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벼룩시장을 다녀온 뒤였습니다. 한 시 쯤 갔는데.. 사려고 했던것이 매진됐더군요. 그래서 중고 가디건과 신발, 반지, 명함케이스를 사들고 왔습니다. 같이 간 동생은 그릇과 모자 같은걸 샀구요. 둘이서 택시타고 돌아오는 길에 그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언니, 이거 돈 되겠다..?? 그러게.. 잘만하면 장난 아니겠는데??
레몬청이나 자몽청, 생강청, 인삼꿀절임 같은건 직접 만들어 먹곤 했고.. 가끔 선물도 했거든요.
한 200개 만들어서 5000원에만 팔아도 100만원이네??
동생이랑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시덕거렸습니다. 정말 시시덕거리기만 했어요. 제가 직업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하루 무리하면 이틀은 뻗어있거나 결국 병원가서 수액의 노예가 되어야 하는 저질 체력이라서요.
게다가, 결정적으로 '기부'를 위한 시장이니만큼.. 이것저것 다 빼고 순수익만 50이 나오더라도 그 대부분은 기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었구요. 당연하지 않나요?? 애초에 취지가 그것인데. 그래서 혹시나 나중에 참여를 하게 되더라도, 직장을 그만두거나 건강이 좀 좋아지면 해야겠다 라고.. 생각만 하고 있던 참입니다.
계산은 나름 돌아가는 반면, 돈 욕심은 크게 없는 저도 단 한 번 다녀와서 그런 생각을 했으니.. 벼룩시장이 돈이 되겠다 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돈을 자기 주머니에 넣으려는 생각은 많이들 안하셨겠지요.
돈 많이 번게 질투나서 이렇게 화를 내는거라구요??
돈 될 지 몰라서 안한거 아닙니다. 벼룩시장이 아니면 살 데 없어서 간것도 아닙니다.
자기 시간 체력 다 빼가며 수고하신분들 고마워서였어요.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거기서 정말 장사를 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 정도로 개념이 없고, 양심이 없으리라곤 생각도 안해봤어요.
레몬청?? 저도 만듭니다. 같이 갔던 동생은 헤어, 네일, 속눈썹에 이젠 마사지 자격증 따려고 하는 미용 전문인이고요. 친한 친구는 가구 디자인 하다 결혼한 뒤로는 악세사리 만들어서 인터넷에서 팔고 있구요. 친언니는 거의 10년전부터 취미로 베이킹 생활하고 있습니다. 언니 친구는 수제 화장품 만드는걸 좋아해, 가끔 선물도 받았고요. 예비신랑은 그림 그립니다.
꼭 본인이 아니더라도, 주변을 둘러보면.. 이것저것 하는 사람들 많잖아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구요.
돈 되는 걸 몰라서 안한것도 아니고.. 만들지 몰라서 안한것도 아니고...
정말 죄송스럽게도, 며칠을 그 수고하고 앓아눕느니 차라리 편하게 구매자로 가자 했던거예요. 어느 쪽이든 기부라는 목적은 지킬 수 있을 것 같으니 편한 쪽을 선택한거죠.
그런데 설마 이렇게도 편하게 장사꾼들 주머니를 채워줄 줄이야..
오해하고 있는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그 양반들 돈 많이 벌어서, 배 아파서 그러는 거 아니예요.
비싼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하면서도 별다른 의심 안했어요. 그렇게 건넨 호의가 우리를 호구로 만들고. 그 사람들 욕심 꾸러미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으니..
많이 과열되었다라는건 인정 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네요.
양심없는 몇 몇 장사꾼들.. 깔끔하게 사과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겠습니다 하는것도 아니고.
본인들이 만들어낸 상황이라고밖에. 이젠 어떤일이 일어나도 불쌍타 한 마디 건넬 정도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