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작성이라 읽을때 불편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오유에 접속했는데 이런 글을 쓰게 되어서 슬프네요. 개인적으로 정치적 성향이 잘 맞았기 때문에 몇년전만해도 꽤나 자주 들어오던 사이트였습니다. 그만큼 애정도 있었구요. 발길을 끊게된건 오유의 몇몇 발언들이 불편해서였습니다.
저는 여성입니다. 페미니스트이기도 합니다. 사실 아직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칭하기는 부끄럽네요. 지금은 아직 공부하고 있거든요. 그치만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저는 활동하는 다른 커뮤니티가 없습니다.) 그리고 점점 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 혐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저는 오유도 이것에서 절대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여성 혐오 발언을 한다고 지적하는건 당신을 천하에 둘도 없는 나쁜놈이라고 말하는건 아니에요. 앞서 말했듯 저는 여성입니다. 그런데 저도 여성 혐오 발언들을 해왔답니다. 지금도 하고 있어요 그것도 많이. 왜냐면 여성혐오가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이기 때문이에요. 혐오라는 단어가 불편하실 분들을 위해 말하자면 (이미 많이 퍼져서 아실테지만) 여성 혐오는 Misogyny를 뜻합니다. 이는 단순히 여성을 말그대로 혐오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가부장제, 성적대상화를 포함합니다.
저는 오유에서도 그런 글과 댓글을 많이 봐왔어요. 아주 많이요.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엔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웃고 말았죠. 근데 누가 말하던가요 페미니스트는 여성혐오를 인지하면서부터 시작한다고. 저는 그것을 인식하고부턴 제가 웃고 넘어간 수많은 글이 사회에 자리잡은 여성혐오의 한 가닥이란걸 깨달았어요. 그 글도 결코 인과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프로불편러가 됐죠ㅋㅋㅋㅋㅋ. 처음엔 몇몇 발언들만이 불편했어요. 하지만 그게 커뮤 전반적인 분위기라는걸 깨달았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회의 전반적인, 평범한 분위기겠죠.
적어도 젠더문제에 잇어선 오유는 지극히 무뎌요. 심지어 더 나쁜건 오유는 착한 사이트라는 거에요. 커뮤니티 성향 자체가 그래요. 옳지 않은 것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자정작용도 상당히 잘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착하다, 옳다라는 생각이 박혀있어서 자신이 나쁘다고 여겨지는 것에 굉장히 부정적이에요. (물론 어떤 사람이 거기에 긍정적이겠냐만은 반응 정도가 특히 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여성 혐오가 그렇죠. 일단 혐오의 어감이 굉장히 불쾌하잖아요? 자신이 여성 혐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단 부정하고 봅니다. 앞에도 말했듯이 저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혐오를 한다고 했어요. 솔직히 그게 당연한겁니다. 그렇게 자라왔는데, 그런 사회에서 살아왔는데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 발언은 여성 혐오적 발언이에요."라는 말을 들었을때 기분 나쁜건 당연하겠지만 잠시만 미뤄두고 내 어떤 발언이 상대에겐 여성 혐오적 발언으로 느껴졌을까를 한번만 생각해주세요. 그것만해도 많은 것이 바뀔겁니다.
여기부턴 기분 나쁘실수 있어요.
오유는 일베랑 많이 비교되고, 많은 면에서 일베와 대척점인 사이트로 여겨지는 사이트예요. 하지만 적어도 젠더문제에 있어선 일베와 오유는 같은 방향에 있어요. 물론 정도는 많이 다르지만. 일베엔 대놓고(범죄수준으로) 여혐이 판친다면 오유는 은근하다는것이 차이점이겠네요. 일베를 욕하면서도 "우린 너희(여성)를 봐주고 있어"라는 태도로 일관합니다. 정확히 남성이 사회에서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여성 혐오 *정말이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성혐오는 단순 혐오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을 인지하고 있어요.
저는 여성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오로지 여성이기 때문에 직면한 문제를 외면하고 싶지 않아요. 오유에서 많이 보는 글 중 하나가 남혐 여혐 왜하는지 모르겠다는 글이에요. 저도 그래요. 성별을 떠나 모든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자리잡은 성별에 따른 혐오에 대해 덮어두고 왜 성별을 나눠서 싸워?라고 묻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일단 벌어졌는데, 해결은 하고봐야죠. 단하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은데 없는 일이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설령 당신이 겪지 못한일이라도 부정하지는 말아주세요. 궁극적인 목표가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면, 그 것을 향한 길이 성별에 대한 혐오로 막혔다면, 우선 치워야죠. 막힌 길로는 갈 수가 없잖아요. 저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막힌 길을 치우는데 힘을 보태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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