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경 여진이 한 차례 왔다고 하지만 눈을 떠보니 새벽이었습니다.
아마도 간 밤에 나루가 들어오나 기다리다가 늦게 자서 그런가 봅니다. 새벽에 깨보니
나루는 침대옆 의자에 동그랗게 암모나이트처럼 몸을 말고 자고 있었습니다.
날이 밝고 주변 소식을 물어보니 포카라 지진의 피해는 거의 없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카투만두쪽은 피해가 좀 있다는 뉴스가 들렸습니다. 안타깝고
또 안타깝게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방문은 조금 열어 놓았구요. 나루는 어슬렁 어슬렁 나갔다가 들어왔다 하더군요. 이제 나루는 외출냥이 되어야 합니다.
방 안에 있는데 녀석이 어슬렁거리며 문 밖으로 나가기에 어디로 가나 따라 나가 보았습니다. 옥상으로 가더군요.
옥상에서...햇볕을 좀 쬐더니 이리 뒹굴 저리 뒹굴거리며 놉니다. (다음주 월요일엔 꼭 목욕을 시켜야겠어요)
음...아무래도 좀 두려운지 아래층쪽으로는 안 내려가고 - 숙소 제 방은 2층에 있습니다 - 옥상으로 가서 햇볕바라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코맹맹이 소리로 '냐앙~'거리면서 노는 나루를 보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여러 고민과 복잡한 머리가 정화되는 것 같습니다.
나루는 여전히 우아합니다.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이 사진은 찍고 나서 보니 너무 우꼈어요. 마치 날아올라 후려차는 것 같은 포즈..라 각도 좀 돌리고 어찌어찌하면 귀한 짤방이 될 듯도 한데 문제는 실짤방 만드는 실력이 없다는게 함정. 이 사진 짤방 만들어 보실 분 계신가요? )
아, 그리고 근처에 계신 수녀님이 한달 된 아기 강아지 한마리를 사장님댁에 선물로 주셨습니다. 눈처럼 하얗고 너무너무 귀여운 강아지인데요
나루와 대면을 시켜 보았습니다. 나루는 사람말고 고양이나, 강아지 등등 동물을 보면 아주 호전적이 되거든요. (자기는 고양이믄서)
완전 아기 강아지 한테도 하악질을 할까 싶어서 친하게 지내라고 인사 시켜 줬죠.
아주 우꼈습니다. 동영상을 먼저 보시죠.
그리고 아직 이름도 짓지 않은 아기 강아지 - 종도 모르겠어요 - 사진입니다. 네팔리 여직원이 우유를 먹여주고 있네요. 아....정말 정말 정말 정말
귀엽지 않나요? 나루가 엄마처럼 잘 돌봐 주었으면..
나루하고 아기 강아지하고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의지하면서.
이렇게 네팔 포카라는 지진이 지나갔습니다.
이런 저런 곳에서 여러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간혹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뉴스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구호및 봉사활동 온 교회 봉사단이 구호 활동하면서 성경을 나눠주면서 '흰두교를 믿어서 이런 재앙이 온 것이니 종교를 바꾸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이미 한국 여러 기사에도 떴더군요. 이곳 네팔리들도 분개하고 있습니다. 종교는 이들에게 자존심과 자부심이자
생활입니다. 하다못해 버스에도 맨 앞 가운데에 작은 신전을 만들어 놓을 정도죠.
이미 포카라의 네팔리들도 그 소식을 듣고 분개하고 있더군요. 지난주 베그나스 호수에 낚시하러 갔던 네팔리 택시기사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 친구는 한국말을 잘 합니다.
"흰두교 믿어서 지진나서 사람 죽었데요. 아주 나빠요. 돌려 보내야 되요!"
정색하고 흥분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이미 이 먼 곳까지 와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아름다운 일인데 왜 그런 짓(?)을 할까 싶었습니다. 전 아직 종교가 없지만
감히 말하건데 그들은 진정한 크리스찬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many korean people also angry about that."
많은 것을 투자하고 많은 시간과 삶을 쏟아서 시작한 네팔에서의 인생.
지금 아주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렇게 하루가 또 저물어 갑니다.
자신의 일처럼 걱정해 주시는 카페 분들,
어느새 너무나 소중한 공간이 되어버린 오유의 따뜻한 유저분들,
그리고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마법처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나루.
덕분에 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 아카스_네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