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공지글에서 이 문구를 보고 글을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여사란 말을 쓰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김여사란 말에 대한 호오와 무관하게 공지에서 문제가 될 만한 점이 두어 가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1. 여혐과 남혐이 신고사유에 들어가 있는 오유에서 운영자가 인정한 첫 번째 예외이다
김여사란 말에는 분명히 여성비하가 들어가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커뮤니티의 운영방침과 운영자의 공지사항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밝히지 않고 운영자가 자의적으로 허용 여부를 결정했다
저는 사실 다른 무엇보다도 이게 마음에 걸립니다. 앞으로 김여사가 아니라 다른 비하적인 용어가 논란이 될 때마다 운영자님이 그 말을 씁시다, 쓰지 맙시다 정해주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김여사 다음으로 핫한 패션고자가 김여사만큼 거세게 논란이 된다고 칩시다. 그러면 또 운영자님이 공지로 패션고자의 허용여부를 알려주시나요? 그러셔도 문제고 그러지 않으셔도 문제입니다. 허용이라고 하신다면 김여사와 패션고자가 비슷한 수준의 과격한 비하단어인지에 대해 콜로세움이 열릴 것이고, 불허라고 하신다면 그날 오유에서는 콜로세움이 아니라 핵탄두가 터질 것 같습니다(...) 알려주시지 않는다면? 어떤 비하단어는 운영자가 개입하고, 또 어떤 비하단어는 운영자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되겠죠. 이래저래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운영입니다.
비하적인 단어를 아예 전면금지하거나, 하다못해 김여사를 허용하기로 한 판단의 기준과 근거를 밝혀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3. 무엇을 위한 공지인가 김여사는 작년부터 쭉 오유에서 핫한 이슈였습니다. 의견 대립 정말 어마무시하고, 대립하는 사람들 사이의 감정도 썩 좋지 않습니다. 운영자님이 어떤 결정을 내리시든 불만을 가지거나 상처받는 사람이 반드시 나올 사안이기도 합니다.
1) 김여사를 비롯한 비하단어 전면금지 ➡ 김여사 쓰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불만 가지실 것임. 오유가 유머사이트가 아니라 지나치게 선비들이 콜로세움만 세우는 사이트가 될 가능성도 있음. 2) 무개념 운전자가 여성임이 명확한 상황에서의 김여사 허용 ➡ 사실 명확한 상황이란 말부터가 파란의 예고임. 인터넷에 올라온 상황은 언제고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채선당 사건에서 배웠습니다... 그리고 물론 김여사란 말 자체가 지상에서 사라졌음 좋겠다고 바라는 저 같은 사람들은 만족할 수 없겠죠. 3) 김여사를 비롯한 비하단어 전면허용 ➡ 오유가 김치녀와 한남충이 동시에 쓰이는, 일베와 메갈을 반반무마니한 커뮤니티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이래저래 무엇을 골라도 누군가는 울고 뭔가 하나는 문제가 되는 힘겨운 상황... 이렇게 반드시 누군가는 상처를 입어야 하는 극한상황이니만큼 운영자님의 행보는 신중해야만 했습니다. 저는 그래서 이번 공지가 좀 아쉬웠습니다. 운영자님이 새롭게 밝혀주신 기준이나 규칙이 없었기에 기존의 논란이 사그라들지도 않았고, 오히려 '운영자님이 허락했다, 이제 끝난 얘기 아니냐'라며 김여사 사용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의 입에 재갈만 물려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요. 오유에서 김여사가 허용되더라도 그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면 좋았을 겁니다. 원천금지할 정도로 과격하지는 않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니 사용을 지양해 달라거나, 구체적인 이유와 근거를 들어서 이러이러한 이유로 김여사를 허용한다거나 하는 흐름이었다면 좋았을 거에요. 특히 공지글에 운영자님의 판단 근거가 있었다면 거기에 납득한 사람들은 계속 오유에 남으면 되는 거고, 납득이 안 되는 사람들은 미련 없이 빠이빠이 하면 되잖아요. 마치 똥을 쌌는데 분명히 뭔가가 묻어있는데 휴지질을 하지 않고 팬티를 입은 것 같은 찝찝함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공지로 우리가 얻은 것이 뭘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여사는 똥 안 닦은 것 같고, 일베메갈여시 좀 퍼와서 볼 수도 있지 않나 생각도 들고. 여혐남혐 메갈몰이는 원래 금지였고. 운영자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번 공지를 쓰셨을까요?
이런 세 가지 이유로 저는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이번 공지가 장기적으로 오유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었을까? 저는 차단을 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