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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캐나다 정착한 지 10년여만에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그 한국방문을 통해 제가 느낀 한국과 캐나다의 다른점을 비교해 봤습니다.
제가 눈으로 보고, 직접 느낀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 미리 감안하시고...
1. 한국은 자영업 전쟁중...
제가 제일 먼저 느낀 점은 한국의 수많은 자영업들입니다.
아마 10년 전에도 비슷했어도 제가 못 느꼈었는 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한국에 가서는 정말 그 압도적인 숫자에 놀랐습니다.
거짓말 한 스푼 보태고, MSG 작은스푼으로 한 스푼 보태서 이야기하자면...
종로의 한 블록에 있는 자영업 수를 다 합치면 거의 저희 도시의 전체 자영업 수와 맞먹지 않을까... 그래도 저희 도시가가 온타리오에서 인구수로 10손가락 안에들어가는 도시인데도, 자영업 수는 정말 택도 없습니다.
도대체 이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떻게 다 저렇게 영업을 하고, 손님을 끌고, 운영을 해 가는 지...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렇게 많다 보니, 경쟁도... 이건 경쟁이 아니라 전쟁입니다.
게다가 한국에는 별다른 규제가 없는 지, 보통 다섯 집 건너면 같은 업종이 눈에 뜁니다.
통닭집 바로 대여섯집 옆에 또 다른 통닭집, 커피전문점 바로 길 거너편에 또 다른 커피전문점...
이 분들은 도대체 어떻게 서로 아침에 인사를 할 지... 자못 궁금합니다.
저녁에 헤어질 때, 한집은 문전성시인데, 다른 집은 파리날리고 있을 때... 흠... 과연 어떤 표정들로 집으로 들어가실 지... 흠...
제가 캐나다에서 잠시 놀 때... (^^;), 미래가 암담했을 당시, 저도 자영업을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
조그만 편의점을 해 볼까... 하는 마음에 이리저리 돌아다녀보고 해서 겨우 좋은 자리를 하나 찾아냈죠.
그래서 그 렌트회사에 전화를 해서, 내가 거기에 가게를 하고 싶다... 라고 했더니, 가격이나 조건 다른 것보다 제일 처음 물어보는 게... "너 거기다 뭐할려고 하는데?" 였습니다.
그래서 편의점 하고 싶다고 했더니만, 같은 몰에 이미 그로서리 스토어가 있으니,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니... 몰도 크고, 그로서리 스토어와는 거리도 어느정도 떨어져 있고, 그리고 우리가 파는 품목은 오리엔탈 중심으로 저쪽 그로서리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 라고 열심히 떠듬떠듬 설명했는데도 요지부동입니다.
안 돼야... 거긴 하나 있으니 딴 거 할려면 해라... 입니다.
실제로 캐나다 돌아다니다보면 같은 몰에 같은 업종이 있는 경우가 굉장히 드뭅니다. (물론 큰 쇼핑몰 같은 경우에는 옷집, 가방집 등이 우루루 몰려있기는 하지만... 요건 좀 경우가 다르죠.)
또 하나 느낀 점은 너무 많은 프랜차이즈점...
빵집이고, 커피집이고, 치킨집, 심지어는 음식점이고 간에 7~80%는 프렌차이즈점인 것 같네요.
아무래도 프렌차이즈가 진입이 쉽고, 어느정도 인정된 비슷한 맛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좋기는 하겠지만... 글쎄요... 과연 프렌차이즈 업체가 그렇게 자영업자들을 잘 도와줄 지, 게다가 친기업적인 우리나라 정책을 보자면... 의심이 듭니다.
캐나다도 물론 프렌차이즈가 많긴 합니다.. 피자도 그렇고, 치킨, 음식점 등등...
그런데, 또한 프렌차이즈 아닌 집도 많습니다. 특히 빵집 같은 경우에는 이렇다할 프렌차이즈점을 본 적이 없습니다.
다 동네 유명 빵집으로 가거나,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파는 빵을 사죠.
보통 몰에는 이런 프렌차이즈점이 많이 있는데, 주택지 주변의 동네상권이라고 해야하나요? 이런 곳은 동네빵집, 동네피자집 등등이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캐나다는 프렌차이즈 자영업이 50% 미만... 정도로 봅니다.
그리고 듣기로도 프렌차이즈를 하더라도 자영업자에게는 크게 손해가 없는 그런 정책이라고 하네요...
아시는 분의 이야기로는 '캐나다만큼 자영업하기 쉬운 나라도 없다' 라고 이야기하시는데... 흠... 한국의 분위기를 보면 일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2. 어서와... 한국교통 오랫만이지...
저는 운전에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워낙 술 약속 때문에 집에 차가 있어도 못 가져가는 날이 많았지만, 기본적으로 차를 끌고 다니기를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의 운전은 너무나 무섭기 때문에...
그리고 그만큼 한국의 대중교통이 너무 잘 되어있기 때문에...
그동안 캐나다의 운전에 익숙해져서, 제가 잠시 망각을 하고 있었었는데... 이번에 한국 가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나는 한국에서 운전을 못 하겠구나...
몇가지 이유를 들자면...
첫번째... 차선이 캐나다에 비해서 좁습니다. 좀만 정신 차리고 있지 않으면 차선 사뿐히 즈려밟고 가고 있습니다.
두번째... 차선만 좁은 게 아닙니다. 주차공간도 좁고, 주차장 내 도로도 너무 좁습니다. 차 한번 빼려면 서너번은 차를 앞뒤로 왔다갔다 해야 합니다.
세번째...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없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저 멀리서 사람만 보여도 멈추는데, 여기는 머... 거의 차와 보행자가 스치듯이 다닙니다. 무슨 스쳐도 인연 만드려는 것도 아니고... 차도 사람을 안 무서워하고, 사람도 차를 안 무서워합니다. 아니... 한국사람들은 그새 모두 금강신공이라도 익혔단 말인가...
네번째... 거리의 무법자들... 그 수많은 거리의 난폭자들... 도로에서 차로 나 잡아봐라 놀이를 하는 차들 때문에 운전이 쉽지가 않습니다. 캐나다에서는 깜빡이를 켜고 들어올 때, 양보를 안 해주면 오히려 화를 냅니다. 깜빡이를 했는데, 왜 양보를 안 해주냐고... 한국에서는 깜빡이를 켜면 저 뒤에 있던 차가 어느순간 제 옆에 와 있습니다. "아우 깜짝이야... 고스트카도 아니고..."
다섯번째... 제일 중요한 이유... 차가 안 갑니다. 하유... 이제 한국은 러시아워가 따로 없나 봅니다. 언제 어디든지 막힐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네요.
이렇게 다시한번 한국의 교통의 '어서 와. 이런 곳 오랫만이지...'를 느낀 반면, 대중교통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제가 다른 나라를 그렇게 많이 다닌 건 아니지만, 한국의 대중교통은 정말 손 꼽아야 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잘 되어 있습니다.
일단 대중교통 양도 많고, 노선도 많아서 구석구석 다 다닙니다.
게다가 얼마나 깔끔하고 깨끗한 지... 특히 지하철... 토론토 지하철은 내려가면서부터 약간 퀴퀴한 냄새가 나는 역이 많습니다.
한국은 지하철역은 더 이상 퀴퀴한 지하공간이 아니네요.
어떤 역은 그야말로 문화공간이고, 역시나 많은 자영업들이 북적북적거리고 있고...
만화캐릭터가 그려져있던 지하철 2호선은 우리 아들내미가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눈이 휘둥그레져서 깩깩 소리지르던 공간이었습니다.
또한 대중교통안내시스템... 와우... 신기를 넘어서 감탄입니다. 정말 이렇게 편하게 만들어놓다니...
물론 처음에는 도로 중간에 있는 정류장 찾느라고 한참 헤대다니기도 하고, 지하철 표 사느라고 식은땀 흘리기도 했지만, 정말 우리나라처럼 대중교통 잘 되어있는 곳은 별로 없는 것 같네요.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교통과 관련된 이야기이니..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쉬지않는 네비게이션... 물론 세팅을 달리하면 될 거라고 예상되지만, 보통 그냥 기본세팅으로 가지고 다니시는 지, 정말 쉬지 않고 떠듭니다.
기본적인 도로안내는 물론, 방지턱에, 감시카메라까지...
도로의 무법자 중의 한 축인, 가상의 브레이크 밟느라고 같이 다리가 힘든, 택시를 타면, 이 네비게이션이 미처 한문장을 끝내기도 전에, 다음 문장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전방 사거리에서 좌회... 전방 100m에 과속방지... 띵똥띵똥... 감시카메.. 아씨... 나도 말 좀 하자..."
3. 한국의 물가는 이제 캐나다를 넘어서고...
10년 전에 제가 캐나다에 왔을 때, 캐나다의 물가를 보고 '아... 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지 않으면 여기서 못 살겠구나..."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 당시에는 캐나다 물가가 한국물가보다 훨씬 비싸게 느껴졌기 때문이죠. (그 당시에는 가난한 유학생 시절이라서 더 그렇게 느꼈는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만...)
이번에 한국에 가서 마트가서 장 보고 느꼈습니다.
'아... 내 월급으로는 한국에서 살기에는 택도 없구나...'
정말 10년 전에 비하면 엄청난 물가상승을 체험했습니다.
머... 다른 거 다 떠나서, 그냥 환율로만 비교해도, 한국 10만원이 캐나다 110불인데, 캐나다로 110불이면 정말 푸짐하게 장을 볼 수 있는 그런 돈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10만원은 대충 약간만 집어도 그냥 넘어가더군요... 햐...
거기에다 최저임금까지 비교들어가면... 캐나다가 한국보다 2배 더 높으니, 아무리 무자비한 세금을 계산한다고 해도, 한국의 물가는 적어도 캐나다의 1.5배는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기본적인 식료품 같은 경우에는 더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네요.
캐나다는 먹고 살기 위한 식품류 같은 경우에는 육류 정도만 빼고는 10년 전보다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았는데... 한국은 어휴... 저녁 먹고 과일 하나 먹기도 힘들 것 같네요.
다만, 한국의 물품이 종류도 훨씬 많고, 더 고급화가 되었다고 할까요?
캐나다는 자본주의로 포장한 사회주의 나라답게 뭘 사려고 해도, 보통 2~3가지 선택지 밖에 없어서 머 고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습니다.
예를 들면 기저귀 같은 경우... 하기스 아니면 팸퍼스입니다.
한국은 정말 다양합니다. 그냥 보통 품질부터 고급 품질까지, 그리고 외제까지... 저처럼 단순한 사람들은 정말 고르기 힘들 것 같네요.
특히나 포장들이 얼마나 화려하고 눈길을 끄는 지... 속 내용물까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면 정말 안 사고는 못 배길 그런 겉포장들입니다.
전체적으로 고급화되고, 그만큼 가격도 비싸졌다고 해야할까요? 저처럼 서민들은 마트를 가면 안 되겠구나... 그렇게 느낄 정도의 물가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마트의 물가상승에 비해서 외식비는 캐나다보다는 저렴하다는 점...
물론 식당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에서 보통 7~8천원이면 배부르게 한끼 식사가 가능하지만, 캐나다는... 글쎄요 세금+팁까지 다하면 15불은 줘야 하지 않을까 하네요.
식당에서 한끼 식사를 하면서 나오는 반찬과 메뉴를 보면, 직접 마트에서 장을 보고 만든다고 해도 한끼 식사비보다 많이 나오겠네...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모순적인 마트물가와 외식비... 그럼 그 차액은 누가 다 먹는 걸까요? 흠... 결국은 유통이 다 먹는 걸까요?
이렇게 전반적으로 한국물가가 캐나다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그래도 몇몇 품목은 캐나다보다 쌉니다.
우선 택배비... 정말 이렇게 고생하고, 이것만 드려도 될까 할 정도로 쌉니다. 캐나다는 보내는 내용물보다 배달비가 더 비싼 경우, 즉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많아서 배달비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데... 당장 캐나다에 도입하고 싶네요.
대중교통비... 이 편한 시설에 가격도 많이 저렴한 편입니다. 캐나다 시외버스 한번 타면 불편해서 엉덩이에 불이 납니다.
술값... 아 정말 부럽습니다. 소주가 천원이라니... 여기서 술 한병에 1달러라고 하면 놀라 자빠집니다.
담배값...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캐나다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입니다.
그 밖에 이번 한국방문에서 인상깊었던 점들입니다....
- 위로만, 위로만 뻗어가는 빌딩숲들, 송도신도시, 동탄신도시 등등... 토론토 다운타운보다 더 화려하고 수려한 스카이라인... 그런데 웬지 황량한 느낌도...
- 공항에는 날씬한 여인들뿐... 아니 공항 입구에 무슨 체중계심사라도 달아놨나?
- 다행히 공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약국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형형색색의 캐릭터 마스크들
- 마트 앞에서 90도로 인사하는 마트직원들... 아... 과잉친절은 불편해...
- 줄넘기학원? 아니 줄넘기도 학원가서 배워야 하남?
- 유명한 곳마다 끓어넘치는 중국, 중국사람들... 역시 지구의 1/4은 중국사람이여... 그런데... 중국사람 구경은 캐나다에서도 충분해...
- 곳곳의 지하철 역에서 눈에 띄는 화려한 등산복의 행렬... 한국의 가장 대중적인 운동은 등산인가?
- 아파트 입구에 줄지어 서있는 노란학원버스들... 아이들은 괴롭겠지만, 학부모들은 편하긴 하겠네... 캐나다에도 방과 후 딱 2시간만 이렇게 서비스하는 학원 있음 좋겠다... 한번 비지니스해 봐?
- 나는 아직도 먼 이야기인 것 같은데, 벌써 은퇴/노후 이야기 하는 친구들...
- 지하철을 타면 웬지 화난 얼굴로 셀폰만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
- 깔끔하고 현대적 시설의 동네의원, 공짜는 아니지만 저렴한 의료비, 친절한 간호사, 약간은 위압적인 의사선상...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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