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편의상 '주양육자'라는 표현 대신에 '엄마'가 사용되었습니다.
불편을 느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가 구김 없이 행복하고 올바르게 자랄까? 아이를 기르고 있는 엄마라면 누구나 마음속 한켠에 항상 가지고 있는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 아이의 자존감이 높았으면 좋겠고, 자신 있게 자기주장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또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잘 공감하고, 배려하며, 상황에 맞는 예의를 갖춘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고, 승부에 집착하지는 않지만, 자기 역량이 닿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 도전해볼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지요.
아이를 기르는데 도움을 주는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위한 밑받침으로 '칭찬'을 조언합니다. 어느 책에서는 칭찬이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말하고, 헬렌켈러에게 기적을 가져다준 것도 설리번 선생님의 칭찬이었다고도 하고, 칭찬으로 기른 식물이 비난을 들려준 식물보다 더 잘 자라더라는 실험 결과도 보셨을지 모릅니다. 마구잡이로 혼내는 것보다 잘 했을 때의 한 마디 칭찬이 아이의 문제행동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 칭찬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바쁜 아침에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떼쓰는 아이나, 엄마가 잠깐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이 동생 얼굴을 할퀴어 상처를 내어놓은 아이 앞에서 어떻게 부드럽고 편안한 표정으로 칭찬의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막상 아이를 칭찬하려고 해도 "잘했네"라던가, "멋지다"라던가 하는 맞장구 수준의 상투적인 반응밖에 나오지를 않아서 생각만큼 자연스럽게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칭찬도 잘못하면 오히려 아이를 망친다는데, 독이 되지 않으려면 칭찬도 잘 해야 한다는데, 내가 하고 있는 칭찬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칭찬인가에 대해 확신도 없고요. 그러다 보니 칭찬을 한다고 하는데 알맹이가 없는 느낌이라, 결국 또 윽박지르고 혼내는 것으로 아이 행동을 바꾸려 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아이를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로 만드는 데 필요한 중요한 기술인 '칭찬하기'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이는 좋은 칭찬을 받았을 때 독립심과 자신감이 생깁니다. 올바른 칭찬은 아이로 하여금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게 하고, 자신이 해낸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하며, 다음에 보다 더 잘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게 도와주기도 합니다. 아이는 칭찬받은 행동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그만큼 혼날 필요가 적어지기도 합니다. 엄마와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은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이지요.
누군가 아이에게 어떤 방법으로 칭찬을 해주면 되느냐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아이가 잘 한 행동에 대하여 눈에 보이는 그대로, 엄마의 가치판단을 빼고 있는 그대로 읽어주세요'라고 조언 드릴 것 같아요. 앞으로 이어질 긴 글을 모두 읽기 어려우시다면, 이 짧은 조언만 확실히 기억해주셔도 좋습니다. 아이가 엄마의 도움 없이 스스로 운동화를 잘 신었다면, "엄마 도움 없이 혼자서 신발을 신었구나"라고 말씀해주시는 거지요. 아침마다 밥 먹으러 나오라고 애타게 불러도 침대에서 꾸물거리던 아이가 엄마가 부르기 전에 식탁 앞에 앉아 있다면 "엄마가 아직 부르기도 전인데 식탁에 먼저 잘 앉아 있네"라고 말씀해주세요. 아이가 용기 내어 울고 있는 동생에게 다가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면 "동생에게 사과했구나"라고 들려주세요. "대단하다"는 감탄이나, "부지런하다"거나 "착하다"는 평가가 아니라, 그리고 아이의 성격이나 인격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아이가 실제로 한 행동과 노력, 그리고 노력을 통해 성취한 눈에 보이는 결과에 대해 언급해주시는 것입니다. 물론 표정이나 액션의 수준은 상황에 따라 조절되어야겠지요.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는 위의 짧고 단순한 조언에 대해 조금 더 풀어쓴 부연 설명들입니다. 아이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는 실제적인 방법과 그 예시들을 안내해드리고, 엄마가 아이에게 칭찬할 때 쉽게 저지르는 실수들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했지만,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되는 칭찬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언제, 얼마나 자주 칭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려고 합니다.
칭찬의 방법 : 있는 그대로, 구체적으로 칭찬하기 칭찬할 때에는 아이의 성격이나 특징에 대한 ‘형용사’를 줄이고, 아이의 행동과 노력을 구체적으로 인정해주세요. '너는 어떤 어떤 아이야. 너는 이런 특징을 가진 아이야"라고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너는 이런 행동을 했어. 너는 이런 노력을 했구나'하고 칭찬해주세요. "너는 농구를 잘 하는구나’", "너는 농구에 소질이 있어"라고 칭찬하기보다 "배운 자세 그대로 공을 넣었구나", "공을 넣을 때 자세를 유지하려고 애썼구나"라고 칭찬하는 것이지요. 아이의 성격이나 특징에 대해 칭찬하는 것보다 아이의 노력이나 수고를 인정해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부모가 아동에게 쉽게 건네는 형용사 칭찬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응, 잘했어.”
“그래, 착하구나.”
“똑똑하게 잘 했네.”
“좋아. 훌륭해.”
"부지런하구나"
사실 칭찬하기에 익숙하지 않은 엄마 입장에서는 형용사를 사용하는 칭찬들이 오히려 큰 노력 없이 말하기에도 쉽고, 아이에게 즉각적인 기쁨을 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실제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높은 확률로 오히려 아동을 후퇴하거나 반항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이유에서도 결코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데, 엄마가 나를 '이런 이런 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느끼면, (1) 자신이 그런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빨리 엄마에게 알려주기를 선택하거나(반항), (2) 자신이 그런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엄마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와 관련된 행동을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것을 선택(후퇴) 할 수 있거든요.
또한 추상적이고 경계가 분명치 않은 칭찬을 들은 아이는 자신이 이룬 성과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평가를 스스로 내리게 됩니다. 가령 성인인 우리도 운동 겸 배트를 가지고 야구공을 치는 연습을 하는데, 어떤 때에는 코치가 ‘잘했어’, 어떤 때에는 별다른 언급 없이 ‘좀 더 노력해봐’라고 평가를 한다면, ‘어떤 자세로 쳐야 잘 친다는 거지? 박자를 잘 맞췄다는 것인가? 내가 잘 한 것은 단지 우연일 뿐일까? 앞서 잘 한 것과 뒤의 잘못한 것의 차이가 뭐지?’ 하는 의심이 들게 됩니다. 이렇게 불명확한 칭찬에 익숙해진 아이는 ‘어떤 것을 잘 했는지는 모르지만’ 칭찬에 집착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에 사실에 근거한 구체적인 칭찬을 들은 아이는 자신에 대해 스스로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더불어 자신을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게 됩니다. 이러한 구체적인 칭찬들은 정서 건강이라는 건물에 사용되는 단단한 벽돌이나 마찬가지이지요. 엄마의 구체적인 칭찬을 듣고, 자신 스스로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고 나서, 아이들은 그것을 나중에 조용히 혼자 중얼거려 봅니다. 마음속에서 이런 구체적이며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표현들을 되풀이함으로써, 아이는 자기 자신과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갖게 됩니다. 자존감의 기초가 자기칭찬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지요.
따라서 아이에 대한 엄마의 기대를 들려주는 것을 피하고, 아이가 한 노력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여, 아이가 스스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세요. 아이의 수고와 노력은 가급적 자세히 언급해주시고, 결과와 관계없이 아이가 얼마나 고생했는가를 어머니가 잘 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주세요. 또한 그 노력에 대해 감사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즉 사랑하는 부모에게 감사의 인사를 듣는 것만으로도 어떤 칭찬보다 아이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신이 잘 한 내용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으며,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잘 한 것을 부모가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칭찬을 하려면, 단지 성품에 대해서 평가해줄 때보다 훨씬 더 큰 부모의 노력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아이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환이의 아버지는 낙엽을 긁어모은 뒤에, 여섯 살 된 소극적인 아들 주환이에게 낙엽을 쌓는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나서, 아버지는 주환이에게 "착하게 잘 했네'"라고 칭찬하는 대신, 낙엽 더미들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36분 동안에 여섯 더미나 쌓았구나. 한 더미 쌓는데 10분도 안 걸린 셈인걸?”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인사를 하면서 주환이는 물었습니다.
“아빠, 내가 아까 낙엽 여섯 더미나 엄청 빨리 쌓았지? 나는 낙엽 쌓는 것은 좀 빨리할 수 있는 것 같아. 또 낙엽 쌓이면 내가 도와줄까?”
주환이의 아빠는 '잘 했다'거나 '착하다'거나, '훌륭하다'거나하는 '칭찬'처럼 들리는 표현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이의 잘한 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지요.
칭찬의 방법 : 아이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만하게 칭찬하기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지요. 어떤 것도 너무 과하거나 많으면, 부족한 것만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칭찬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의 칭찬은 아이 스스로가 생각했을 때에도 자신이 칭찬받을만하다고 생각되는 정도가 가장 적당합니다. 아이가 자신이 지은 예쁜 블록 집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붕의 모양새가 아이가 봐도 썩 마음에 들지 않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엄마의 눈에도 약간 이상했지만) 아이의 지붕에 대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칭찬하는 것은 부모의 칭찬의 신뢰성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남편이 "당신이 김태희보다 피부도 좋고 예뻐"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지요. 그 칭찬을 듣는 순간 기분이야 좋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아까 저녁 먹을 때, 된장찌개가 아주 맛있게 되었다던 칭찬조차 믿을 수 없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칭찬만 해주세요.
반면 칭찬도 페니실린 주사처럼 함부로 놓아서는 안 됩니다. 잘 듣는 약이 모두 그렇듯이, 약을 쓸 때에는 법칙과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이의 좋은 행동을 강화시키는 훌륭한 방법인 칭찬 역시 시간과 양 그리고 부작용의 가능성들을 고려하여 칭찬해야 합니다. 글로 적어놓으니 무척 어려운 이야기 같지만, 사실 충분히 이해되는 몇 가지만 조심하시면 됩니다.
독이 되는 칭찬 : 아이의 능력이나 특성으로 일반화한 칭찬 앞서 이야기한 '구체적인 칭찬'의 반대쪽에 있는 칭찬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가장 쉽게 저지르는 잘못된 칭찬이 ‘과도하게 일반화한 칭찬’이지요. 어떤 일을 성공하면 손쉽게 ‘너는 그것을 매우 잘하는구나.’라고 칭찬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보다 높게 평가되는 것에 대해 매우 불편해합니다. 특히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에게 이런 종류의 칭찬을 들으면 아이들은 칭찬을 한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이 두려워 불안해지게 됩니다. 자신이 ‘항상’ 성공하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다 맞았구나. 너는 천자문에 천재인 것 같아.”
“너는 피아노에 정말 소질이 있는 것 같아.”
“벌써 구구단을 다 외우다니. 너는 수학을 정말 잘하는구나.”
“깨끗하게 다 먹었네. 세상에, 너는 편식도 안 하는 아이구나.”
이런 칭찬을 듣고 나면 아이는 잠시 동안은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영원히 그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거나, 다른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었을 때 한층 좌절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로부터 사랑받고자 하며, 과도하게 일반화된 칭찬이나 결과가 중심이 된 평가하는 칭찬들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가 ‘잘한 일’에 매우 기뻐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계속 사랑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여전히 잘 하는 아이로 남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게 되고요. 아이들은 결국 부모에게 ‘실패하는 모습을 영원히 보여주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기 쉽습니다. 그러려면 어려운 과제에 대한 시도나 도전을 피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피아노 치기 싫어요. 피아노가 싫어졌어요”나 “시험이 다가오지만 공부하기 귀찮아”라는 핑계 뒤에 숨어, 도전했는데도 나쁜 결과가 일어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지요. 결국 소극적인 아이나 변명만 하는 아이, 혹은 자신의 능력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 아이(실제로는 실패할까 봐 노력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지만)로 자라기 쉽습니다.
열두 살 된 수미가 비디오 게임 3단계에 도달했을 때, 아버지가 큰 소리가 말했습니다. “너 대단하구나! 손놀림이 완벽해! 전문 게임 선수 같아.” 그 순간 수미는 흥미를 잃고 뒷걸음질 치며 물러나 게임을 그만두었지요. 아버지의 칭찬을 듣고 나서 게임을 더 이상 계속하기가 어려웠던 이유는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빠는 내가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해. 하지만 난 사실 게임을 그렇게나 잘하는 편이 아니야. 운이 좋아서 3단계에 도달했을 뿐이야. 다시 하면 2단계에도 도달하지 못할 거야. 아빠가 내가 매우 잘한다고 생각하시는 이쯤에서 그만두는 것이 좋겠어.' 아버지는 칭찬으로 수미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싶은 것뿐이었는데, 전혀 기대한 효과와는 반대로 수미에게 부담을 준 것입니다. 사실 아버지로서는 지켜보고 있다가 그냥, “새 단계에 도달했으니 정말 기분이 좋겠구나.”라고 말하는 쪽이 더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한 번의 성공에 대하여 ‘항상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처럼 칭찬을 하면, 아이는 다시 그 어려운 과제에 도전할 용기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독이 되는 칭찬 : 결과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칭찬 우리를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월 말마다 우리에게 평가표를 건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남편은 제가 높은 점수를 받으면 좋아해요. 남편의 입맛에 잘 맞는 저녁식사를 준비하면 100점을 받지만, 음식이 짜면 80점 밖에 받지 못해요. 하지만 시어머니에게 안부전화를 드리면 95점을 받을 수 있어요.” 물론 칭찬받는 당시에는 잠깐 기분이 좋을 수는 있지만, 어쩌면 우리는 마음이 불편하고, 모욕감을 느낄 뿐, 사랑받는다는 느낌은 느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과가 중심이 되어 평가를 내리는 칭찬은 앞서 살펴 본 과도하게 일반화된 칭찬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후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부모가 자신이 성취한 결과에만 관심이 있다고 오해하게 만들기 쉽습니다. 이렇게 되면 ‘잘 해야만’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느끼고, 자기 자신에 대한 중요한 가치를 놓치기 쉽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결과 중심의 칭찬을 자주 듣고 자란 아이들은 자기 자신의 실패에 매우 심한 좌절감을 경험하고, 자존감이나 감정도 외부 환경에 따라 쉽게 좌우됩니다.
독이 되는 칭찬 : 위협적인 칭찬 칭찬으로도 아이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넌 참 훌륭한 아이야.”
“넌 정말 동생을 예뻐해서 잘 돌보는 아이야.”
“네가 없으면 엄마가 어떻게 살겠니?”
“너는 정말 착한 아이구나.”
"엄마에게는 너뿐이야."
아이가 ‘어떠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바람이 담긴 이런 말들은 부모의 의도와는 다르게 아이에게 때로는 위협이 될 수도 있고, 그 결과 아이에게 불안과 걱정을 안겨줄 수도 있습니다. 아이는 종종 자기가 그런 인격적인 훌륭한 칭찬을 받을 만큼 착한 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자기의 본모습이 폭로될 때까지 두려워하며 기다리기보다는, 오히려 나쁜 행동을 통해서 미리 고백함으로써 마음의 짐을 덜어야겠다고 마음먹을 수도 있습니다. 때때로 아이들이 ‘칭찬을 해줬는데, 오히려 반항적으로 반대의 행동을 한다면’이러한 이유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아이의 특성을 직접적으로 칭찬하는 것은 마치 곧장 내리쬐는 햇볕 같아서, 때때로 눈을 불편하게 하고 부시게 합니다. 눈앞에 놓고 너는 훌륭하다, 천사 간다, 너그럽다, 겸손하다고 하면 아동은 칭찬을 부인하고자 도리어 반대로 행동할 수도 있고, 그런 칭찬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진정으로 나를 훌륭하게 생각한다면, 저들은 정녕 똑똑한 사람은 아니야.'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를 ‘매우 좋은’ 사람으로 단정 짓는 성품에 대한 칭찬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과도한 책임감을 지우거나 의존을 드러내는 칭찬도 엄마가 기대하지 않은 나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칭찬을 하는 엄마의 의도는 '아이가 얼마나 엄마를 기쁘게 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일 뿐이지만, 칭찬을 듣는 아이는 엄마를 실망시키면 정말로 엄마에게 큰일이 일어날 것처럼 느끼기 쉽습니다. 아이가 세상에 적응하는데 가이드가 되어주어야 할 엄마가 아이에게 의존하는 것처럼 느껴지면, 아이는 안정감과 안전감을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언제, 얼마나 자주 칭찬해야 할까 칭찬의 횟수나 강도는 사실 아이들의 발달 단계나 기질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 무조건적으로 칭찬을 많이 하기만 한다고 항상 좋은 것도 아닙니다. 이미 청소년이 된 아이에게 ‘혼자서 세수를 잘했다’고 매일 칭찬할 수는 없듯이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행동에서 강한 강화(칭찬)를 받은 아이들은 다른 환경에서 그러한 강화가 주어지지 않았을 때 도리어 소극적이 되거나, 반항적이 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칭찬을 해주지 않는 환경에서는 일부러 반대로 행동할 수도 있고, 칭찬이 없을 때마다 자신이 잘못한 일이 있나 하고 걱정하거나 후퇴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자신의 가치를 ‘칭찬받는 것’에만 두어, 칭찬을 받지 못할 때 불안해하거나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아이들은 칭찬을 받는 것이 자신의 가치의 모두라서, 언제나 칭찬받을만한 행동을 하고,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의젓하며, 자신의 욕구나 기대를 완전히 감추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적절히 표현하는 아이들에 비해 이후의 정서적인 어려움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는 유아기에 지나치게 잦은 칭찬이 그 원인이 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착합니다. 순종적이고 예의 바르며 몸가짐이 깔끔하지요.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하고, 아버지의 사업을 염려하기도 합니다. 또 동생들을 열심히 보살피고요. 아이들의 생활은 온통 부모를 즐겁게 하려는데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 아이들에게는 자기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놀 힘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나 이웃에서도 이런 아이들은 항상 착하게 행동합니다. 얌전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며,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교사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지요. 맛있는 사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자진해서 칠판을 닦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타인의 칭찬에만 의존하게 되면 정상적인 자기주장을 내세울 수가 없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진짜 욕구를 발견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요. 사실 그들은 자신을 숨기면서까지 타인의 환심을 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아야 하고요. 자신의 욕구를 잘 탐색할 힘이 있어야만 자신의 진짜 소망을 발견하고,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되며, 이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적절한 때’에 ‘적절한 횟수로’ 칭찬하는 것 역시 칭찬의 내용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칭찬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때는 부모님이 아이의 이전의 잘 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꼽을 수 있는 때입니다. 다시 말해 “오늘도 혼자서 양말을 다 신었구나. 이번 주는 내내 혼자서도 씩씩하게 양말을 잘 신네.”라고 말하실 수 있을 정도가 적절한 거지요. 매번 칭찬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몇 번을 꼽아보신 뒤 '엄마가 이전에 네가 잘 한 행동도 잘 알고 있단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세요.
더불어 아이의 연령과 발달 수준도 고려해주시면 좋습니다. 어린아이들일수록 더 많은 빈도의 칭찬이 필요합니다. 기다리는 것이 어려우니까요. 큰 아이들일수록 칭찬의 텀을 길게 두셔도 좋습니다. 제가 상담하는 엄마들에게 조언해드리는 발달에 따른 칭찬의 빈도는 만 1세에는 좋은 행동을 할 때마다 매번, 만 2세에는 좋은 행동 2번에 칭찬 한번, 만 3세에는 잘 한 행동 3번에 칭찬 한번 정도입니다. 물론 처음 해보는 시도일 때는 아이가 그 행동에 익숙해질 때까지 좀 더 자주 칭찬해주세요.
잘못된 행동에 대한 훈육과는 다르게, 반드시 직후에 칭찬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의 잘 한 행동을 인지했지만,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어서,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등 어떤 이유로 즉각적인 칭찬을 해주지 못했다면, 잠자리에 누웠을 때 아까 아이가 한 좋은 행동을 다시 상기시켜주어도 좋습니다. 다른 이야기를 하시면서 앞서했던 좋은 행동들에 대해 언급해주시는 것도 좋을 거예요.
다만 너무 오랫동안 아이를 기다리게 하는 것 역시 칭찬의 좋은 효과를 반감시키게 됩니다. 아이 스스로도, 부모님도 아이의 잘 한 이전의 행동들을 기억할 수 있을 정도의 시기에는 반드시 칭찬을 해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행동을 잘 할 때마다 나의 부모가 (비록 칭찬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에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뿐입니다. 따라서 매번 칭찬하지는 않더라도 이전의 잘 한 행동에 대해 언급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엄마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칭찬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아이의 하루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세요. 아이는 하루 중에 자신이 혼나는 때가 많다고 느낄까요, 칭찬하는 때가 많다고 느낄까요? 원래 아이나 어른이나 잘못한 일보다는 잘한 일을 잘 기억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이 입장에서는 열 번 잘했을 때는 겨우 한 번 칭찬받았는데, 한 번 잘못하면, 전에 혼났던 것까지 엎어서 또 혼난다고 생각하지요. 엄마는 칭찬을 한다고 하지만, 아이에게는 칭찬이 한참 모자라다고 생각되나 봅니다.
작은 일까지 매번 엄마가 잘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아이는 행동을 스스로 수정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평소에는 잘만 혼자서 신을 신다가, 하필 바쁘고 짐도 많은 날에 신을 신겨달라고 아이가 투정하면, 타이르다 지쳐 나도 모르게 윽박을 지르게 되지요. 하지만 눈 딱 감고, 번거롭지만 스스로 신을 신을 때마다 “혼자서 신을 잘 신고 있구나.”라고 칭찬해보세요. ‘혼을 내야 할 일’ 자체가 점점 줄어들어서 저절로 자꾸 더 칭찬만 하게 된답니다. 억지로라도 칭찬하는 횟수를 늘리다 보면, 자연적으로 혼내는 횟수가 줄어들게 됩니다.
부모들은 아이의 잘한 점은 쉽게 지나치고, 아이가 자그마한 잘못을 저지르면 급히 수습하기 위해 아이에게 달려올 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양말을 신을 때보다, 유리병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엄마는 훨씬 더 크게 반응을 보이지요. 따라서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을 끄는 방법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는 쪽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는 아이가 의도적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 부모의 관심을 요하는 아이의 본능이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이끄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칭찬들은 머리로는 이해하기 쉬운 것들이지만, 막상 실천하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큰마음 먹고 칭찬거리를 찾겠노라고 눈에 불을 켠다고 하더라도, 바빠서, 혹은 아이가 또 작은 사고를 쳐서 처음의 다짐은 어느샌가 잊혀버리고 말지요. 그러므로 집에서 ‘엄마 스스로’ 칭찬을 올바로 잘 하겠다는 다짐과 더불어, 혼자서 연습도 해보고, 남편과 같이 점검도 해보고, 그리고 때때로는 교육이나 전문가의 도움도 적극적으로 받으세요. 잘못된 행동은 쉽게 눈에 띄고, 잘한 행동은 생활 속에 묻히기 쉽습니다. 따라서 좋은 칭찬을 할 수 있는 부모는 아이의 행동에서 ‘잘하고 있는 부분’을 끊임없이 의도적으로 탐색해야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작심삼일이 된다면, 삼일마다 다시 마음을 다잡을 방법을 찾아보세요. 어느샌가 혼내는 말보다 칭찬하는 말이 입에 붙은 엄마가 되어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