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도 많이 먹을 것 같고, 분명 삭제하고 싶어질 것 같아 본삭금 겁니다.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지만 제가 이 직종에서 일하게 될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무슨 차인지, 뭐가 다른지도 몰랐어요.
제가 이쪽에서 일하게 된 건, 취직이 어려워서 였습니다.
그래도 나름 인서울 4년제 나왔어요. 토익도 보고해서 중소기업에 입사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야근에 툭하면 나오라는 주말근무.
연차는 짤리기 십상이고, 이사님은 개인적인 심부름이나 시키고, 차장님은 꼭 퇴근 1시간전에 회의소집하고...
뭔가 배울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커녕
새로운 것을 제안해도 받아들이지도 않는 회사.
야근수당도 안주면서 야근식대(점심식대는 없었지만 야근 3시간 이상하면 식대 5000원 줬습니다.)
아까워서 3500원으로 삭감하는 것 보고 정 떨어져서 퇴사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구직준비하는데 이쪽 직종은 워낙 못볼꼴 많이봐서 다니기 싫고,
다른쪽 신입으로 이력서를 넣으니 다들 왜 거기 그만뒀는지를 묻더군요.
구직기간은 길어지고, 돈은 그래도 벌어야겠어서 주말알바를 구했는데
한의원 데스크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한달 지나기 전에 잘한다고, 여기서 일해볼 생각 없냐고 해서
집근처기도 하고 월급도 적었지만, 이전 회사랑 10만원차이(ㅋㅋㅋ중소기업이란 참;;;)라서
그냥 다니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음엔 데스크 업무만 하는 걸로 알고 갔는데
침 뽑거나 뜸 올리거나 하는 간호일도 시켰어요.
하면 안될 것 같긴한데.... 솔직히 시키는데 안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ㅠㅠ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것보단 뭐라도 배우고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마침 병원에 간호사는 물론 조무사도 한명도 없었습니다. 모두 일반인.
병원 측에서도 조무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한명쯤은 필요하다기에 시간 조절등을 해주기로 하고
조무사 자격증을 따게 됐습니다.
학원 다니는 기간 1년.
수업시간 780+의원실습+준종합병원급실습780=1560시간.
학원다니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차이도 처음으로 알게됐고,
간호조무사는 주사를 놓으면 안된다고 배우면서 동시에 주사놓는 법을 꼭 알아야 한다고 해서
서로 주사놓기 실습같은 것도 했습니다. 이상하죠?ㅋ
간호조무사가 뭔지 알게 되면서
인터넷에서 간호조무사를 거의 쓰레기 취급하는 글들도 보게 됐어요.
저는 예전과 다른게 하나도 없는데.
조무사 자격증을 하나 더 취득한 것 뿐이고,
예전 일반인일 때보다 더많이 배우려고 노력한 것 뿐인데도
[간호조무사]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이 비하하는 직종의 근무자가 돼서
놀고 먹다 아무생각없이 자격증 따서 룰루랄라 일하면서 간호사들 자리를 위협하는 사람이,
그래서 누구에게나 욕먹어도 괜찮은 직업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 올리는 것도 무척 망설였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 말하면 욕먹을 직업이라는 것.
하나로 뭉뚱그려져 비하되는 직업이라는 거....정말 무지 속상한 일이거든요.)
저...자존심이 무척 강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간호사/간호조무사 일 딱 구분하려고 노력했어요.
그것 때문에 아직 자격증 따기 전에 다니던 한의원을 나왔습니다.
거기서 이제 곧 간호조무사라고, 이제 주사도 놓을 수 있을테니 약침 놓으라고 시켰거든요.
조무사는 그런거 놓을 수 없다. 법적으로 안된다.고 말했더니,
이전이랑 똑같은일 시키려고 자격증 딸 수 있게 시간 빼준줄 아냐고(고작 토요일 근무만 빼준 것일 뿐인데도.)
잘렸습니다. 다행히 노동부 고소한다고 으름장놔서 권고사직으로 실업급여는 받았어요.^^
실업급여 받는 동안 자격증 따고, 처음으로 입사한 곳은 정형외과였습니다.
8층짜리,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는데... 입사 첫날 한 질문이 im, iv 어디까지 가능하냐?였어요.
둘다 못한다고 하니 그럼 오늘 하루는 보고 배우라고 했는데...그날 하루 50~60명이 넘는 환자들 주사를
한명이 다 놨어요.(주사실 안에서만 총 4명 근무. 모두 간호조무사였어요.)
저한테도 중간 중간에 한번 놔보라고 계속 이야기 했는데, 안 배웠다고. 못논다고 하고...여기도 그만 뒀습니다.
다행히 현재는 대학병원급에 입사해서 간호사 잡은 손도 대지 않고 있지만,
비정규직이라 여기 계약기간 종료되고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
이런 상황속에서 제가 본 문제점이 뭐냐면
결국 돈과 밥그릇싸움이란 겁니다.
한의원에서 제가 받은 월급은 세후 126만원이었습니다.(대졸이라 그렇지 전문대 졸이던 다른 일반인 직원은 116만원 받았습니다.)
실습기간 동안 본 병동 3교대 간호조무사. 세전인지 세후인지 모르겠지만 175만원 받았습니다....3교대. 야간및 주휴수당 붙어서 말이죠.
마지막으로 제가 하루 일했던 정형외과. 한달에 풀 당직 두번 서는 것을 기준으로 145만원, 병동 올라가면 세전 180~190 이야기했습니다. 세후라면 160정도 나올까요?
이 돈으로 근무할 간호사가 있을까요?
아마 없을 겁니다.
제가 현재 근무하는 병원에 신규 간호사가 받는 연봉이 초봉 3800정도로 알고 있습니다.(3교대 때문에 그냥 일반 회사랑 비교하면 높게 들릴 겁니다.)
대학병원급이라고 하지만, 한의원에서 일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연봉. 1600~1800하곤 너무 차이가 크죠.
병원측에서는 간호사 월급 주고 사람 사서 쓰긴 싫고,(재정상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제가 고려할 문제가 아니겠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간호조무사를 고용해서 간호사들이 있어야 할 자리까지 채우다 보니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들의 일까지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럼 간호조무사 2명 고용할 비용으로 간호사 1명을 고용하면 될 것 아니냐?
지금 현재 우리나라 간호사 1인당 환자수, 15~16명이라고 하지만 실제적으론 20명넘게도 커버합니다.
한명이서 30~40명 케어하게 되는 것. 불가능합니다.
이게 바로 돈문제죠.
간호조무사를 1급실무, 2급실무로 나눠 연차를 고려해 간호사로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이건 제가 보기에도 개소립니다.
학원에서 1년 배운 것. 정말 기초에요.
대학 다니신 분들 알겠지만 1학년 때 배운 거랑, 4학년까지 배운 전공만 봐도 차이가 나잖아요.
간호조무사의 이론적인 기초는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밥그릇 싸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간호사협회에서 간호조무사의 보수교육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안타까운게, 간호조무사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으로 일반인들이 자주 가는 의원급 병원에서 보는 간호인력은 대부분이 조무사일 겁니다.
그리고 학원에서 주사 실습 몇번 하고, 바로 실무에 투입되지요.
(저 정형외과의 경우 제가 빨리배우겠다고 ok 했다면 근무 첫날부터 주사를 놨을 겁니다.
그리고 제게 걸린 환자분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마루타 신세가 될 뻔 했겠지요.)
뭐, 실습은 다들 처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지만...
다들 그 시행착오의 실험대상이 되고 싶진 않을 거 잖아요.
그리고 의학지식이 부족하다면, 그리고 부족하기에 더 지속적으로 교육을 해야 하는데
단지 보수교육이 간호인력개편안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해서 간호협회에서 간호조무사 보수교육을 반대해왔습니다.
...솔직히 진짜 환자를 위한 거라면 이건 아니잖아요.
의학지식이 없으니 배우겠다는 것조차 막으면서 그러는 건 대의를 위한 게 아닌 밥그릇 싸움이죠.
(작년부터 보수교육이 실행되곤 있지만, 간호협회에선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성명을 내고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대학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의 자리를 '일반인'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간호보조직을 채용할 때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필수가 아닌 우대 사항으로 만들어 논거죠.
뭐, 고작 1년 배운 사람보단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낫다...고 보는 걸 수도 있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자기 밥그릇 노릴 수 있는 사람 보단 암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더 고분고분 말 잘듣는다...는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이부분은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하지만 1년밖에 배우지 못해 간호보조업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된다면, 아예 배우지 못한 사람은 더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위의 사항과 동시에
간호사PA제도. 간호조무사를 간호사로 만들자는 것과 거의 유사한 주장인,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것. 이것도 현재 시행되고 있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간호조무사/간호사/의사. 셋 다 모두 서로간에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내용들 때문에 제가 보기엔 지금 있는 문제들이 결국은 밥그릇 싸움인 것 같고,
서로 물어뜯기 보단 구조적인 개혁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간호조무사 협회가 힘이 쎄다는데 실제 간호조무사 중에 협회 가입한 사람 드물어요.
저 월급받고 협회비 내는 것도 부담스럽고;;
솔직히 간호조무사 협회는 으쌰으쌰해서 자기 영역 지키는데, 간호사 협회는 파벌이 나눠서 밥그릇 못지킨다?
이 말은 의사협회는 힘 약해요. 간호사 협회가 훨씬 쎄요. 인원 수가 많잖아요? 라는 것과 비슷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호사들 입장에서 치인다고 느끼는 건 이해가지만,
실제로 대학병원 내 간호조무사 위치는 줄고 있고(합법적인 업무만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3년제 간호대 신설 등으로 인해 신규 간호사들이 늘고 있어, 그런 사람들이 적은 월급을 감안하고 준종합병원 급이나 의원급으로 목표를 바꾼다면 간호조무사들이 설 자리는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읽어주실 분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단 말씀드리고,
제 개인적인 견해로 인해 불쾌하신 점이 혹시라도 있으셨다면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