중 실제 정비기사는 1명이고 정비기사가 부장이며 인사권을 갖고 있어서 정말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외에는 수리를 요청하는게 눈치가 보이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차량의 노후화로 운행중 소모될 수 있는 쇼크바 라던지 심지어 미션(기어)까지도 기사의 사비로 처리 됩니다 (범퍼나 외관은 말할것도 없습니다)
6.이러한 상황에도 버스기사는 분노의 대상입니다
회사에서는 당장이라도 버려도 되는 폐품인것처럼 대우하고
승객분들은 약속을 지키지도 안전을 지키지도 않는 무례한이라고 생각하십니다
7.이런 회사가 유지될수 있는 건 취업난과 노인일자리 문제입니다
회사의 팀장 조장은 정년이 지난 연배가 많으신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회사를 지탱하는 기둥들입니다 절대로 나가지 않고 회사를 찬양하는 지지층입니다 (장들은 월급여가 일반기사보다 20만원가량 더 많습니다)
나머지는 경력증명서를 받기위해 착취되는 소모되는 노동자들이고 이런 노동자들을 수시로 모집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인사를 관리합니다.
기사는 쉬는시간 급여 모든것을 다 최소로 받고 최대의 근로를 하고 있습니다... 승객분들의 불편과 불만은 지금당장 20시간을 부당하게 근로중인 버스기사에게가 아니라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와 그를 지원하지 못하는 사회에 분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사람입니다. 한사람이 버스가 사고나지 않도록 아무것에도 닿지 않도록 시간을 맞추기 위해 빠르며 동시에 안전하게 승객분들을 모시라는건 불가능합니다 시간문제와 안전문제는 말도안되는 시간표로 기사를 혹사시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차량을 증편하여 회사가 욕심을 버리고 안전을 생각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회사에 말하고 싶은 말은 돈보다 사람 아닙니까? 눈을 마주하는 직원이 사람임을 아신다면 이런 인권유린을 그만두시길 부탁드립니다. 없어서 나온 청년들과 노인들을 이용해서 최대의 이윤을 남기는 이런 악마같은 일을 하고 계심에도 양심에 아무런 가책이 없으십니까?
칭얼대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이글을 읽고 저에게 분노하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 아직도 인생을 잘 모르겠는 나이여서 그런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