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받을 수록 내가 비참해지고 힘들다. 말 한마디 못하고 듣기만 해도 가슴을 후비는 말에 눈물만 줄줄 흘린다. 나 한테 왜 이러나 내가 무슨 잘못 했길래 싶다, 내가 밉고 상담쌤이 원망스럽다. 시간당 팔만원짜리 상담 시간이 또 이렇게 흘러간다. 엄마는 내가 바뀌어야 한다 그랬다 하지만 바뀌는건 비참하고 힘들어서 포기했다. 난 변하기 싫은데. 나는 난데.
내가 나를 죽이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예전에 본 외국 드라마 슷샷엔 심리적 고통을 받는 여성에게 상담하던 남자가 여기 7살짜리의 너를 불러와서 욕을 해 보라고 했다. 여자는 할 수 없다고 했고 그러자 남자는 너를 아끼라고 했다 그런데 난 이미 수 천번도 더 나를 죽였다. 갓 태어난 나를 목졸라 죽이고, 처음 상처받고 울던 어린아이를 찔러죽이고 구석에서 베개를 적시던 나를 불태워 죽였다. 그렇게 과거의 날 수 천번도 더 죽이고 원망했다. 반항없이 엎드린것이 고작인 어린 날 짓밟으며 울었다. 난 이제 괜찮을꺼야. 괜찮아야만 했다.
난 특별해지고 싶었다 이쁨받고 싶었다. 사랑스러워 지고 싶었다. 관심을 요구 할수록 남들은 싫어했다. 튀려고 할 수록 오히려 나를 끔찍히 여겼다. 내가 말을 걸면 모두가 싫어했다.
그래서 나는 표현을 죽였다. 표현이 없으면 평범한 척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티 안내고, 나도 또래들처럼 되고 싶었다. 내가 정상인이 되고 싶다 생각한 순간부터 나는 비정상 인이었다. 밤마다 울면서 친구와의 감정을 죽이고 가족과의 감정을 죽였다. 차라리 감정없는 차가운 로봇이 되게 해 달라고 빌었다 놀림받고 폭언을 들어도, 무시당하고 창피받아도 난 모든걸 속으로 흡수하고 침묵했다. 착해져야만 했다 그래야 나를 칭찬해줄 테니까.
이게 잘못 되었다는 걸 깨닳았을 때엔 이미 목소리 내는 법을 잊은 뒤 였다.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다. 내가 좋아하는거 싫어하는거 하나도 몰랐다. 슬퍼도 기뻐도 힘들어도 싫어도 말을 못 했다. 사람과의 정상적인 대화가 뭔지 모른다. 내가 하는 모든 말이 어색하고 행동이 어색하다. 남과 대화가 너무 겁이난다.
내가 할 줄 아는 단 하나의 표현방법은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며칠을 전화하며 울었다. 울며 전화한 마지막 날 엄마는 짜증내며 말했다. 다른 애들은 안 그런데 왜 너만 그러니. 정상인이 되고 싶어서 한 노력이 나를 점점 더 비정상인으로 만든다.
나를 바꾸려 한 노력이 오히려 나를 너무 비참하고 아프거해서 나는 그냥 이대로 있기로 했다 이게 나라고 체념하기로 했다
엄마는 내게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 줄 모른다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게으른 애라 비난한다. 아빠는 내게 집 안에서나 대들지 밖에서는 입도 뻥긋 못하는 게. 라며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무시한다. 아니라 말 하고 싶지만, 사실일지도 몰라. 한 발자국도 집에서 나가기 싫다 사는 이유를 모르겠다. 태어난 이유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잠만 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