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게임을 하는 게 도대체 왜 싫은 걸까? 내 스스로 아무리 생각해도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어서 그냥 남편의 취미를 존중하기 보다는 최대한 다른 일을 하며 신경을 끄는 상태였음. 이 게임을 접는가 싶으면 또 다른 게임을 시작하고.. 끝은 없었음. 남편을 이해하려고 남편이 하는 게임을 배워서 같이해도 난 사실 게임이 재미있는 게 아니라.. 남편이 좋아하는 걸 같이 할 수 있어서 시간을 공유 하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음. 그러다가 남편이 새로운 게임을 하면.. 나는 막 익숙해지던 찰나인데 새로운 게임을 시작 ㅜ 최근에는 내 컴퓨터나 핸드폰은 사양이 되지 않아서 할 수 없는 게임들이 대부분.. 그래도 이 시기에 좀 나아진 점이 있다면.. 그 전에는 퇴근 후 남편이 게임을 할 동안 혼자서 육아를 도맡아야 했었지만, 내가 게임을 같이 하게 되면서부터는 아이를 재우고 게임을 하는 것이 습관화 됨. (돈 벌고 집에와서 게임 좀 하겠다는데, 그동안 애도 못봐주느냐.. 그것도 이해를 못하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남편에 비해서는 코딱지만큼이지만 본인도 살림을 하며 프리랜서로 돈벌이를 하고 있음) 아무튼 이 과정에서 나는 우리 남편이 입장을 설명하면 이해해주고 바뀌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됨. 그리고 시간이 점점 더 흐르면서 남편이 혼자 게임을 하는 모습이 자꾸 미워짐. 사람이 참 웃긴게.. 그래도 이제는 할 일은 하거나 중간 중간 짬날 때 게임을 하는 것인데도 게임 하는 모습이 너무 미운거임. 그래도 싫은티는 낼 수 없었음. 근데 사람이 눈치가 있지.. 나도 모르게 한번씩 내뱉는 말에 결국 남편 맘이 불편해진거임. 말다툼으로 이어지게 됨. 나는 정말 남편이 아무 것도 안하고 내 옆에만 허수아비처럼 있길 바라는 건지ㅜ 내내 혼자 고민 중이었는데 스스로 그 답을 구하기도 전, “나는 아무 것도 안하고 집에 들어와서 가만히 있어야 하는거야? 그걸 원하는 거면 그냥 게임 삭제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게.” 훅 치고 들어오는 말에..ㅜ 나도 모르게 속에 쌓였던 내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계기가 됨.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아이와 하루종일 집안에만 있다보니,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을 때도 있고.. 남편만 기다리게 되고.. 여기서 제일 큰 문제점은 생활 환경이었음. 수도권에 살다가 남편따라 지방에서 신혼 살림을 꾸린터라 아이가 자라서 어린이집에 입학할 때까지 거의 아이랑 둘이 집에만 있거나 아이와 외출이라고 하면 집 근처를 한바퀴 산책하는 것뿐 그 흔한 카페나 마트 문화센터도 없는 환경이라 남편이 퇴근하면 차를 타고 한번씩 드라이브를 하며 마트에 가는 것이 유일한 유흥 같은 것이라고 해야하나.. 친구들과 가족은 멀리 떨어져있고.. 나는 정말 남편밖에 없었음. 아이랑 시간을 보내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닌지라 강아지가 현관 앞에 앉아 하루종일 주인을 기다리 듯 출산 후 한 1년 정도는 남편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음.
울컥 하는 마음에 이런 얘기를 하면서.. 자존심 상하지만.. 너는 나 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이 많겠지만, 나한테는 진짜 너밖에 없어서 간절했다고.. 얘기하면서 꺽꺽 울어댔는데 남편도 한참 생각하더니, 미안하다고 울면서 게임 바로 탈퇴하고 삭제함.
근데 어차피 몇일 지나면 또 새 게임을 시작할거라는 걸 알고 있음.
우리 남편은 절대 게임을 끊지 못할 거임.
그래도 참 감사한 일인게 밖에서 나쁜짓 하지않고, 집에서 애기랑 놀아 줄 때 잘 놀아주고 주말에는 온전히 가족 생각해서 시간쓰고.. 본인 취미생활에 내가 이렇게 한번씩 투덜 거려도 이해하려하고 생각하고 마음 써 주는 게.. 내가 남편은 정말 잘 만났구나 싶음.
그리고 한편으로는 남편이 게임하는 시간을 방해하고 싶은 걸 보면.. 내가 아직 남편이랑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남편 시간을 독차지하고 싶을만큼 많이 좋아하는 모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