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한테도 말못했어요 여기에라도 써요
무단결근한건 굉장히 잘못한일이고 무책임한일이죠... 알고있어요
저는 카드사 콜센터에서 일을해요
입사하고 나쁜 고객들도 많았지만 좋은 분들도 많았어요
사람들과 전화상으로 이야기하는게 즐거워서 지치지도 않고 콜을 받은 날도 많았어요
스크립트에 써있는 걸로 마지막 멘트가 이거거든요. "다른 궁금하신 사항은 없으신가요?"
기계적으로 읽는 날도 많았지만 진심을 담아서 "제가 다른거 도와드릴 건 없을까요 고객님?" 한 적도 많았어요
사람들이 항상 말하잖아요 감정노동 감정노동 콜센터가 그렇게 힘들다더라
사실 그렇게 공감 못한적도 많았어요 감정노동? 그래.. 어떤날은 재수가 없지만 똥밟았다 생각하고 콜 받으면 좋은 고객님들도 많고
고객님들이 요청하시는거 들어드리는 게 참 보람있었어요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매일매일
가끔은 꼼수도 알려주고... 고객님 사실은 다음달부터 이벤트 진행되니 지금 구매하시지 마시고 일주일만 기다리세요... 이러면 고객님들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복받으세요 하시는 분들도 많았죠
고객님.. 제가 생각해도 이 부분은 불합리한것 같고 고객님 마음 이해하지만 저희 회사 방침상 어쩔 수가 없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하고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고객님들이랑 진심으로 소통할땐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무너지는게 한순간이더라구요
한 여자 고객이 전화가 와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요구였어요
결제일 당일이였는데
고객 : 나 지금 결제계좌에 돈이 없어. 이거 어떻게 해? 계좌 바꿔줘. 다른 계좌에 돈이 있어.
저희회사는 결제일 당일에는 계좌변경이 되지 않아요.. 다른 카드사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저는,
저 :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결제일 당일이시라 계좌 변경은 어려우시고.. 고객님 결제계좌에 이체해두시거나 아니시면 가상계좌로 넣어주셔야 결제가 처리된다..
고객 :나 지금 여기 도서지역이에요. 은행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요
저 : 아 그러시냐.. 고객님 혹시 인터넷뱅킹 사용하시면 그쪽으로 이용해주셔도 되는데요. 혹시 텔레뱅킹이라도..
고객 : 비밀번호 세번 틀려서 인터넷뱅킹 사용 못해요. 텔레뱅킹 안써요.
저 : 그러시면 주변에 혹시 ATM기 있으시냐.. ATM으로도 이체 가능하다.
고객 : 여기 그런거 없다.
저 : (할말없음...)
고객 : 다른 계좌에 돈 있으니까 빼가라구요
저 : 다른 계좌로 이체하려면 계좌변경을 해드려야 하는데, 오늘 결제일 당일이라 다른 계좌로 변경이 안되세요... 가상계좌로 이체해주시거나..
고객 : 씨발 계속 똑같은말 반복하네. 다른 방법 찾아서 빼가라구.
저 : 다른 방법은 없으시고 이 두가지밖에..
고객 : 그니까 다른 방법 찾아내라구. 그게 니 할일 아냐?
저 : (할말없음...)
고객 : 씨발 짜증나게 진짜. 다른 방법 없다는게 니가 할말이야?
부터 시작해서 각종 폭언을 퍼붓더라구요
다른 방법이 있으면 제가 해드리죠... 방법이 없는걸 어떡해요?
직장도 번듯하신 여성분이 욕에 욕에..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숨이 턱 막히더라구요
전화받을 생각 하니까 몸이 안움직이고 숨이 안쉬어지더라구요
그대로 가위눌린것처럼 멍하니 한시간을 누워있다가 결국 출근 못했네요
그날로 그대로 4일간 아침에 숨이 안쉬어져서 도저히 출근을 못하겠더라구요...
전화받는게 무서워요
그렇게 즐겁던 일이였는데..
매일매일 오늘 첫콜은 어떤 고객님일까 궁금해하면서 출근하던 저였는데
전화받기가 너무 무섭고 숨이 막히더라구요..
도저히 못하겠어서 내일 사표 쓰러 가요.......ㅠㅠ
내일 하루는 그래도 콜을 받아야할텐데
벌써부터 잠이 안오네요
그동안 많은 진상들을 만났지만 이렇게 심한 인격모독은 처음이었어서 진짜 막 죽고싶더라구요...
제 정신력이 너무 약한건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